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령 선자령에서 빙빙 돌아가고 있는 풍차이니 우리동네 앞동산으로부터 직선거리로 40리 쯤 떨어진 풍경을 끌어 당긴 셉이다.
며칠 새 활짝 꽃망울을 터뜨린 아카시아 꽃
죽은 것은 세월을 따라 낡고 썩어가고
산 것은 계절 따라 잎을 피우고 꽃잎을 열고
밭고랑 앞에서
바람소리/김윤기
푸른 명(命)을 가지런히 키워갈 흙의 정열
촘촘히 들어선 바람 길이 삼만 리다
태초에 부여받은 끝 없는 흙의 명(命)줄 앞에 선
내 육신의 혈맥 따라
흙 냄새 짙은 피가 붉게 흐른다
푸른 명命을 사랑하여 산과 들을 떠도는 육신이오니
대지여!
목마른 날 없는 들에서 산에서
차분히 가라앉은 흙이 되어
날더러
푸름에 젖은 숲을 키우게 하소서
날더러
피빛 같은 붉은 꽃
피워라 하소서
세상은 드넓고
정주고 사랑할만한 꽃은 지천인데
내 삶의 철학을 사랑할만한
임은 없구나
병꽃도 피고
오월 햇살에 영근 소박한 삶은 희고 가벼운 날개를 달고
정한 곳 없는 미지의 땅을 향해 떠나려한다
목메이도록 그리워할 고향마져 기억 속에서 털어내고 있는
뽀얗게 부푼 고독한 시간
아득히 멀어져 간 옛 사랑이
문득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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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히 홀로일 때
아무것도 없는 뼈아픈 그 시간
그토록 처절한 고독일 때
비로소 인간운 나로 가득 차고
비로소
사랑과 연민이 가득찬 내 눈빛으로 바라보는
세상이 열린다
배곺아 칭얼대던 누이 같은 꽃이여!
내 나이 칠척인 듯 깊었으니
그때가
옛날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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