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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땡비와 바다리

땡비와 바다리 중 어느 놈이 더 독할까요?

오늘 모처럼 날씨가 덜 더운지라 문중 납골묘역에 사초를 하러 갔다.

말이 납골당이지 실제는 일반 묘지나 큰 차이가 없다.

납골당이 있고 그 주변으로는 잔디를 심어 놓은 형태이다.

잔디밭도 올 여름 ,폭염으로 인하여 데다 보지 못한 관계로 바랭이, 강아지풀, 달그상사리, 여뀌, 쑥대 등 오만 잡동사니의 풀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얼마 있지 않으면 벌초를 해야겠기에 그것은 당장 꼴 보기 싫어도 봐 줄 수 있지만 잔디밭 주변에는 칡덩굴을 비롯하여 이름도 모르는 나무와 잡초들이 무성하게 잔디밭의 공간으로 친입하고 있었다.

떡 본 김에 제사지낸다고 간 김에 대충대충 정리를 하겠노라고 낫을 들고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런 일은 연례행사처럼 했기에 주변의 상황은 잘 아는 상태였다.

묘역 주변 어느 점에 땡벌이 있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던지라 조심조심 그 근처를 정리하고 있는데 갑자기 허벅지에 주사바늘 들어가는 느낌이 팍 왔다.

아니나 다를까 땡벌들이 퍽석 헤어져 공중을 날기 시작하였다.

잽싸게 피한 덕분에 한 방만 쏘였지만 그 통증이 만만치 않았다.

그걸 가지고 병원에 갈 처지도 아니고 그저 봉침 하나 맞았겠거니 하면서 작업을 계속하였다.

올 같은 고온과 가뭄에 가장 신나는 풀은 역시 칡넝쿨 같았다.

칡뿌리가 워낙 땅 속 깊이 들어가는지라 어떤 가뭄에도 견딤성이 강하다 보니 극성을 부리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묘역 주변의 칡넝쿨을 자르고 걷는데 또 한 구석에서 땡벌들이 공중으로 비산하는 모습이 보였다.

칡넝쿨을 좀 멀리서 잡아당기던 터이라 벌과 직접 조우하는 불상사는 없었지만 그 근처에 작업이 또 중지 되었다.

땡삐를 당장 처리하는 데는 문제가 많음으로 차후에 적절히 제어하기로 하고 다른 곳으로 옮겨서 정리 작업을 해 나갔다.

이번에는 좀 평평한 곳을 정리하는데 이번에는 정강이 부근에 또 주사 맞는 듯 한 느낌이 팍 들어 왔다.

기겁을 하면서 그 주변을 일단 벗어났다.

이번에는 많지는 않지만 벌 몇 마리가 하늘로 비산하고 있었다.

벌과의 안전거리를 확보한 다음 살펴보니 이번에는 땡삐가 아니라 바다리로 보이는 벌이었다.

좀 더 자세히 보고자 그 근처로 접근해 본 결과 바다리 집이 보였다.

가지고 간 낫으로 바다리 집을 떨구어 버렸다.

아까 땡비에게 쏘이고 난 후에 바다리에게 쏘인 상황에서 번뜩 떠오르는 생각이 어느 놈이 더 독한 가였다.

한국 사람의 원초적인 습성이 발휘되는 순간이다.

바로 비교하는 버릇이 나온 것이다.

실제로 바다리가 더 아프면 어떻고 땡삐가 덜 아프면 어떤가?

아무런 의미도 없는 일에 비교의 잣대를 들이 댄 것이다.

먼저 쏘였던 땡비의 맛을 한 번 봤던 터이라 그런지 바다리에게 쏘인 다음의 통증은 좀 덜 한 것 같았다.

과학적으로 입증을 하자면 독성 물질이 어느 것이 더 많은지, 그리고 독성의 역가가 어느 놈이 더 높은지를 봐야 하겠지만 느낌을 가지고 독함을 가늠한다는 것은 한계가 있지 않을까 싶다.

한 여름이 지나가고 있다.

벌들의 독이 여름철 땡볕만큼이나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고 본다.

벌들이 사람을 쏜다는 것은 자신을 위협하는 존재를 경계하기 위함인 관계로 인체에도 별로 좋은 영향은 주지 않으리라 본다.

벌 중에서 말벌 같은 경우 잘 못 쏘이면 생명까지 위협을 받는다고 하니 조심에 조심을 하는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누가 일부러 벌에 쏘이기 위하여 벌집을 쑤석거리는 일은 없으리라 본다.

하지만 바깥일을 하다 보면 우연찮게 벌과 조우할 기회가 생기리라 본다.

이때 어떻게 잘 대처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벌에 독이 점점 심해진다는 것은 가을이 그만큼 가까워 졌다는 것이다.

봄에 벌에 쏘여서 애를 먹었다는 이야기는 흔치 않다.

벌이나 쐐기, 뱀 같이 인간의 근처에서 어른거리면서 살아가는 곤충이나 동물들에게는 한 여름을 지나 초가을까지 가는 동안에 조심하는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자고로 독한 땡삐와 더 독한 바다리의 계절이 돌아왔다.

이 또한 자연의 섭리가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