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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백석이 되어/이생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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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kimyki 작성일 2018-09-03 11:55 댓글 0건 조회 85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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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유학시절의 백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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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증에 붙어있는 백석의 사진



내가 백석이 되어

                                 
이생진

나는 갔다
백석이 되어 찔레꽃 꺾어 들고 갔다
간밤에 하얀 까치가 물어다 준 신발을
신고 갔다
그리운 사람을 찾아가는데 길을 몰라도
찾아갈 수 있다는 신비한 신발을 신고 갔다


성북동 언덕길을 지나
길상사 넓은 마당 느티나무 아래서
젊은 여인들은 날 알아채지 못하고
차를 마시며 부처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까치는 내가 온다고 반기며 자야에게 달려갔고
나는 극락전 마당 모래를 밟으며 갔다
눈 오는날 재로 뿌려달라던 흰 유언을
밟고 갔다

참나무 밑에서 달을 보던 자야가 나를 반겼다
느티나무 밑은 대낮인데
참나무 밑은 우리 둘만의 밤 이었다
나는 그녀의 손을 꼭 잡고 울었다
죽어서 만나는 설움이 무슨 기쁨이냐고 울었다
한참 울다 보니
그것은 장발이 그려놓고 간 그녀의
스무살때 치마였다

나는 찔레꽃을 그녀의 치마에 내려놓고 울었다
죽어서도 눈물이 나온다는 사실을 손수건으로 닦지 못하고 울었다

나는 말을 못했다
찾아오라던 그녀의 집을 죽은뒤에
찾아와서도 말을 못했다
찔레꽃 향기처럼 속이 타 들어갔다는
말을 못했다.

나는 말을 못했다
찾아오라던 그녀의 집을 죽은뒤에
찾아와서도 말을 못했다
찔레꽃 향기처럼 속이 타 들어갔다는
말을 못했다.  

** 백석이 사랑한 여인 김한영 백석은 그녀를 자야(子夜)라 했다
    (자야는 김한영의 애칭이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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