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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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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환견(犬)
지난 여름, 폭염이 우리를 몹시도 괴롭히던 어느 날 정선으로 피서를 떠났다.
그래도 정선 쪽은 해발 고도가 높은지라 강릉지역보다는 조금 시원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을 하였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다.
하지만 지난 여름의 더위는 해발 고도를 떠나 어디고 간에 마찬가지였다.
고 고도인 정선이라 해서 더위에 빗겨갈 수는 없다는 것을 확실히 증명시켜 주고 있었다.
왕산 골을 지나 닥목령을 너머 모정탑을 거처서 첫 번째 마주친 곳은 정선 아우라지 가기 전인 막창 역에 도착했다.
강릉에서 왕산을 거쳐서 정선으로 가는 길목에서는 제일 가까운 곳이다.
앞을 보아도 산, 양 옆을 보아도 산, 뒤를 보면 당연히 산밖에 보이지 않은 그야말로 전후좌우가 산으로 둘러싸인 산골 중에 산골 역이다.
이런 심오한 산골에 역이 들어선 것은 사람을 실어 나르는 역할의 철도가 아니라 석탄을 실어 나르기 위해서 일제 강점기에 만들어진 역으로 알고 있다.
일본사람들의 야욕이 그런 산골에 기차를 들여오게 된 동인이 된 것이다.
석탄이 한창 잘 나올 때에는 그 역의 가치는 상상을 조금 넘었으리라 본다.
세월이 가면서 우리나라 에너지 원이 석탄에서 석유로 넘어가면서 그 역은 쇠퇴의 길로 가게 되다가 결국 셔터를 내리는 비운을 맛보게 된다.
폐쇄가 된 역과 철로는 졸지에 별로 쓰데 없는 애물단지로 전락하게 된다.
철로는 잡초로 뒤덮이고 폐쇄된 역은 사방이 녹슬고 물새는 시설로 변해버린 것이다.
이것을 전향적으로 살린 아이템이 바로 레일바이크였다.
사실 레일바이크가 우리에게 친근하게 다가온 것은 그리 오래지 않은 과거부터였을 것이다.
연탄 생산도 시들시들 해졌고 여객 수송은 더더욱 역할을 못하던 차에 2005년부터 레일바이크가 도입되었다.
구절 역에서 아우라지역까지 7킬로미터 정도의 거리를 레일바이크로 달리게 된다.
구절 역에서 아우라지역까지는 완 경사지대임으로 경사지를 내려갈 때는 힘이 덜 들지만 올라올 경우 엄청난 힘과 함께 잘못하면 뒤로 미리는 불상사도 생기리라 본다.
그것을 방지하기 위함인지는 모르지만 정선레일바이크는 원웨이로 운영되고 있었다.
경사지임으로 내리바탕에서는 레일바이크를 타고 올라올 때는 셔틀버스를 타고 올라오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아무리 더운 날이라 하지만 양 쪽에 산과 함께 숲이 우거지고 개천에는 맑은 물이 흐르는 관계로 어느 구석에선가 시원함이 제법 묻어 나오는 것 같았다.
특히 완 경사지를 따라서 내려가는 관계로 어떤 구역에서는 페달을 밟지 않아도 속도가 대단히 나는 경우도 있었다.
그 속도로 인하여 발생되는 찬바람이 더위를 잠시나마 잊게 해 주고 있었다.
다시 구절 역에 도착한 장면을 떠 올려 본다.
레일바이크가 하루에 다섯 번 운행됨으로 정해진 출발시간까지는 싫던 좋던 기다리는 수 밖에 없었다.
날씨는 덥고 목은 마르고 어디 가 있을 곳은 대합실밖에 없는 터이라 헐 수 없이 그 근처에 있는 토속품 판매점에 들러 정선의 맛을 느끼게 되었다.
마침 마시는 차와 커피도 팔았고 시원한 음료도 구비하고 있었다.
아쉬운 대로 목을 축이고 밖을 나왔는데 그 창문에 위에 사진으로 게시한 문구가 보였다.
“애환견은 매장 밖에 대기하여 주세요.”라는 문구다.
그냥 보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자세히 보면 뭔가 재미있는 구석이 있는 모양새다.
종이에 쓴 그 주의 팻말에 애환견이란 단어가 나의 가슴에 필로 다가온다.
왜 애완견을 애환견이라 표현했을까 에 대해서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설마 애완인지 애환인지 구분을 못해서 그런 문구를 쓰지는 않았으리라 본다.
그렇다면 그 주인은 애완용 강아지를 애환을 가진 강아지로 인식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사실 그 토속품 판매장을 운영하는 사람은 불특정 다수가 끌고 오는 강아지에 대해서 긍정적인 시선을 보내지 않은 가운데서 나온 단어였다면 그야말로 창의성이 살짝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었을까 싶다.
애완도 지나치면 애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은연중에 암시하는 대목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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