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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기 [re] 어떤 재회...그러나 소쩍새만 슬피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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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소요거사 작성일 2006-06-09 13:46 댓글 0건 조회 20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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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러내지않는 사랑은 의미가 없어
가진것만큼 보여주는 거야
사랑의 속성은 주면 줄수록 더욱더 넘친다는 거지 -

이 말은 맞는 말일세
가슴속에만 담고 있으면  사랑은 아무 의미가 없는게야
표현 해야지
그것도 아주 적극적으로 말이야

다음 얘기를 들어보게
.
.
.
茶房 안은 후덥지근 했다.
방음 장치가 덜된탓인지 번잡한 거리의 소음이 매끄럽지 못한 음악과 함께
실내를 가득히 메우고 있었다.
약속 시간이 30분이나 지나 男子는 헐레벌떡 다방문을 밀치고 들어섰다.
女子는 이미 구석진 자리에 당도해 있었고, 잠시 두리번 거리던 남자는
등만 보이고있는 그녀를 힘않들이고 찾아냈다.
아마 평소 입구를 등지고 앉는 여자의 버릇을 잘 알고 있는듯 -

남자가 테이블에 다가갔을때,
그때까지 꼼짝않고 책을 보고있던 여자가 미소를 띄우며손을 내 밀었다.
-안녕...오래 만이예요
남자도 손을 내 밀었다.
-안녕...오래만입니다
더운 날씨에 꼭 조여맨 넥타이가 조금 갑갑한듯 남자는 목을 움직여 보더니 여자의 앞에 앉았다.
.
-무척 건강해 진것 같은데..? 어때요...시골생활 좋지요
-그럼요 공기맑고 물좋고 ...무엇보다도 고향에 왔다는 안도감이 이렇게 건강하게 만든가 봐요
-솔직이 말하면...그것보다...마음이 편했기 때문이였겠지
여자의 표정이 조금 변한듯 움직였다.
-그럼요 얼마나 편했다구요. 그러니 이렇게 살도 쪘지요
남자의 표정도 조금 무겁게 움직이는것 같았다
-재미있을 겁니다. 칼자루를 쥐고흔드니까..
-칼자루요? 도대체 그 칼자루는 몇개나 되는거죠?
두사람 사이에 잠시 침묵이 감돌았다.
(이러지 않으려 했는데...만나면 무척 할얘기가 많았는데..)
(그리고 그건 이런 얘기가 아니였는데..)
남자는 답답한듯이 앞에 놓인 사이다잔을 소리내어 벌컥 벌컥 마셨다.
여자가 테이블 아래로 시선을 깔면서 말했다.
-역시 과장님은...만나기만하면 무거워 져요
또다시 침묵이 흘렀다.
조금전까지 팝송이 흐르던 다방안에는 이때 요즈음 유행한다는 가요곡이 어느 여가수의 흐느끼는 목소리를 타고 흐르고 있었다

이윽고 남자가 일어섰다.
여자도 그의 소지품을 들고 일어섰다.
이제 막 일몰이 진 거리는 귀가길의 시민들로 메꾸어 있었고 초저녁의 후덥지근한 열기는 그들의 어깨를 짓눌러 왔다.
육교앞 건널목을 거의 왔을때 잠시 망설이는듯 하더니 남자가 말했다.
-목좀 추기고 갈까? 조금 늦게 들어가도 되지?
-글쎄요. 오늘 밤 차로 내려 갈려고 왔는데..
-가...함께...금새면 되니까
여자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그들은 함께 골목길을 꺾어서 대폿집이 즐비한 골목으로 들어섰다.
순대 한 접시와 나물 한대접을 안주로 시키고 술병을 가운데 두고 두 사람은 마주 앉았다.
여자가 술병을 들어 남자의 잔에 술을 부었다.
남자가 그 술병을 받아들더니 이번에는 여자의 잔에 가득 술을 부었다.
남자가 먼저 잔을 들고 여자의 잔에 그것을 부딫치며 말했다.
-이런 자리 정말 오랜만이군,자!우리 건배합시다.인류의 평화와 행복을 위하여!
쿡쿡 ~여자가 웃음을 터트리며 마주 잔을 부딪쳐 왔다.
-그말 제가 할려고 했는데...
-왜 있잖아.그 다음말...뒷집 강아지 순산을 위해서! 하하하

둘은 함께 잔을 들고 마신후 똑같이 잔을 놓았다
-사실은 이렇게 말할려고 했는데..우리의 재회를 위하여! 그리고 당신의 건강을 위하여!
-저두요. 그동안 정말 몇번이나 전화하고 싶었어요. 그러나 그러지 말아야 되는것 아니예요?
몇번이나 제 자신을 채찍질 했다구요.과장님은 ...그렇지 않았겠지요?
-글쎄...보기엔 어떨것 같았어? 자! 내 얼굴을 봐.얼마나 살이 쪘는지. 곁에 없으면 잡념이 없으려니 했는데 그게 아니었어.정말 괴로운 나날이였으니까.왜 전화는 않했을까.
-그러셨잖아요.이제 전화 하지도 말고 만나지도 말자고.
-그거야 날 약올리니까 그랬지.그쪽 입에서 먼저 안 나오겠다고 하니까
-전 출근만 안한다고 했지 다른얘긴 한마디도 안했어요.과장님 혼자 말씀하시고 혼자 결론짓고
혼자 악수하자고 손내밀고...제가 왜 악수해요? 전 하고 싶은 얘긴 하나도 안했는데.
-힘든 사람이군 여전히 00씨는-
-과장님도 힘든 분이얘요,,,언제 만나도...
두사람은 마주보고 ,그리고 웃었다
이제 그들사이에 쌓였던 불신과 오해는 조금 가신것 같았다.적어도 이 순간만은-

남자는 적게 마신것 같았고 여자는 조금 취한것 같았다.
11시가 훨씬넘어 두사람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자가 남자의 오른팔을 꼈다.
남자는 왼손을 더듬어 팔장낀 여자의 손을 잠았다.

전철에서 내려 집앞까지 바래다 주고 헤어질때 여자가 말했다.
-전요...제자신 무척 강한줄 알았어요. 그런데 형편없다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되었어요.

짐으로 돌아가는 길목에서 흐릿한 여름밤의 별빛을 바라보며 남자는 이렇게 중얼거렸다
(저 밤하늘은 왜 좀더 활짝 개여 주지 못하는 걸까)
.
.
.
좀 지루했지?
수십년만의 추억지를 꺼내놓고 읽다보니 그렇게 되였네..
그래서 결론이 뭐냐구?
결국
그 남자와 여자는 헤어졋지
가슴속에 사랑을 담고만 있었던게야
자네말대로 적극적으로 표현하지 않았던 게지
주면줄수록 더욱더 넘치게 온다는 사실을 간과한 탓이야.
사랑은
그래
표현해야 돼
그것도 적극적으로-
자네말이 맞아.
.
.
.
오늘은
내 바람소리 자네에게
석잔의 賞酒를 내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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