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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기 도장 파는 아저씨 - 도원/김민서의 수필과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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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윤기
작성일 2013-07-02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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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장 파는 아저씨
道園/김민서
은행 문이 열리자
허름한 자전거가 멈추고
초록색 천을 두른 네모 수레 위에
야자수가 그려진 파란 난방 입으신
도장 파는 아저씨의 하루가 시작되었다.
추운 겨울에는 작은 연탄난로 곁에 두고
찬 바람이 불어도 꼼짝하지 않고 손님을 기다리시더니
봄이 지나 여름으로 가는 길목에서의 아저씨는
여유롭게 책을 읽으신다.
"아저씨 도장 두 개 부탁 할게요"
하얀 종이 위에 이름 먼저 적으라신다.
"찾아갈 곳은 못 되더라 내 고향~"
이내 아저씨의 콧노래 따라
동그란 나무 위에 쓱쓱 5분 만에 이름이 새겨졌다.
"첫 손님 고마워요.
요즘은 컴퓨터 세상이라 우리 같은 도장 파는 이들도
밥 먹고 살기가 어려워졌어요
그렇지만 일일이 손으로 하지 않고 컴퓨터로 작업하니 참 좋은 세상이죠"
"네 그렇군요~
아저씨~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시나 봐요?"
"흥얼거리면 일도 잘되고 시간도 잘 간답니다.
사는 게 별거 있나요? 힘들다 생각하면 끝이 없어요
이렇게 움직일 수 있을 때 열심히 일하고 모든 것에 감사하며 사는 거지요"
파란 난방의 창백한 얼굴이 환하게 웃으신다.
"아저씨 방금 그 노래 한 번 더 불러주시면 안 될까요?"
"앙코르 하라고요? 좋지요? 얼마든지 하지요"
아저씨께서는 열심히 두 번째 도장을 파시며 노래를 하셨다.
"아저씨~고맙습니다.
지금 부르신 노래가 저희 친정아버지께서 즐겨 부르시던 노래라
아버지 생각에 그만."
"그러셨군요. 손님 그리워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겁니다.
많이 그리워하십시오. 그리워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서로 아끼고 사랑했다는 증거지요.
부모님 살아 계실 때 아무리 잘한다 해도 아쉬움이 남지요
나 역시 항상 불효자라 생각하며 산답니다.
그리고 모든 것에 욕심내지 말고 긍정적으로 살아가야 한답니다.
찾아갈 곳은 못 되더라 내 고향
버리고 떠난 고향이길래
수박 등 흐려진 선창가 전봇대에 기대서서 울적에
똑딱 선 푸로펠라 소리가 이 밤도 처량하게 들린다."~~~
"아저씨, 노래 잘 들었습니다.
손님 많으시길 바랄게요."
"고마우셔라. 잘 가요~"
돌아서며 바라보니 이내 차분한 표정으로 책을 읽고 계신다.
긍정적으로 그리고 욕심 없이 살아가라는 아저씨 말씀이
귓전을 맴돌아 집으로 돌아가는 나의 입가에도
어느새 아저씨의 콧노래가 전염되었다.
"찾아갈 곳은 못 되더라. 내 고향~"
(슬픈 인연/노래: 道園/김민서
* 61년생 밀양 출신, 부산 사하거주
* 현, 아람문학 운영위원
* 아마츄어 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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