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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기 이발사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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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광해군 작성일 2006-07-20 09:36 댓글 0건 조회 42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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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님
은은한 엤향기가 묻어나는 글인것 같아 퍼왔읍니다(50회 김광회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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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나는 이발사가 되고 싶었다.
면소재지
면사무소 근처의 작은 이발소.

열 마리의 새끼에게 젖을 먹이는 돼지의 그림이 걸려 있는 액자와
물래방아가 도는 산촌의 그림이 있고
친지들의 이름으로 제공된 소문만복래,가화만사성,천객만래,희망을 쓴 현구아래
축 개업,축 발전따위의 하얀 페인트로 쓴 글씨가 박혀 있고,
창문이 작은 이발소를 하고 싶었다.

여름이면 이발소 창문밖에는 이태리 포플러들이 흔들리고 매미도 울 것이다.
널어 놓은 얇은 수건은 말라가고,라디오에서는 노래가 흐를 것이다.
하릴없는 노인 둘이 장기를 둘 것이고 그들의 손에는 부채도 들려 있을 것이다.
점심이면 틀국수를 삶아 찬물에 행궈 열무김치에 비벼 먹을 것이고
나른하면 오수에도 빠질 것이다.

겨울에는 연탄난로 위에서 양은 물통이 수증기를 내뿜고 있을 것이다.
장날에는 온 면(面)내 식솔들의 소식을 들을 것이고
무싯날에는 난로가의 강아지와 앉아 뽕짝기타를 칠 것이다.
창밖으로 내리는 눈을 보며 수증기서린 유리창을 손으로 문질러 닦아 들을 볼 것이다.
가죽피대에 면도칼을 갈고,난롯불에는 밥을 볶아 먹을 것이다.

머리를 깎기만 하면 조는 아이들을 수시로 깨워야 할 것이고
손님이 없을 때는 텃밭을 일구어 푸성귀도 먹어야 하지 않겠는가.
해거름에는 여울로 나가 피라미와 메자낚시라도 해서 안주를 만들 것이고
때로 밤이면 인근 이장집에서 찐 옥수수와 감자를 먹기도 할 것이다.
나는 그렇게 살다가 원래 없었던 듯 죽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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