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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기 여름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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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바람소리 작성일 2006-06-25 12:14 댓글 0건 조회 27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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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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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에 젖은 풀빛을 열어 놓고
안개같은 물빛을 쭉지 아래로 열어 놓고
울음같이 쏟아내는 네 언어에 위안을 얻는다.

겨울쯤
하늘이 얼어붙고
바람이 몹시 쓸쓸한 날
너에게 위안이 될만한 언어를 갖고 오리라.

사랑하고 사랑해도 눈물만 남던 이야기와
바람처럼 휘돌아 치며
소년 처럼 방황하던 내 영혼의 이야기와
낙엽지던 숲속의 이야기를 갖고 오리라.

네 설음에 내가 울고
내 설음에 네가 울며
멍울진 가슴을 풀고 핏덩이 같은 恨들을 토해 버리자.
봄이면 새롭게 태어날 생명들이
더덕 더덕 균열진 껍데기 속에서 겨울의 추위를 견디고 있을때
더욱 위대할
나목들의 곁에서
겨울바람 쐬고 싶다.



인생은 허무한 것이다.
절실한 허무를 느끼지 못한다면 그건 산것이 아니다.
후회하고 회개한들 받아주고 용서할 아무것도 없지만
그건,
우리를 태어나게 하고
우리를 길러 주었던 대지와
어느 하나 챙기지 못하고
빈손으로 돌아갈 하늘에 대한
마지막 경외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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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이다.
바다의 끝을 넘어 바람속으로 숨어버린 기다림이다.
뱃전에 걸터앉아
나 또한 누군가를 기다리며
너 처럼 기다림에 지쳐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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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상궂은 표정들을 조각내 버리고 싶어
찟어진 표정들 사이로 물바람이 흐른다.
인간에 대한 너의 분노,
너의 꾸짓음도 점점 지치고 있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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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낙원의 이브이다.
드러낸 맨살을 수줍어하며
아담의 아들들을 키워낼 젖무덤
거룩한 어미가 되어 온갖 슬픔과 고통과 싸울 모성을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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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깊은 상처를 어찌 견디었을까?
어찌 견디고 있을까?
신음소리도 없다.
상처의 후유증은 깊기만 한데
쇠약한 나뭇잎들은 하늘을 향한 기도 처럼 팔랑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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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고 싶은 사람은 꽃으로 피어라
나무이고 싶은 사람은 잎푸른 나무이거라.
물이고 싶은 사람은 잔잔한 호수이거라.
바람이면 어떠냐.
돌이면 어떠냐.
내가 나인것은 주어진 운명일 뿐이다.
스스로 나되어 태어난자 없고
스스로 나되어 죽은자도 없다.
산것으로 살다 죽은 것이나
죽은 것으로 존재하다 사라지는 것이나
내가 아닌 나만이 있을 뿐인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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