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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기 늙은이들의 인사동 부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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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소요거사
작성일 2013-08-26 19:28
댓글 0건
조회 93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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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헤어질 터이지만 그래서인지 만남은 더욱 즐거운 것.
특히 xx친구들의 모임이란 백번이던 천번이던 설레고 정감이 넘친다.
근자 좀 불편해진 몸 때문이지 그렇게 수없이 드나들었던 이문설렁탕집을 찾는데 한참을 헤맸다.
약속시간을 20여분이나 늦어 도착하니 허릴없는 백수들 벌써 차리를 떡하니 차지하고 기다리네.
늙은이들 이 염천에 지치지도 않은지 기운들이 팔팔하다.
하긴 나도 저맘때는 북한산 백운대에서 한번 발을 굴러 몸을 솟구치면 단숨에 수백장을 날라서
노적봉 꼭대기에 올라섰어도 숨하나 흐트러지지 않았지만....
소문난 이문설렁탕 특(特)을 주문하고 술이 몇순배 돌자 맨 먼저 음담의 대가 K가 입을 연다.
"모두들 늙어서 술취하믄 지하철 계단 내려가기 심들지? 그거 간단히 해결하는 방법ㅡ
x을 바싹 앞으로 세우면 삼각대 지팽이가 되어 앞으로 꼬꾸러질 염려 전혀 읎따"
흐흐흐~~~
저 친구 패설은 언제 들어도 심오하여 한참을 머리굴려야 비로서 그 뜻을 알아 들을수 있다.
하기사 그런 수준 높은 해학을 지닌 위인이니 월남 문턱도 못가본 지가 가본 나보다 더 잘
월남 곳곳을 알고 있다고 빡빡 우기는 뻥의 제왕인게지.
날씨탓인지 평소 과묵하던 천호동 날제비 P가 뒤이어 재미난 보따리를 푼다.
"비아그라 한개를 만원에 사서 안방책상위에 놓아 두었는데 아내가 오만원을 몰래 놓고 갖어갔다.
뭐하러게?"
한참을 생각해도 모르겠어서 모두들 멍 때리니 P가 점잖이 말한다.
"지가 아는 다른 남자 줄려고...."
역시 박사는 박사답다.
다음은 C가 웃지도 않고 풀어 놓는 썰.
"춘추시대, 노(魯)나라에 미생(尾生)이란 사람이 있었다.
어느날 미생은 애인과 다리 밑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그는 정시에 약속 장소에 나갔으나 웬일인지
그녀는 나타나지 않았다.
미생이 계속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장대비가 쏟아져 개울물이 불어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미생은 약속 장소를 떠나지 않고 기다리다가 결국 교각을 끌어안은 채 익사하고 말았다."
그러고는 우리 고등학교시절 한문선생님처럼 엄숙한 얼굴로 이른다.
"이를 일러 「미생지심(尾生之心)」이라 하니 자고로 사람됨은 무릇 신의가 최고다. 특히 정치하는
인종들에게는 더욱 그러하다. 어흠~"
권커니 자커니 벗들과의 술자리는 늘 즐겁다.
각자의 고민이야 왜 없으랴만 이제 다 늙어 어느날 북망산천 갈지 모른터에 굳이 우울한 이야기를
해서 무엇하랴.
그저 만나는 이순간을 즐기며 남은 세월 나보담은 조금 덜 늙은 할멈한테 구박이나 받지 않고 살면 되는게지.
그러다가 누가 아나?
우리 회장님처럼 '베드걸' 하나 만들어서 한달에 서너번 만나 남은 인생 엔조이 하믄 더욱 좋고...
(에이~ 음흉한 늙은이 같으니라구~~ㅎㅎ)
어쩐 일인지 모두 해가 아직 중천에 있는데 서둘러 자리를 파하고 일어선다.
흠~ 이제 철들었나? 했는데 저거 보게.
모임 끝났으면 빨랑 헤어 질꺼이지 웬 하직인사가 저리 길어~
혹시?
기우는 현실로 들어 났다.
몇몇은 이런 저런 이유로 먼저 빠지고 긑까지 밍그적 거리던 몇몇이 그여 어깨동무를 하고
인사동 포차집으로 몰려 갔다.
하기사 1차로 끝나면 천하의 강농고인이 아니지이~암만~
아마도 요기 이 장면을 보는 제위들께서는 고개를 갸웃할 꺼이다.
뭔가 요상한 야그가 오가는 심상치 않은 분위기ㅡ
그날 2호집 여사장님 우리땜시 땀깨나 흘렸을 끼라.
그래도 늙은 남정내들이지만 인기 있다는 사실은 즐거운 일인게지. ㅋㅋ
포장집을 나설때 시간은 9시ㅡ
거리는 어둑하고 손에 손잡은 청춘들의 발걸음이 빌딩속을 메운다.
이날,
이 늙은이들이 마신 술은 쐬주 5병, 매실주 1병. 합이 6병.
이문설렁탕집에서 마신 것이 쐬주 10병, 맥주5병으로, 비록 참석자가 12명이라 하나 여기
이 주당들 빼고는 거의 맥주 두어잔으로 홀짝엿으니 기실 2차로 온 인사들이 실제로 오늘 마신 술은
1인당 쐬주 3병꼴이니 이 나이에 대단하지 아니한가.
당근 맥주도 몇잔 축냈을 터이고.......
그뿐이라면 말 안하겠다.
종각역 지하철 대합실에 내려와서도 또 안 헤어지고 밍그적거리더니 그여 이렇게 만장일치로 합의.
"마지막으로 생맥주 입가심 하고 가자"
함께 가자고 울며불며 소매깃 부여잡는 늙은이들을 냉정하게 뿌리치고 본 거사는 돌아섰다.
(이사람들아~ 너무 재지발게. 난도 자네들같이 소싯적엔 밤을 새워 빨아도 이튼날 말짱한 정신으로
청와대가서 대통령과 면담 스케줄 소화했노라~험!)
[후일담]
낭중 풍문에 들으니 그들 다섯은 그날 사이좋게 몽조리 외박했고 함께 잔곳은 인근 종3파출소
였다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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