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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기 죽어서도 바람쒜고 하늘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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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바람소리 작성일 2006-05-16 01:11 댓글 0건 조회 33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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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도 바람쒜고 하늘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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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질 깊이, 구덩이속에 곽을 내려놓는다.
매정한 발길들이 투덕투덕 회닫이를 마치고 이내 한겹 한겹 흙더미를 쌓고 다지고
한적 한적 잔디를 심고나면 덩그런 봉분 하나 만들어 지고
새까만 비석 하나에 이름 석자 하얗게 새겨 꽂아 놓는다.
너레반 같은 상석위에 제물을 차려놓고 회한의 곡소리를 마지막으로 한줌 연민을
가슴안에 품어들곤 칠흑같은 적막만을 여기에 남겨둔채 모두들 훌훌 제집으로 돌아가 버린다.
이미 몇몇일전에 끝나버린 인생에 대해 또 한번의 끝을 남겨두고 그렇게 가버린 자리이다.

흙으로 돌아가는 시간이 길던 짧던 그것은 침묵과 암흑의 시간속에선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곳은 오늘도 없거니와 정녕 내일도 없다.
낮과 밤과 바람과 구름과 하늘도 빛을 잃었고 흐르는 시간마져 아무런 의미가 없는 세계다.
마치 존재하지 않는것에 대한 존재의 가치와 의미를 찾는 헛된 방황만이
그를 여기에 남겨두고 떠난 사람들의 끝없는 공론으로 남아 있을뿐
아무도 결론을 내리지 못한채 그렇게 살다가 그들도 어느 날 어느땐가는 이곳에 이 사람처럼
이렇게 버려지거나 남겨질 것이다.

인생의 끝이 이러하다면 이렇게 허무하다면, .
차라리 저기 저 드넓은 세상을 설치듯 휘돌아 치는 바람이 되거나
차라리 한그루 나무밑에서 찰진 거름이 되어 뿌리와 줄기를 타고 땅위로 높게 높게 기어올라
생전에 못다 바라본 저 파란 하늘을 바라볼 일이다.

가벼운 흔들거림으로 바람에 화답하고 둥지틀 새들에겐 가지를 나어줄 일이다..
파란 잎파리를 유감없이 펼쳐놓고 한여름의 눈부신 햇살을 받을 일이다.
생전에 이루지 못한 사랑도 천만년을 연모하며 울기도할 일이다.
사랑하여도 사랑하여도 지치지 않을 연인이 있다면 한그루 한나무로 다시 만나
천만년을 함께할 일이다.

수목장!
얼마나 매력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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