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양(夕陽)
바람소리/김윤기
잡다한 세상사 접으시고
달빛 타고 적멸(寂滅)하셨던 내 어미의 젖무덤
저리 붉어 달아오른 날
바람 한 줄기 걸머지고 열반(涅槃)에 드는
붉은 땅거미
내 어머니 꽃가슴
저리 붉었지
대아(大我)의 어미여!
바람과 구름 빛으로 내 어머니를 품어 안은 대자연이여!
늦가을 햇살로 누리를 덮으시고 오늘을 열어
따사로운 그 길 위를 걷게 하시오니
나의 영혼이 한 없이 맑아지옵나이다.
내 생의 칼날은 무디고 둔탁하여 아직도 내 삶의 반려자를 얻지 못했다
목숨을 걸어 사랑할만한 자는 나의 명(命)보다 짧고 나약하여
높고 견고한 운명의 성벽으로 힘차게 뛰어들어 건고한 빗장 열지못하고 그 문앞에서 쓰러지고 말았지만
그 뜻이 하늘에 있음을 안다.
진즉에 깨우쳐야할 내 죄에 대하여 아직도 깨우친 것이 없으니 대지의 변방을 영원히 떠돌 미생이
내가 아닌가.
하늘이 나를 버린 것도 아니인데 내 뜻대로 바람처럼 떠도는 나일 뿐.
어느덧 게절이 깊어 만추
날이 차고 맵다.
****** 2013년 11월 중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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