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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천에 가을은 깊어만 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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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규전 작성일 2018-10-03 19:02 댓글 0건 조회 75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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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천에 가을은 깊어만 가고

 

한반도에 가을 없는 곳이 어디 있으랴.

빨리 오는 곳이 있고 더디게 오는 곳이 있을 뿐.

홍천에 가을도 어김없이 철에 맞추어 우리의 곁으로 다가온다.

홍천에 가을 맛이 특이한 것은 다른 지방과 다른 일면목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가을은 단풍과 함께 온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또 어떤 사람은 낙엽과 함께 온다는 사람도 있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가을철이 된다 싶으면 자신의 마음속에 먼저 가을로 채워진다는 사람도 있다.

바로 이것이 가을의 표상이다.” 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대상이 꼭 집어내기란 어려운 것 같다.

가을을 알려주는 징표들이 워낙 많은지라 그것을 다 헤아린다는 것은 용이치 않은 문제라 본다.

 

홍천에 가을은 홍천강에서부터 출발하는 것 같다.

그래도 한 낮의 온도는 높은지라 이것이 밤 추위로 가면서 물안개 같은 것이 만들어지는 것 같다.

홍천이라는 지명 자체가 넓은 개천의 개념을 가지고 있음으로 그 개천이 주는 이미지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리라 본다.

뭐니 뭐니 해도 홍천하면 홍천 시내를 관통하는 홍천강이 백미가 아닐까 생각된다.

대하와 같은 홍천의 역사를 그대로 상징하는 것이 바로 홍천강이며 이 강물에 홍천인들의 역사가 녹아 있다고 본다.

홍천강 역사의 1/4을 가을에서 담당했다고 보면 될 것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홍천강에 가을이 내려 왔다.

무성하게 자라던 갈대도 이삭을 내 밀면서 잎 색깔이 퇴색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질컥한 토양에 잘 자라던 강 어귀에 식물들도 서서히 단풍으로 옷을 갈아입기 시작한다.

아무리 물을 좋아하는 수생식물들도 낮은 온도 앞에서는 맥을 추지 못하는 모양새이다.

물속에 유유히 헤엄치던 잉어의 움직임도 점점 느려지는 듯 한 느낌이다.

추우면 사람이건 고기건 간에 움츠려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겠는가?

 

홍천에 가을은 새벽녘이 되면 더 실감나는 장면을 연출해 준다.

강에서 올라온 물안개가 진짜 안개를 만들면서 알싸한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아침안개가 일어난다는 것은 기온의 일교차가 크다는 것을 의미하며 그 이면에는 겨울로 가기 위한 중간단계를 거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게 바로 가을이 되었다는 확실한 증좌인 것이다.

 

인간의 일상사에서 홍천의 가을은 역시 들녘에서 다가온다.

논에 벼가 누렇게 익는 것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현상이다.

봄 일찍 모내기를 한 곳에서는 여름 끝자락에 벼가 누렇게 되는 현상이 발생된다.

논에 벼가 누렇게 변하는 것을 가을의 변곡점으로 볼 수 도 있겠지만 그 지역마다의 가을은 특색있게 다가오기도 한다는 것이다.

 

홍천에 가을은 인삼밭에서 오지 않을까 싶다.

여름날 많은 농지에 검은색 차광막으로 둘러친 곳을 볼 수 있다.

이것이 벗겨지는 날이 바로 가을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홍천에서만 볼 수 있는 가을의 진 맛이 바로 인삼밭인 것이다.

5~6년 동안 아침햇살만 맞으면서 자란 인삼포에 그늘막이 벗겨지는 이 광경에 경의를 표하지 않으면 한국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

여간 인내심을 가지지 않고 재배할 수 없는 인삼밭에서 차광막이 벗겨지는 이 장면이야 말로 타 지역에서 볼 수 없는 귀한 장면이 아닐까 생각된다.

특히 자신이 냄비 근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홍천인삼 재배를 하는 사람을 떠 올리면 반면교사가 될 수 도 있을 것이다.

 

잣 따는 사람들의 손에는 잣 송진이 잔뜩 묻어 나는 계절이 바로 홍천의 가을이 될 수 도 있을 것이다.

앞산에도 잣 밭, 뒷 산에도 잣 밭인 홍천에 가을 물을 들이는 것은 잣나무의 단풍이 아니라 잣 따는 사람들의 손끝에서부터 오지 않을까 싶다.

잣나무는 요란스럽게 단풍은 안 들지만 탱글탱글하게 여문 잣 타래를 통하여 가을의 메시지를 전달해 주고 있다.

청살모가 분주히 움직이는 것도 홍천의 가을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한반도 어느 지역이던 가을의 물결은 격하게 우리의 곁으로 다가 오고 있다.

하지만 어떤 특정지역의 가을은 그 지역만이 가질 수 있는 대상을 통하여 접하는 경우가 많으리라 본다.

다른 지역의 가을 맛도 삼삼하겠지만 홍천에 가을은 그 어느 지역보다 더 감동적으로 우리의 곁에 다가오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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