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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기 멍텅구리 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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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 년대말 수덕사 아래 동내에 사는 나뭇군들이 만공 스님의 어린 시봉에게
재미난 노래를 가르쳐 준다며 "딱다구리 노래"를 따라 부르게 하였다.
철부지 어린 시봉은 그져 따라 부르기 쉬운 노래라고만 생각하고
절에 올라 와서도 틈만나면 그 노래를 불렀다.
"저 산의 딱다구리는 생 나무 구멍도 잘 뚫는 데
우리 집 멍텅구리는 뚫린 구멍도 못 뚫는구나"
어린 시봉이 이 뜻을 알리가 없었다.
하루는 만공 스님이 지나가다가 구성지게 부르는 이 노래를 들으시고 시봉을 불렀다.
"그 노래 참 좋은 노래로구나, 잊어 버리지 말아라"
"예, 큰 스님".
어린 시봉 스님은 자기가 잘 불러서 그러하신 줄 알고 신이 나서 더 크게 불러 재꼈다.
그러던 어느날 서울 李 왕가의 상궁과 나인 들이 노 스님을 찾아 뵙고 법문을 청하였다.
만공 스님은 그 청을 쾌히 승락하시고, 마침 좋은 법문이 있다 하시며 시봉을 불렀다.
"스님 부르셨습니까?"
"그래, 내가 불렀느니라. 너 전에 부르던 그 노래 한번 불러보거라".
"아, 예 스님".
좀 계면쩍었지만 지난번 큰 스님께서 칭찬을 하신 적도 있어서 그 노래 만큼은 자신이 있어
목청껏 멋드러지게 딱다구리 노래를 불러 제꼈다.
"저 산의 딱다구리느은 생나무 구멍도오 자알 뚫는 데에
우리집 멍텅구리느은 뚫린 구멍도오 못 뚫는 구우나아아".
왕가의 상궁 나인 들은 이 엉뚱한 노래에 킥킥거리며 웃기도 하고,
얼굴을 붉히기도 하며 저마다의 반응을 보였다.
이 모습을 보던 만공 스님은
"바로 이 노래속에 인간을 가르치는 만고불역(萬古不易)의 핵심 법문이 있소,
두두물물(頭頭物物) 진진찰찰(塵塵刹刹),
즉 세상의 모든 것이 법문이 아닌것이 없지만
이 노래에 담긴 깊은 뜻을 헤아리게 되어야 내 말을 들을수 있을 것이요."
"마음이 밝은 사람은 이 딱다구리 법문에서 많은 것을 얻을 것이나,
마음이 더러운 사람은 이 노래에서 한낱 추악한 잡념을 일으킬 것이요,
원래 참 법문은 맑고 아름답고 더럽고 추한 경지를 넘어선 것이요.
(중간 생략)
이 땅에 태어난 중생은 누구나 원래 뚫린 부쳐의 씨앗이라는 것을 모르는 멍텅구리요.
뚫린 이치를 찾는 것이 바로 불법이요.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 이 삼독(三毒)과 환상의 노예가 된 어리석은 중생들이야 말로 참으로 불쌍한
멍텅구리인 것이요, 진리는 가까운 곳에 있소,
결국 이 노래는 뚫린 이치도 못 찾는 딱다구리만도 못한 세상 사람들을 풍자한 훌륭한 법문이요"
만공 스님의 법문이 끝나자
모두들 멋진 딱다구리 법문이었다고 큰절을 하면서 고마워 하였다.
*
*
멍텅구리 법문
경봉스님 지음(?) / 종범스님 노래
멍텅구리 노래
- 종범스님 -
멍텅구리 멍텅구리
모두모두가 멍텅구리
온 곳을 모르는 그 인간이
갈 곳을 어떻게 안단말가
온 곳도 갈 곳도 모르누나
그것도 저것도 멍텅구리 멍텅구리
올 때는 빈손에 왔으면서
갈 때에 무엇을 가져갈가
공연한 탐욕을 부리누나
그것도 저것도 멍텅구리 멍텅구리
백년도 못사는 그 인생이
천만년 죽지를 않을처럼
끝없는 걱정을 하는구나
그것도 저것도 멍텅구리 멍텅구리
세상에 학자라 하는 이들
동서에 모든걸 안다하네
자기가 자기를 모르누나
그것도 저것도 멍텅구리 멍텅구리
멍텅구리 멍텅구리
모두모두가 멍텅구리 멍텅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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