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 10. 26(토) 오후
낙엽
바람소리/김윤기
별빛에 몸을 내주고
달빛에 취해 춤을 추던
바람의 자식들은
끝내
꽃잎이 되었다
혼백은 썩어
썩지 않을 고독으로
또다시 태어나
몸뚱이 시름에 내주고
고요한 혼이 되어
또다시
한 세상 살아 갈,
바시삭 바시삭 부서지는
저 황홀한 숨소리.
억새
제멋대로 자라 정원 가득 꽃을 피웠다
야생의 향기에 도취한 나의 가을은 강열하기만 하다
내 나이에 강열한 그 무엇이 남아 있다는 것은
그것이 슬픔이던
고독이던
향수이던
응얼진 어떤 절망감이던
연륜의 깊이로 정제된 맑은 열정이리니
이 계절을 사랑할만한
뜨거운 열정
내 것, 아니겠는가
앞동산에서 바라본 우리마을 뒷동산
낙엽 2
제 몸에 불 지르고 뼈와 살 타들어 간다
불꽃은 꽃잎이 되고
혼백은 재가 되어 꿈속에 잠기는데
싸늘한 몸, 뒤척일 때마다
아!
만추로 가는 저 바람
왜 이리 뜨겁게 일렁이는가.
죽음의 그루터기에서 곁가지처럼 돋아나는 속삭임
땅의 입술은 타들어 가는데
산마루에 걸린 하늘은 점점 멀어져 간다.
내가 사랑했던 땅을 지척에 두고
나목의 숲으로 떠나가는
빛 고운 저 눈물은
별 하나를 흠모하던 고독함일까
강변에 주저앉았던 그리움일까.
산떨나무 열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