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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기 가을날 남산에 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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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소요거사 작성일 2013-10-27 17:55 댓글 0건 조회 1,26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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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보훈병원에서 전우들과 여러시간 만나고 집에 오니 파김치다.
그래도 재경 강릉5개교 합동산행이니 어찌 죽치고만 있겠나.
"내일 어떻하던 가얄텐데"
아내는 펄쩍 뛴다.
"그리 힘들어 하면서 이 차가운 날씨에 산행이라니...정신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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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금 살금 등산화를 찾아 신고 대문을 가만히 여는데 마누라 귀는 밝아서리....
"어디가?"
이크! 얼픈 둘러 댄다능기...
"응~정낭에~"
그리곤 뒤도 않돌아 보고 냅다 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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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이미 우리 곁에 살갗이 맞닿을 만큼 바싹 다가와 있었다.
붉다 못해 시릴 정도로 진한 색조의 은밀한 유혹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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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눈 감으니 오색채단 그늘 어린 강가에 나룻배 출렁인다.
섬섬옥수 흔들며 이별을 재촉하는 저 미인
한송이 연꽃에 네 설음 실었는가
그대 위해 내 비파 한곡 뜯으리니
원컨대 내년에도 잊지 말고 나를 찾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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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좋은 풍광 보고 천하의 소요가 시 한수 없을소냐~



「심양강 나루에서 손을 밤에 보내려니
단풍잎 갈대꽃에 가을 바람 쓸쓸하다
주인은 말 내리고 손은 배에 타고
술을 들어 마시려니 음악이 없네
취해도 즐거움 없는 이별을 하려하니
망망한 이별의 강에 달빛만 젖어 있네...」

-백거이/비파행 一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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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 오를수록 추색은 더욱 완연했고 성금한 잎새들은 때마침 불어오는 바람결에
우수수 잎을 떨구며 가을나그네의 울적한 심사를 부채질한다.
비록 아침 안개때문에 시야는 흐릿했으나 그래도 마음은 백두대간을 종주 하는듯 상쾌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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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부실한 친구를 부축하여 사브작 사브작 오르는데 히잡 쓴 여인하나 방긋 웃으며 인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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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언어라고는 고작 우리말밖에 없는 친구가 묻는다.
"뭐라 하는데?"
"이스까 담 끼트나 헤 망가 깜 까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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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기 뭔 뜻인데?"
참 한심스럽기는....
이 글로벌시대에 최소한 5개국어는 해야지.
"응~ 환자 데블고 오느라 수고 많다는구먼.
그리고 낼로 보고는 핸쎰한데 옆에 사람은 폭싹 삭았다고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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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참에 충고 한마디ㅡ
모두들 건강 잘 챙기시게.
괜스레 이 친구처럼 민페 끼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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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캡술 바로 앞에 있는 이 의자에는 깊고도 슬픈 사연이 있다.
그녀와 함꼐 두번째 의자칸에 새긴 글.
<1978년10월1일 미수와 소요거사 이곳에 다녀가다>

뭐 우리 회장 부실한 허리까징 꾸부리고 의자밑을 온통 살폈으나 못찾고는 괜스레 투덜대기를ㅡ
"에이~또 속았네"
그러나 그 글귀는 분명 아직까지그곳에 새겨져 있고 나는 해마다 한번씩은 이곳을 찾아 지금은 아련해진
그녀와의 아름다운 인연을 곱씹으며 한참을 추억에 잠기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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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이 끝나고 장충공원쪽으로 하산
옛날 청계천에 있던 수표교를 지나 예약된 음식점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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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담에 뜰]이라는 예쁜 이름의 이 식당 마당에는 온갖 민속놀이 기구가 갖추워져 있다.
식사를 기다리는 지루한 시간을 천하의 재담꾼 재덕군이 가만 있을리 있겠나.

"어떤 건망증 심한 노부부가 동네의원에 갔는데 의사의 진단이 '십이지장'이 탈났으니 큰 병원에
가 보라고 했다. 부랴 부랴 읍내 병원에 갔는데 의사가 묻기를ㅡ
'할머니! 어디가 아픈가요?' 간이나 위가 아프다면 쉽게 기억해 냈을거를 좀은 낯설은 십이지장이니
그렇지 안아도 건망증 심한 할머니 이름이 생각 나겄나? 우물쭈물 하니 곁에서 보다 못한 할아버지가
'에이~ 이 망구야~ 벌써 잊었어? <십이>아프다고 했잖아!"

콰하하~
아마도 선후배 요절복통 웃음소리에 다담에 뜰 기왓장 몇개는 금이 갔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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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가을은 곧 우리를 버리고 제 갈길을 갈것이다.
온갖 초목 앙상해진 오솔길을 걸으며 '그려~ 인생 참~ 허무하구마~' 이리 한탄마시라.
오늘은 내일을 잉태하는 자궁이니 무에 아쉬우랴.
내년 이맘때 우리 또 만나 이별한 정녀(情女) 그리며 다시 비파를 뜯세나.



ㅡ2013년10월26일 재경강릉시민회 주최 남산등반행사에 참가하다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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