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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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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규전 작성일 2018-10-30 16:37 댓글 0건 조회 77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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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보고서

위에 첨부로 제시된 파일에 나타난 내용은 어떤 학생이 체험학습을 하고 난 다음 제출된 보고서의 일부이다.

누가 썼는지 밝힐 이유는 없겠지만 이 보고서를 보면서 필자는 많은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보고서를 가지고 밥 먹는 사람이 아닌 이상 이것을 가지고 왈가왈부 한다는 것에는 무리가 있으리라 생각은 하지만 교육현장에서 쓰여진 이런 보고서가 교육적으로 얼마만큼의 가치를 발휘할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배움이 일어나는 학교 현장에서 보고서가 어떻게 쓰여져야 한다는 것 쯤은 한 번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 아닐까 하여 소개를 하는 바이다.

 

우리는 말로 하는 것에서 신뢰성을 얻기가 어렵다는 것 정도는 다 알고 있다고 본다.

공 맹자나 부처, 예수가 한 말의 신뢰성은 어느 정도 답보된다지만 일반인들이 한 말에 대해서는 검증과정을 거치지 않는 한 죄다 믿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나온 것이 기록인 것이다.

자신이 쓴 것에 대해서는 확실한 물증으로 인하여 책임도 부여해 줄 수 있을뿐더러 증빙자료로서도 훌륭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남들이 잘 한 것에 대해서는 비판보다는 칭찬으로 일관되는 것이 세상에 인심인 것이다.

잘 한 놈에게 채찍을 휘드르는 경우는 거의 없을 터이니까.

그런데 그와 역 방향으로 못난 놈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세상에 못나고 싶어서 못 난 놈, 한 놈이라도 있겠는가 만은 그 못난 사람을 잘 난 사람으로 전환을 시켜 주는 곳이 있다는 것이다.

 

잘난 사람은 더 잘나게, 못난 사람도 잘 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제도적 공간이 바로 학교인 것이다.

학교라는 데를 다니다 보면 위에 그림 같은 보고서를 쓸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학교가 아니었다면 위 보고서를 쓴 학생은 평생 보고서 한 줄 안 써보고 저승으로 가리라 본다.

위 사진의 보고서가 자신의 인생에 보탬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쓰여 졌으면 더 좋았을 터인데 하는 생각이 들어갈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위에 샘플로 제시된 보고서를 보노라니 한 숨이 저절로 나온다.

내용은 둘째 치고 글씨체 자체가 어찌하여 저렇게 바람에 눈발 날리듯 날리게 썼냐는 것이다.

필체야 자신의 고유한 능력이라 외친다면 할 말은 없겠지만 그래도 보고서를 써야 할 정도라면 정성 정도는 들어간 흔적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전혀 그런 것은 찾아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학교에서 가져오라고 하니까 할 수 없이 몇 자 끌적거려서 가져왔다 하여도 이해하기 힘든 장면이 보인다는 것이다.

 

다음에 글의 내용을 보면 어떤 장면이 펼쳐졌었는지 감은 잡을 수 있다.

이야긴 즉 제주도에 가서 비자림 숲을 걷고 난 다음 정방폭포와 핑크뮬리 농장으로 가서 구경을 했다는 이야기로 귀착이 된다.

그것을 한 문장으로 만드는 과정이 너무나 힘들었던 것 같은데 그 보고서를 쓴 학생은 앞 뒤 가리지 않고 갈겨 놓은 듯 한 느낌이다.

한마디로 귀찮게 왜 이런 것을 써 오라고 하는지 모르겠다는 의식이 깔려 있는 듯 한 느낌이다.

 

그 밑에 소감 난에는 그래도 여운이 좀 남은 듯 하다.

앞에서는 할 수 없이 글을 갈겨 놓았는데 쓰는 과정에서 그래도 감동을 주기 위해서 나름대로 생각한 것이 겨울이 되어 감귤이 익으면 노력봉사를 하러 가고 싶다는 이야기 같은데 여기서는 그래도 인간적인 매력이 조금은 보이는 것 같다.

현실적으로는 상당히 동떨어진 이야기 같지만 내심에 감동을 끌어내기 위해서 애쓴 흔적이 좀 보이는 대목이다.

 

교육을 하는 입장에서는 반성할 대목이 많이 보인다.

이런 학생의 보고서를 담임이 한 번은 읽어 보고 교육적인 지도가 좀 이루어졌다면 이런 식의 보고서는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글씨 쓰는 것부터 시작하여 내용에 이르기까지 6하 원칙은 안 지키더라도 남이 이해할 수 있고 읽기 좋을 정도의 보고서를 쓸 수 있도록 교육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도 들어간다.

그냥 방임한 결과 이런 보고서가 나온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이 학생이 사회에 나가서 보고서를 써야 한다 했을 시 이런 식으로 작성된다면 누가 제대로 봐 줄 것인가가 걱정인 것이다.

교육은 관심과 배려라 본다.

담임이던 담당자이건 간에 한 번만 훑어 봤더라면 그 학생은 보고서 쓰는 것에 대하여 훨씬 더 샤프하게 쓸 수 있는 기회를 얻었을 터인데 하는 아쉬움이 남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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