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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기 [re] 인간보다 더 도도한 태산은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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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윤기
작성일 2006-03-06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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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홍기, 임영빈 동기께서 처녀출정하셨지요. 또 합류할 동기들을 애타게 기다리겠소
** 인간보다 더 도도한 태산은 없더라 **
처음부터 자신이 없었던 태백산행이지만 참가에 의미를 두고 겁없이 합류했다.
달리는 버스안에서 차창을 내다보며 정작 코앞에 닥칠 좌절감 같은건 까맣게 있고
완주에 성공했던 재작년의 태백산행을 기억속에 되살리며 코딱지만한 자신감을
풍선에 바람넣듯 부풀려 가며 은백의 태백산을 맞았다.
* 재경에서 원정온 47회 후배들과 그 가족
유일사 매표소 광장에 발을 내려놓는 순간까지도 가상한 나의 용기는 살아 있었고 ---
간단한 의식을 마치고 끝없이 드러누운 순백의 언덕빼기을 저벅거리며 오르기 시작,
늑대 잇빨같은 아이젠의 성큼한 톱니로 다져진 눈길을 죅이며 일백여 m를 기어오른
후에야 비로서 내가 가진 한계가 너무도 짧다는걸 실감해야만 했다.
뱃속은 미식거리고 차오른 숨은 턱밑에서 내려갈줄 모른다.
젠장 ---
이건 내 자신에 대한 무서운 실망이고 좌절감이기도 했지만 힘들게 올라가야 하는 길이
있다면 쉽게 되돌아 내려가는 길도 있다는 맹랑한 생각이 나를 유혹한다.
그건 유혹이 아니라 적어도 그순간에 내가 가질 수 있었던 유일한 희망이였다.
오도 가도 못하는 처지가 진정한 절망이다.
내려갈 길이 있고 내려갈 수 있다는게 얼마나 큰 행운인가.
그럼에도 나는 이 큰행운을 포기했다.
포기한 것이 아니라 포기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강요아닌 강요를 뿌리치지 못하고 쉬엄쉬엄 비탈을 타고 오르며 힘들면 주저앉고,
숨을 고르고, 또 기어오르고 ---
* 서창식(47회) - 쥑이는 트럼벳 주자로 일명 나팔수로 명성을 얻어가고 있다.
답답한 내 걸음거리에 발을 맞추어주는 후배들이 이렇게 고마울줄 예전엔 미처 몰랐구.
서창식 후배의 트럼벳 가락에 숨도 고르고,
재경에서 원정온 47기 후배들이 배낭을 열어 건너주는 음료와 과일로 목도 축이고
달콤한 빵으로 원기를 복돋우며,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동안 어느 순간엔가 순백의 태백산도 그 도도한 그의 정수리를
내 발바닥 아래로 고개를 숙이고 말았더라.
인간보다 더 도도한 태산은 없구나.
어쭈꾸리한 나의 자부심이지만 정복한자의 도도함으로 뻐근한 다리를 주무르며
나는 이 순간 힛쑥거리고 있다.
* 심기호(48회) 사무국장 - key-k산악회를 우직하게 지켜온 상머슴
* 김광회(50회) - 불량감자(김양회 53회)의 친형이며 현 영동로타리클럽 회장
* 노래 - 김지희 여사(44회 김정기 동문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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