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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이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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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이 그립습니다.
오늘 아침은 예나 같이 시작한 것 같은데도 불구하고 뭔가 다르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온다.
같은 아침이지만 어제가 다르고 오늘이 다르고 내일이 다르게 느껴질 수 있는 삶을 살아간다는 것에 가치를 좀 더 부여하고 싶다.
어제가 오늘이고 오늘이 내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저 밋밋하게 살아가는 삶의 전형이라 보면 되지 않을까 싶다.
생각은 그렇지만 행동의 패턴은 어제나 오늘이나 다를 바 없는 것이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일 것이다.
달리 살고 싶어도 뾰족한 수가 별로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물러빠진 생활패턴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찾기 위해서 애를 쓰는 사람도 있긴 있다.
그렇다고 이빨부터 먼저 닦고 밥을 먹을 수야 없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자명종 소리에 깨어나 이불 속에서 뒤척뒤척 하다가 시간의 마지노선이 다 되어서야 할 수 없이 일어났다.
먼저 화장실에 들르고 이어서 세수를 하게 된다.
수건걸이에 어제 저녁에 쓰던 수건이 없어서 새 수건을 꺼내면서 뭔가 필이 꽂히는 부분이 있었다.
오늘 내가 짚은 수건은 타 수건보다 훨씬 올드하게 보이는 것이 아닌가?
혹시 무슨 사연이 있는 수건이 아닐까 하여 인쇄해 놓은 부분을 읽어 보니까 한 순간에 옛날 사연이 묻어 나는 게 아닌가.
다름 아닌 ‘365일 개업 축하 ’수건이었다.
거기에 찍힌 날짜는 2006년 11월 6일로 되어 있었다.
한참 계산할 필요도 없이 12년 전에 개업이 되었다는 것이다.
개업 수건이 우리 집에 있는 것을 보았을 때 그 당시에 개업식에는 참석을 한 것 같다.
어떤 식으로 개업식을 했는지는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개업을 한 것 만은 틀림없는 것 같다.
365일의 개업은 필자에게 색다른 추억을 던져주었던 계기가 되었다.
개업하기 전에 ‘돈가돈가’라는 상호 명을 가지고 시내에서 남산초등학교로 올라가기 전 왼편에서 영업을 하였던 시절이 있었다.
사업체가 별로 크진 않았지만 많은 동문들이 알음알음 많이 이용하던 곳이었다.
지난 세월에 이야기지만 소주와 삼겹살을 벗 삼아 추억을 많이 일구어 내던 명소 중에 명소였다.
거기서 농고의 역사도 이야기 하고 새로운 역사를 쓰기 위해서 의견도 많이 내던 곳이다.
그 보다 더 깊었던 인상은 당시에 사장님 모친이 담갔다는 아주 작은 땡초 짱아찌가 아직도 뇌리 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다.
지금은 주량이 많이 줄었지만 당시에는 소주 1병 정도는 김치쪼가리나 두부 몇 쪼가리로 먹을 수 있던 시절이었다.
배가 촐촐한 시점에 ‘돈가돈가’에 가면 본론 안주가 나오기 전에 사전 안주를 벗 삼아 초다짐을 하던 시절이었다.
물론 다른 밑반찬도 많이 나왔지만 땡초 짱아찌는 내게 있어서는 압권의 안주였다.
소주 한 잔에 땡초 고추 짱아찌 한 절음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어느 안주 보다 더 짜릿하게 나의 머리와 뱃속을 후볐다.
글을 쓰는 이 시점에서도 군침이 돌 정도였다.
물론 다른 집에 땡초 짱아찌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당시 ‘돈가돈가’에서 제공한 그 땡초의 맛은 각별히 달랐다.
물론 그 짱아찌를 만드신 분(아마 사장님의 모친)이 나를 위해서 만든 것은 아니겠지만 결과론 적으로 누군가에게 격찬을 받을 정도로 귀한 반찬이 되었던 것이다.
같은 음식을 만들 때에도 좋은 재료와 정성이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가를 말해주는 대목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흔적이 있으니까 추억이 새롭게 나타나는 것 같다.
우리는 많은 일을 하면서 인생을 엮어 왔다고 본다.
수많은 엮임 중에서 기억에 생생한 것도 있고 또 어떤 것은 가물가물 한 것도 있다고 본다.
2018년이 저물어 가는 오늘 아침 문득 발견한 365일 개업 수건이 올해를 보내는데 더더욱 큰 아쉬움과 함께 그리움을 던져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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