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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주 30년산을 마셔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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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규전 작성일 2019-01-25 10:26 댓글 0건 조회 78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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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주 30년산을 마셔보니

구체적으로 어떤 브랜드 양주라 말할 필요성은 크게 느끼지 않는다.

적어도 30년산 정도 된다면 오크통에서 30년을 묵언수행한 그야말로 도가 튼 술이라 보면 될 것이다.

인간은 10년만 수행해도 도가 튼다고 했는데 30년을 온도 변화도 별로 없는 칙칙한 곳에서 묵묵히 소임을 다 한 술의 진가는 생각보다 더 크리라 본다.

묵은 만큼 값어치가 더 나 간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인간도 묵으면 묵을수록 양주처럼 진귀하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도 들어간다.

고급스러운 양주는 빚은 다음 오크통에 넣어서 절이는 과정을 거친다.

오크통이 아닌 고무통이나 단지, 드럼통 등에 넣어서 숙성을 시켜도 되지 않냐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술 맛을 내기 위해서 별 방법을 다 써 봤을 것이다.

그 중에서 기발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오크통에 숙성시키는 방법을 고안한 것이 지금까지 내려온 최고의 방법으로 통용되고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실제 오크통 보다 더 좋은 숙성 도구도 있겠지만 아직까지 고안되지 않았을 뿐이라 본다.

 

술이라는 것은 술 종류에 따라 느낌이 다 다르리라 본다.

맥주가 있으면 그 맥주에 대한 관념이 먼저 떠오른다.

어떤 관념인지는 사람마다 다 다름으로 여기서 단정해서 이야기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막걸리, 빼갈, 보드카, 소주, 청주, 꼬냑, 포도주 등 많은 술이 있지만 이 술에 관한 이미지는 각양각색으로 나타날 것이다.

물론 취향에 따라 선호도도 달라짐은 당연지사일 것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의 로망 비슷하게 각인 되는 술도 있을 것이다.

설마 소주를 자신의 로망 술로 인식하는 사람은 별로 없겠지만 듣기만 하여도 애주가들에게 가슴을 설레게 하는 술 브랜드도 있을 것이다.

애주가가 아니다 하더라도 그 술 이름만 들어도 맛보고 싶어 하는 충동을 느끼는 술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가치가 있음으로 가격 또한 만만치 않은 것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엊저녁에 모 음식점에서 귀한 사람 몇 명과 술자리를 같이할 기회가 있었다.

세상에 귀하지 않은 사람 어디 있겠는가만 귀하다고 생각하면 더 귀해 지는 사람도 있다고 본다.

귀한 사람과 같이 밥을 먹는 것도 대단한 일인데 여기에다 귀한 술까지 겸해서 먹는 자리였다.

 

귀한 술이 있음으로서 자리도 더 귀해지는 것 같았고 온 사람들은 더 귀하게 보이는 진귀한 현상이 나타났다.

하나가 귀하면 그 주변에 모든 것이 덩달아 귀해지는 동조화 현상이 발생된다는 것을 인식시켜 주는 자리였다.

 

테이블에 음식이 차려진 다음 귀하다고 느껴지는 30년산 양주가 오픈되었다.

그 순간만큼은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양주병으로 향하고 있었다.

우리가 양주의 부름을 받고 간 것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귀하다고 느끼는 만큼 관심도 더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같은 알콜이지만 그 자리에서 소주병을 땄다고 하면 이처럼 큰 감동은 주지 않았으리라 본다.

그리고 주빈부터 해서 한 잔씩 첫 잔이 따라졌다.

양주의 고유한 색깔이 술잔에 그윽하게 감동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개회 건배사가 끝나면서 30년산 양주를 음미할 시간이 되었다.

소주나 막걸리 같았으면 첫 잔이라 단 번에 목구멍에 털어 넣다 시피 하였을 터인데 그래도 격조 높은 양주인 만큼 배우고 귀 동냥으로 들은 대로 한 모금 입에 넣고 입안에서 살살 돌리면서 미각이 있는 곳은 죄다 맛을 보여 준 다음 목구멍으로 넘기는 것도 천천히 하여 미각과 관련한 모든 세포들이 충분한 감동을 받게끔 마셨다.

 

술은 마시면 취하게 된다.

이 세상 술 중에 마셔서 취하지 않는 술 하나도 없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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