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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기 날이 밝았으니 이제 여행을 떠나야 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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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sbs 작성일 2006-03-26 06:52 댓글 0건 조회 35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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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를 위한 서시

류시화

날이 밝았으니


이제 여행을 떠나야 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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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과거의 상념속으로 사라지고


영원의 틈새를 바라 본 새처럼 그대 길 떠나야 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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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돌아 오지 않으리라


그냥 저 세상 밖으로 걸어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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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불꽃 같은 삶과 바람 같은 죽음을 원했으니


새벽의 문 열고 여행길 나서는 자는 행복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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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잠들지 않은 별 하나가


그대의 창백한 얼굴을 비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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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잠이 덜 깬 나무들 밑을 지나


지금 막 눈을 뜬 어린 뱀처럼 홀로 미명속을 헤쳐 가야 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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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삶의 몽상을 끝낼 시간


날이 밝았으니 불면의 베개를 머리맡에서 빼내야 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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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아침이여!


거짓에 잠든 세상 등 뒤로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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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발 펄럭이는 영원의 땅으로


홀로 길 떠나는 아침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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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소유하지 않은 자


혹은 충분히 사랑하기 위해 길 떠나는 자는


행복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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