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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기 만추로 가는 길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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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윤기 작성일 2013-10-31 03:55 댓글 0건 조회 1,07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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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0. 2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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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여!

바람소리/김윤기


명(命)의 한 가닥 오르내리는 말간 뜨락에

뿌리 내리고

단내 나는 가뭄 끝에 달싹한 빗방울을 음미하며 한여름을 보냈다.


무딘 그 여름은 쉽게 끝나고 더딜 게 깊어가는 가을 길 따라

시름의 끝을 간절히 사모했던 멍울 터뜨린 국화


한 점 바람 없이 시들어 가는 적막한 땅 끝에 이르러

천명을 다할

꽃잎의 소명(召命)을 하나씩 이루어 간다.


삶의 허물을 벗어가는 계절 끝에서

홀연히 여울지는 저 아득한 향기


등 굽은 능선 넘어 어디 숨어있을

마파람의 파릇한 빛깔

비둘기 날개에 얹혀 날아들 봄을 기약하며 동그란 물결 그리며

야트막한 물가로 하염없이 하염없이 번져간다


영겁의 세월을 받쳐 사랑하여도 못내 아쉬움이 남을 갸름한 미소를

하늘에 받치고

이별을 예견한 듯

기진(氣盡)한 땅의 기운에 입술을 맞춘 후

허허로운 창공을 향해 날개를 편다.


허공을 맴돌던 싸늘한 미련이 서산마루에 걸터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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