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별마당

기별앨범

37기 도솔천 하얀 바람개비

페이지 정보

작성자 김윤기 작성일 2011-12-21 23:42 댓글 0건 조회 466회

본문

080713b04.jpg



도솔천兜率天 하얀 바람개비


바람소리/김윤기


분홍빛 연정 자글자글 끓던 살구나무 꽃가지 그늘에 숨어

청잣빛 하늘 몰래 훔쳐 마시던 뻐꾸기 울음소리

12월 늦서리 내린 훵한 들녘 건너 잿빛 뼈만 남은 아득한 숲으로 날아가는 날

창백한 저 아우성 멈춰 선 영마루에 솟구쳐 올라

빙빙 돌아가는 새하얀 바람개비

차디찬 바람에 휘감겨 허공을 맴도는 눈물만큼 투명한 연민인가.


사랑한 적도 미워한 적도 없는 칼날 세운 파리한 적개심

초연히 돌아가는 내력도 짐작컨대 괴물처럼 진화한 부질없는 춘심春心이려니


떨어지면 서러운 것이 꽃잎이라면

화려하게 사랑했던 몇날 며칠도 서러운 종말 앞에 무릎 꿇고 쓰러지고

끝내 목숨 내려놓아야 하는 괴팍한 억지가 사바의 순리였으니

한 줌의 재가 될 숙명 타고 났어도

한 줄기 쓸쓸한 바람 되어 흩어질 운명일지언정

진실한 그리움 안고 황홀하게 빙빙 돌아가는 하얀 날갯짓

오늘만은

꽃보다 아름다운 묵묵한 몸짓으로 자유롭게 빙빙 돌아가고 싶었으리라


그대

눈물보다 더 순결한 외로운 아우성

공허한 허공을 무심히 배회하는

서럽게 무정한 윤회의 수레바퀴여!





080713b02.jpg

무심히 뒤돌아보니

영악스럽게 진화한 소프트웨어가 진화를 거부했던 낡은 하드웨어에 촘촘히 기록된 기억들을

하나씩 야금야금 삭제 시키고 있었다.

삭제된 빈자리엔 녹슨 궤도의 소실점을 향해 달려가는 목멘 기적 소리만

까만 까마귀떼처럼 어지럽게 날아가고 있다.

늙은이 인생사 다 그런거다.

선하고 아름다운 모습도 추악한 악의 실체도 난무하는 감언이설이 빚어내는 허상일 뿐

진실하고 진솔한 실체는 어디에도 없다.

하나같이 죽어 다 같은 흙이 될 가여운 운명이리니

세월 따라 흔적 없이 사라질 삶의 궤적이리니

선과 악을 가려서 무엇 하며 진실과 거짓을 가려 무엇 하리.

어짜피 제명대로 홀로 살다 홀로 떠날 인생

내가 딛고 선 오늘이 극락이고 지옥이라네.



080713b03.jpg

아름다운 이여 그대 하나 내 곁에 있으면 나 외롭지 않다네

진실한 너 하나 내 곁에 있으면 나 행복 하다네

온갖 잡동사니 몰아 비우고 진실한 그대 하나로 내 가슴을 채우고

이르지 못한 피안을 향해 초연히 떠나야겠네.

천만년 살붙이고 살아갈 대자연이여!



080713b01.jpg



080713b05.jpg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