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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에 마지막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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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에 마지막 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10월에 마지막 밤을
뜻 모를 이야기만 남긴 채
우리는 헤어졌지요.
그날에 쓸쓸했던 표정이
그대에 진실인가요.
한마디 변명도 못하고
잊혀져야 하는 건가요.
언제나 돌아오는 계절은
나에게 꿈을 주지만
이룰 수 없는 꿈은 슬퍼요.
나를 울려요.”
1980년대 초에 불려졌던 이용( 47회 졸업생과 동년배)이란 가수의 히트곡 중
하나의 가사이다.
오늘은 시월에 마지막 날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시월에 마지막 밤을 맞이하게 된다.
그까짓 시월의 마지막 밤이 무슨 대수냐고 반문한다면 크게 할 말은 없다.
1년 365일 하루하루가 마지막 밤을 장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특정한 날의 마지막 밤을
크게 부각시킬 이유가 없다면 없을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크리스마스이브도 조용히 넘어가야 하는데 그건 아니라는 것을 그
때가 되면 누구나 다 알게 된다.
시월의 마지막 밤도 그와 다를 바 무엇이 있겠는가.
의미를 부여하면 날아다니는 먼지 털도 범상치 않은 게 인간사의 현상이 아니겠는가.
시월의 마지막 날은 위와 같은 노래가 나오면서 무진장 큰 의미를 부여받게 되었다.
그 전에는 시월에 마지막 날은 그 전날이나 그 다음날이나 진배없었다.
가수 이용이가 그 노래를 부르면서부터 10월에 마지막 날은 범상치 않은 날로 자리매김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허구 많은 날을 다 놔두고 이용이란 가수는 왜 10월의 마지막 날을 강조했을까?
그 이유는 잊혀진 계절의 가사에서 묵시적 암시를 해 주고 있다.
9월에 마지막 날을 대입하여 가사를 만들었다 했을 시 위 노래 가사의 진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하여 헤아려보자.
물론 10월의 마지막 날을 넣고 나니 그 밑에 가사가 우수와 사색으로
저절로 빨려 들어갈지도 모를 일이다.
어쨌든 10월을 보낸다는 것은 그냥 아무 달을 보내는 것과는 뭔가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보통 사람은 그저 10월이던 아무 달이던 간에 무덤덤하게 보내는 것이 다반사일 것이다.
하지만 어떤 특정일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이렇게 의미가 큰 날로 부각될 수 도
있을 것이다.
가을은 누가 뭐라해도 우수와 사색의 계절이다.
그 정점에는 10월이라는 달이 있다.
9월도 11월도 같은 가을이지만 10월과 같은 맛을 느끼기엔 한계가 있는 것이다.
그 가을의 중심부에 있던 10월이 허망하게 지나가는 끝자락이 마지막 날인 것이다.
아무리 무뚝뚝한 사람이라 하여도 오늘 같은 날이 여느 날과 같다고 생각하면 그건 너무
리듬감 없이 살아가는 목석같은 부류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목석은 써 먹을 데라도 있지만 목석같은 인간은 어디가도 정 붙이기가 용이치 않다는 게
현실이 아닐까 생각된다.
하늘은 그저 드높고 청명하다.
푸르르던 대 자연은 형형색색의 옷으로 갈아입고 있다.
그렇게 푹푹 삶아 대던 올 여름 날씨도 뒤로 하고 이제는 시원하다 못해
선선해지다가 스산해 지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
습하던 대지에는 상큼한 공기로 뒤덮히고 있다.
인간이 살아가는데 최적의 온도가 우리 피부에 와 닿고 있는 것이다.
곡식과 과일은 무르익으면서 인간의 곳간을 꽉꽉 채우고 있다.
모든 것이 풍성하고 안락스럽다.
하지만 마음만은 공허해지는 시점에 와 있다.
오늘 밤이 끝나면 11월이다.
10월과 맞닿은 달이지만 그 느낌은 벌써 겨울로 가고 있음을 직시할 수 있다.
최적화 된 올 가을날의 맛을 느낄 수 있는 마지막 날인 것이다.
오늘 같은 날에 위의 노래 가사를 음미해 본다면 올 가을을 보내는 것이 아쉽지만
그래도 가슴속에는 많은 여운이 남으리라 본다.
건조한 가슴보다는 촉촉한 가슴이 더 매력적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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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강신모님의 댓글
강신모 작성일
깊은 가을속 ..♡
언제나 변함없이 문학적인 글로 마음을 잠시 돌이켜보게 하는 조규전 선배님의 좋은 글에 넘 감사해요
또 어떤때는 칭찬과 꾸지람을 주시고 모교와 동문에 발전에
약이 되었음 생각해 봅니다
울 총동문회 홈페이지가 더 활성화를 위하여 총동문회 회장님 이하 집행부의 관심이 더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봅니다.. ♡
모두 파이팅!!!
조규전50님의 댓글
조규전50 작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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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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