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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기 즐거운 도봉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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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산ㅡ
서울 근교에 있는 아름다운 산이라는거야 온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고...
문제는 왕년에 본 거사가 새벽5시에 일어나 송추에서부터 도봉산-원도봉-포대능선을 건너
자운봉-오봉-여성봉으로 이어지는 도봉산 일주를 하고 천축사를 거쳐
도봉서원-광륜사로 내려 오면 대강 8시 경ㅡ
집에 와 아침을 먹고 9시까지 거뜬하게 출근을 했었다
허나,
흐르는 세월을 어찌 하겠는가?
귀밑에는 어느새 흰서리가 내리고 얼굴은 온통 주름이요 마디마디 관절이 쓰시고 저리니
오호라~두보(杜甫) 가 곡강시(曲江詩)에서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라고 했음은
그만큼 나이 먹음이 드물다는 의미였으니 어찌 더 큰 욕심을 내겠는가
그래도 아직은 쓸모 있노라고 입만 살은 늙은이들 여덞이 모여서 도봉산을 오르기로 했다
이때가 2013년 하고도 6월 9일. 시각은 10시
예나 지금이나 도봉산은 오르고 내리는 산객들로 발디딜틈이 없다
오늘 날씨가 무려 32도나 오른다는 예보도 이들의 발걸음을 막지 못했다
광륜사를 지나 양편으로 갈라진 길을 두고 산악회장이 말하기를 ㅡ
"오늘은 자운봉으로 해서 신선대까지 오른다"
속으로 요즘 본 거사가 건강이 시원치 않는데....걱정이 되었으나 어찌 내색을 하리.
까짓 썩어도 준치라고 3시간만에 도봉산을 일주하던 왕년의 소요가 설마 기어서라도
저 늙은이들을 못따라 잡을소냐. 험!
헌데,
낌새가 요상했다.
입세에서 20분도 못올라 가니 평평한 운동장이 있고 한켠에 넓직한 평상이 있었다.
누가 말했다.
"난 아침을 굶고 왔으므로 초다짐을 좀 하고 가자"
벌써? 하고 반대가 나올줄 알았는데 어허라~
이 넘들 희색이 만면하여 갖고 온 자리를 펴곤 주섬주섬 닭고기를 뜯어 안주를 삼고
시원하게 얼린 맥주와 막걸리 병을 따기 시작한다.
그래~
뭐 한두잔 걸치고 오르면 훨 힘도 나고 좋겠지.
권커니 자커니....맥주 댓짜 한병과 막걸리 다섯병이 갯파람에 게눈 감추듯 사라진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한마디 했다.
"이사람들아~ 벌써부터 술마시면 우떠하나? 자운봉 갈려면 한참을 올라야 하는데..."
겨우 겨우 자리를 걷고 다시 산행을 시작했다.
"소요 자네가 앞장 서게"
흐흐~ 뭐 본 거사의 산행 실력을 익히 아는고로 선병으로 앞에서서 이끌어 달라는 게지.
신록은 빽빽이 우거지고 이따금씩 서늘한 바람이 그 사이로 불어 온다.
그려~ 산행은 이 맛이야~
도봉산은 어디를 가던지 절경이다.
오죽했으면 시인묵객들이「중국에 황산이 있다면 조선에는 도봉산이 있다」고 했을까.
힘이야 들겠지만 조금 더 올라가면 기암괴석이 기기묘묘한 자태를 뽐내고 한눈에 펼쳐지는
서울의 전경이 시야를 확 트일 것이니 보이느니 천하명산이요 나오느니 시한수로다.
「왜 산에 왔느냐고 내게 묻기에
말 없이 웃으니 마음이 절로 한가롭네
바람은 구름을 몰아 아득히 앞서 가고
꽃향기 뒤를 따라 산새소리 지저귀니
어허라~ 이곳은 별유천지 인간세상 아니어라」
약 20여분을 걸으니 쌍갈래 길이 나온다.
휘적휘적 발길을 좌측으로 옮기는데 저만큼 뒤에서 누가 소래기를 지른다.
"야~ 좀 천천히 가"
바로 위에 또 다른 평지가 있기에 그곳에서 기다렸다.
기념사진을 한방 박고 자운봉쪽으로 길을 오르려는데 이 늙은이들 도시 요지부동.
"올라가 봐야 심만 들고..."
"그럼 여기서 도로 내려 가자고?"
"조기 편편 곳이 있으니 거서 자리 펴세나"
나~ 원~ 참~
할말이 읎다.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찬성하니 난들 어쩌겠는가?
"여기까지 올려면 아예 밑에서 그냥 있지 그랬어"
한마디 볼멘소리를 했다가 여러녀석들이 한꺼번에 쏘아댄다.
"그럼 니 혼자 갔다와"
어떤 사람은 산을 즐기려고 오고
어떤 사람은 산에 먹으려고 온다.
걸을떄는 죽을뚱 말뚱 하던 넘들이 먹을떄는 수족이 번개같이 움직인다.
바로 먹을려고 산에 온 족속들이다.
조~~오~~기 나무사이로 희게 보이는 곳까지만 오르면 일단은 갈림길로 들어 서는데...
아쉬움을 달래며 터벅터벅 내려 온다.
젠장! 뭐 이런 산행이 다 있어!
조금 내려 오다니 또 쉬는 곳이 있다.
그냥 지나칠리 읎지.
무좀에 특효약이 뭔지 아나?
회장님 가라사대..."동판(銅板)조각을 짤라서 발가락 사이에 넣으면 즉효다"
웃기는 소리 ㅡ
무좀은 발만 잘 씻으면 절대 걸리지 않는다.
고로 무좀은 게으른 인간에게 걸린다.
약은 무신 약....
어느새 밤느지가 피어난다.
여름이 성큼 닥아 오기는 했나 보다.
의정부 친구가 모두를 위하여 즐거운 뒷풀이 장소를 마련해 줬다.
산행 같지도 않은 산행이였지만 그래도 오랫만에 친구들과 만나 농을 주고 받으며
보낸 하루는 보약과 같이 신선했다.
친구들!
모두 즐거웠소,
건강히 지내고 다음에 또 만납시다.
ㅡ2013년6월9일 도봉산에서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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