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6월 초하루 - 아람문학 시인과 비둘기 카페 9주년 기념 정모에서 - 이미 자리를 비운 분들이 많아 참석자 전원을 못담아 아쉽다
대구에서 1박 하고 돌아오다.
한(恨)
바람소리/김윤기
선 잠들까 두려워 미명도 없는 새벽녘에
파란 눈 뜨고 일어났던 미망(未忘)
붉게 물든 동녘을 밟고서야 나선 길,
대구로 이어진 길 휘감고 피고 진 아카시아 꽃 흔적
높은 산 끼도 돌던 머나먼 계곡보다 더 깊은 상처를 밟고 갔었네.
낮달이 걸려 서러웠다던 안동 가는 길목
찔레꽃 같은 하얀 목 슬며시 내밀고
매정히 스쳐가는 차창만 바라보던 의성 가는 길
하루로 천년의 연(緣)을 맺고 떠난 창백한 시인의 서툰 고백
헛되이 토설해 버린 연심
생생한 그 목소리
숨 거둔지 몇 해 인가
바람결에 피었던 아카시아 꽃은 지고
무성히 번져 오른 밀어들만 푸르게 익어 가는 날
밤낮 외로운 산기슭에
지쳐 쓰러진 그녀의 시어들을 눕혀 두고
달구벌 한 녘 떠돌며
뜬 눈으로 한 밤 새우고 돌아왔네.
꽃이야
그대가 꽃이야
내 뜰 안에 피어 시들지 못하는
꽃
이
야
촘촘히 가시 돋은
찔레꽃 같은
하얀 서러움
故, 권순희 시인(아람문학 초대 발행인)
의성은 고인의 고향이며
그가 잠든 곳
문단 모임엘 다녀 오는 길은 기쁨 만큼이나 무거운 마음 하나 짊어지고 온다
드라마 같은 운명으로 내 안에 들어 돌덩이 처럼 응고해 버린 업이겠지
기쁨 백을 주어도 내어줄 수 없는 소중한 내 아픔이기에
사는 날까지 그 업(業) 내려놓지 못하리
버릴 것이 무엇인가
거두어 지켜야할 존귀한 것은 또 무엇인가
부질 없고 한심한 화두를 끄집어내놓고
무성하게 어우러진 6월의 숲에서 지저귀는 온갖 새들의 노랫 소리에 귀를 기우리고 있다
이 좋은 세상 버리고 떠난 사람들
저 새소리 듣고 있을까
못보고 못듣겠지
내 몸 하나 외로운 날
높은 산, 낮은 산 어우러져 울더니
너 하나 그리운 날
인동초 꽃만 길섶에 숨어 울었지
겨우 겨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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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집스런 신념 하나, 내게 있다
나에게 특별한 대상에 대한
초지일관
初志一貫
나의 신념은 이성이 절제된 순수한 감성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이건
위아(爲我)주의에 대한 반항심일 테고
내 나이에 물질적 노예로 살고 싶진않다
진정한 삶의 가치는 인간다운
정적情的 신념으로부터 얻을 수 있기에 그렇다
이름난 글쟁이 보다
나에게 주어진 자유와 의지를 지키며 살아가는 순한 인간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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