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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기 美 심장부가 강타당한 치욕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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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sbs
작성일 2006-07-24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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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61회
본문
AFTER THE ATTACK:
Fighting Back A New Date of Infamy
美 심장부가 강타당한 치욕의 날
1백10층짜리 무역센터가 무너져 내리고 펜타곤이 파손됐다.
이번 테러로 美본토는 안전하다는 환상이 깨져버렸다.
Evan Thomas 워싱턴 지국 기자
인터넷 회사의 세일즈맨인 제레미 글릭은 자신이 살아남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직감했다. 납치범들이 뉴어크에서 샌프란시스코로 향하던 유나이티드 항공(UA) 93편의 승객과 승무원 45명에게 비행기를 폭파시킬 계획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도 글릭은 휴대폰으로 뉴저지州 북부에 있는 집으로 전화를 걸 수 있었다. 아내인 리즈는 뉴스위크에 이렇게 말했다. 당황한 목소리가 아니었어요. 나를 위해 일부러 강한 모습을 보이려 했을지도 모르죠. 상당히 차분했어요.
글릭은 휴대폰으로 가족들과 통화한 다른 승객으로부터 비행기 두대가 이미 맨해튼의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으로 돌진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그게 정말인지 아내에게 물었다. 리즈는 사실이라고 말해주었다. 그때가 오전 9시 45분쯤. 그녀는 TV로 정말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글릭은 리즈에게 자신이 탄 비행기가 이란인으로 보이는 3명의 남자에게 납치됐으며 그들은 붉은 머리띠를 하고 있고 폭탄이라고 주장하는 붉은색 박스를 들고 있다고 전했다. 그중 한명은 칼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글릭은 다른 무기는 보지 못했다. 납치범들은 승객을 비행기 뒤편으로 몰아넣고 자신들은 승무원들과 조종실에 있었다.
글릭은 리즈에게 자신을 포함한 네댓명의 승객이 동시에 납치범들에게 달려들어 그들을 제압하는 계획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내에게 사랑한다며 자신이 살아남지 못하면 세달된 자신들의 아기를 잘 부탁한다고 말했다. 리즈는 아버지 리처드 메이클리를 바꿔주었다. 그들의 대화를 감청한 수사당국의 소식통에 따르면 전화를 바꾼 뒤 침묵이 흐르다 비명이 들렸고 또 조용하다가 다시 날카로운 비명이 들렸다.
그리고는 더 이상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보면 글릭을 포함한 몇명의 용기있는 승객이 정부의 최고위 관리를 포함해 수백명의 목숨을 구했는지도 모른다. UA 93편의 항로는 클리블랜드 부근에서 기수를 거의 1백80도 돌려 워싱턴 D.C.로 향했다. 백악관이 목표였을까? 아니면 의사당? 그러나 결국 그 비행기는 10시 10분쯤 펜실베이니아州의 인적 드문 들판에 추락했다.
UA 93편의 경우는 용기가 비겁함을 누르고 승리한 사례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2001년 9월 11일 그날은 테러의 힘이 압도적인 하루였다. 진주만이 피습된 1941년 12월 7일처럼 그날은 미국 치욕의 날로 영원히 남을 것이다. 미국의 정치․경제적 심장부에 대한 대담한 공격은 미국 본토는 어떤 공격에도 끄떡없는 요새라는 생각을 조롱거리로 만들었으며 반미감정이 세계 도처에서 들끓어도 미국에 있는 국민들은 안전하다는 환상을 여지없이 깨버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세계무역센터가 서 있던 자리에서는 연기와 먼지의 거대한 구름이 피어올랐다. 그것은 일본군의 진주만 공격 장면을 상기시켰다. 다른 점이 있었다면 이번에는 그 구름떼가 수많은 민간인들이 일하고 거주하는 맨해튼 하단지역을 뒤덮었다는 사실이다. 나이 많은 미국인들은 세계무역센터의 1백10층짜리 쌍둥이 빌딩이 완전히 붕괴되면서 한쪽 옥상에 설치된 송신탑이 아래로 꺼져 내려가는 장면을 보며 64년 전 뉴저지州에서 발생한 독일 비행선 폭발사건을 찍은 흑백 뉴스 장면을 떠올렸다.
이번 참상의 사망자만 해도 수천명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정확한 숫자는 오랜 시간이 지나야 집계될 것이다). 그리고 이 비극의 동기는 인간의 어리석음이 아니라 사악함이다. 일단의 테러리스트 분자들은 잘 훈련된 특공대도 꿈꾸기 어려운 전술적 정확성으로 4대의 민간 항공기를 유도 미사일로 둔갑시켜 미국 자본주의의 대표적 상징인 세계무역센터를 파괴하고 미국 군사력의 중추신경인 펜타곤을 일부 파손했다.
정치인들과 논평가들은 곧바로 전쟁을 들먹였다. 그러나 전쟁이라면 차라리 쉽다. 진주만의 경우는 적어도 일본군이 미국의 군사기지를 공격한 것이기 때문에 적이 확실했다. 그러나 뉴욕과 워싱턴의 민간인 희생자에 대해 보복하려면 미국은 그림자를 쫓는 신세가 될지도 모른다. 정보 소식통은 뉴스위크에 이번 테러의 궁극적인 책임이 오사마 빈 라덴에게 있다는 것을 90% 확신한다고 말했다(빈 라덴은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의 회교도 과격주의자로서 거대한 국제 테러조직을 운영하고 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의 정보당국은 목표물들을 명중시켰다는 빈 라덴에게 보내는 무선연락을 감청했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의 험준한 산악지대에 숨어 있는 것으로 알려지는 빈 라덴을 미국 정보당국이 어떻게 찾아낼지는 확실하지 않다. 또 그 작전이 성공한다고 해도 빈 라덴이 그랬듯이 그의 후계자들이 회교도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미국인들을 제거함으로써 천국에 갈 수 있다고 부추기지 않을 것이라는 확증도 없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리더십의 어려운 시험에 직면해 단호한 대국민 성명을 발표했다. 굳은 얼굴을 한 부시는 11일 정오쯤 카메라 앞에 나타나 오늘 아침 자유 그 자체가 얼굴 없는 겁쟁이들에 의해 공격당했다. 그러나 자유는 패배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반드시 이 비겁한 행위에 책임이 있는 자들을 색출해 응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부시는 이 성명을 루이지애나州 바크스데일의 보안이 철저한 공군기지에서 발표할 수밖에 없었다. 그 직후 그는 전략공군사령부가 있는 네브래스카州 오마하 부근의 또 다른 공군기지로 향했다(미국 대통령에 대한 테러 공격이 우려됐기 때문에 보좌관들의 권유로 벙커로 피신할 수밖에 없었다). 밤이 돼서야 부시는 전투기의 엄호를 받으며 워싱턴으로 귀환했다.
미국의 수도 워싱턴 상공에는 전투기가 날아다닌다. 또 로비스트들이 호화스러운 식사를 즐기던 K 스트리트에는 장갑차들이 경계를 서고 있다. 뉴욕항 근해에는 항공모함들이 순찰을 하고 있다. 미국 내의 모든 항공편이 취소됐다(사상 초유의 일이다). 자유의 종이 있는 독립기념관도 문을 닫았다. 그 외에 시애틀 스페이스 니들․뉴욕 증권거래소․뉴욕 지하철․디즈니랜드․금문교 등도 폐쇄됐다. 그런 것들은 곧 다시 문을 열었지만 미국인들의 삶과 특히 미국인들의 심리상태는 오래도록, 아니면 영원히 예전 같지 않을 것이다. 최후의 초강대국이라는 미국이 호주머니칼로 무장한 몇 안되는 광신도들에 의해 두려움의 볼모가 됐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들과 베일에 싸인 공모자들은 알라를 위해 기꺼이 죽는 대범함 외에 대단한 영리함도 보여주었다. 모의자들은 일기예보를 면밀히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그들은 항공편이 지체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청명한 아침을 택했다. 기습공격이 성공하려면 세개의 서로 다른 도시에서 출발한 4대의 항공기가 수분 내의 차이로 거의 동시에 목표물에 명중할 수 있도록 하는 주도면밀한 계획이 필요하다.
납치된 보스턴발 LA행 아메리칸 항공(AA) 11편, 같은 항로의 UA 175편, 덜레스발 LA행 AA 77편, 뉴어크발 샌프란시스코행 UA 93편은 모두 오전 7시 59분에서 8시 21분 사이에 이륙했다. 테러리스트들은 장거리 비행을 위해 연료가 가득 채워진 대형 비행기를 골랐다. 그래야만 비행기 자체가 대형 폭탄이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비행기 납치는 순조롭게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펜나이프와 박스커터로 알려진 조잡한 무기를 지닌 납치범들은 금속탐지기를 쉽게 통과했을 것이다.
또 비행기 한대에 3~4명씩 탑승한 납치범들은 조종사들을 흉기로 위협해 많은 사람으로 붐비는 대형 건물을 들이받도록 했을 수도 있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납치범 가운데는 조종사 출신이 끼여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납치된 기종인 보잉 757 및 767機는 조종실 구조와 조종장치가 비슷하고 종종 국제선에 사용된다. 한 베테랑 조종사는 뉴스위크에 납치범들이 비행 시뮬레이터를 이용한 연습만으로 목표물로 비행기를 조종해갈 수 있는 방법을 배웠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겁에 질린 승객들로부터 간간이 걸려온 휴대폰 통화 내용은 납치범들이 칼로 승무원들을 살해했다는 것을 시사한다. 승무원들의 비명이 들리자 부조종사가 조종실 밖으로 나왔을지도 모른다. 납치범들은 비행기의 고유 편명과 속도․고도를 관제소에 알려주는 트랜스폰더를 껐다. 납치범들이 휴대폰을 소지한 승객들에게 집에 전화를 해서 곧 죽게 된다고 말할 것을 지시했다는 보고도 있다.
뉴욕 맨해튼에서 러시아워가 막바지에 이르기 시작한 오전 8시 45분, 세계무역센터의 제1타워 87층에 있는 한 증권회사에서 근무하는 제이슨 브라운스타인(22)은 책상에서 간단한 아침식사를 끝냈다. 바로 그때 첫번째 비행기인 아메리칸 항공 11편이 10층 가량 위쪽을 들이받았다. 브라운스타인은 건물이 휘청거리고 흔들리며 요동쳤다고 말했다. 77층에 위치한 컨설팅 회사의 인사책임자인 바버라 챈들러는 충돌하고 흔들리는 느낌이 들어 창문 밖을 쳐다보다가 유리조각과 종이가 쏟아져 내려가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곧바로 사무실에 독성가스와 연기가 차기 시작했다. 우리는 종이타월에 물을 적셔 얼굴을 덮고 77층을 걸어 내려왔다고 말했다. 계단에서는 모두가 침착하고 질서정연했다. 챈들러는 사람들이 서로를 위로하며 물을 나눠주고 임신한 동료를 돌봐주는 등 참으로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첫번째 비행기가 충돌한 지점 위쪽 사무실에 있던 사람들은 강렬한 열과 연기로 공황상태에 빠졌다. 제레미 데이비즈는 세계무역센터 부근을 걷고 있다가 끔찍한 광경을 목격했다. 그는 15명 이상이 그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것을 보았다. 모두 죽었다. 군중 사이에서 비명소리가 들린 뒤 위를 쳐다보아도 그들이 떨어지는 시간이 그때부터 10초 정도는 더 걸렸다. 어떤 사람은 팔을 마구 휘저으며 떨어졌고 어떤 사람은 팔을 뻣뻣이 한 채 떨어졌다고 말했다. 적어도 한 커플은 손을 잡고 떨어졌다.
데이비즈가 그 광경을 보고 있는 동안 두번째 비행기인 UA 175편이 쌍둥이 건물의 제2타워를 덮쳤다. 그곳에서 일하던 사람들은 건물 관리자들로부터 제1타워에 문제가 발생했지만 제2타워는 안전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55층에서 근무하던 컨설턴트 팀 오브라이언은 탈출할 필요가 없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다가 두번째 비행기가 내리꽂히자 그들은 어서 빨리 대피하라고 소리쳤다고 말했다. 소개는 질서정연히 이뤄졌다.
그러나 전등이 깜박거리고 자동 스프링클러가 작동되면서 겁을 먹은 사람들은 휠체어를 탄 사람들이 뒤에 보여도 도와주지 못하고 그냥 두고 내려갔다. 그들은 또 구조대원과 소방관들이 화염 속으로 돌진하는 것도 목격했다. 제1타워의 81층에 있었던 짐 피소멘(46)은 무너져내릴 건물로 소방관들이 뛰어들어가는 광경은 정말 보기가 안쓰러웠다. 그 위험한 곳에 들어간 사람들은 정말 대단한 용기를 가졌다. 난 세자녀의 아버지다. 이제 더 이상 뉴욕에서 살지 않겠다고 말했다.
소방관들도 처음에 잘 몰랐던 사실은 항공기 연료가 뿜어져 나와 섭씨 1천도 이상의 고열로 타면서 건물을 지탱하던 철제빔이 녹아 들어가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10시 5분 남쪽에 위치한 제2타워가 주저앉았다. 10시 28분에는 제1타워가 내파하듯 가라앉으면서 먼지와 연기가 지상으로 밀려가자 수천명의 보행자들이 대피하느라 일대 혼란이 빚어졌다. 87층에서부터 계단을 타고 내려온 제이슨 브라운스타인은 구조대가 처음에는 천천히 밖으로 나가세요라고 말한 것으로 기억했다. 그러다가 건물 전체가 무너지기 시작하자 그들은 빨리 뛰어라고 고함쳤다고 돌이켰다. 브라운스타인은 진짜 공포는 지상에서 나타났다.
나는 차 밑으로 기어들어갔다. 건물 잔해가 계속 떨어져 내리는 소리가 들렸다고 말했다. 멀리 떨어진 브루클린에서 사는 사람들은 거대한 잔해가 마치 눈송이처럼 흩날리며 떨어지는 것을 지붕 위에서 바라보았다. 이스트江을 건너 쌍둥이 건물이 바라다보이는 브루클린의 한 학교에서는 교사들이 스카이라인에서 이가 빠진듯 공백이 생긴 것을 학생들이 보지 못하도록 커튼을 내렸다. 학부모인 닐 웨인스토크는 이 동네 아이들은 세계무역센터를 잘 안다. 그들은 그 건물을 친구처럼 생각한다. 건물이 붕괴되자 교사들은 창문에 커튼을 내렸다. 아이들은 겁에 질려 있었다고 말했다.
맨해튼에서 남쪽으로 3백20km 정도 떨어진 워싱턴 외곽. 관제요원들은 세번째 비행기인 AA 77편이 서부로 가던중 기수를 거꾸로 돌려 전속력으로 백악관으로 향하는 것을 레이더를 통해 확인했다. 대통령 경호실에 이 사실이 통보되자 백악관 직원들은 모두 뛰쳐나와 펜실베이니아 애버뉴로 피신했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 비행기는 급선회를 하면서 강건너의 펜타곤으로 향했다. 64명이 탑승한 AA 77편은 옆으로 기울어지면서 펜타곤의 남서벽면에 부딪쳐 화염과 함께 폭발했다.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자신의 집무실에서 몇몇 의원들과 미사일 방어체제에 관해 회의를 하고 있었다. 그 회의는 곧 테러리즘에 관한 이야기로 변했다. 럼즈펠드는 난 여러 차례 테러를 경험했는데 아무래도 이번 한번으로 끝나지 않을것 같다고 말했다. 몇분 뒤인 9시 43분. 갑자기 우르릉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럼즈펠드는 무슨 소리야?라고 물었다. 그러나 모두는 즉각 무슨 소리인지 알았다. 이번에는 테러리스트들이 목표에서 약간 빗나갔다. 대다수의 국방부 고위 간부들은 펜타곤의 북동쪽 면에 사무실을 갖고 있었다. 폭발하는 항공기는 60년된 펜타곤 건물(일부는 최근 폭파에 대비해 보강 시공됐다)의 절반 가까이를 무너뜨리면서 수백명의 장병들을 희생시켰다. 그러나 합동참모들은 위기를 면했다.
연방 의사당에서는 적색 경보가 선포됐다. 데니스 해스터트 하원의장은 워싱턴에서 1백20km 떨어진 벙커로 안내됐다. 퍼스트레이디 로라 부시는 백악관에서 안가로 향했고 바버라와 제나 두 딸은 예일大와 텍사스大 캠퍼스에서 경호원들의 안내로 피신했다. 정오가 좀 지나자 보복과 응징의 목소리가 의사당에서 메아리치기 시작했다. 의원들은 진주만 피습이래 최악의 첩보상 실책에 대해 분통을 터뜨렸다. 데이나 로라바커 하원의원(캘리포니아州)은 도대체 CIA는 어디 있고 FBI는 어디 있었느냐?며 격분했다.
CIA와 FBI가 비난을 받긴 했지만 미국인들의 분노는 오사마 빈 라덴에게 돌려졌다. 빈 라덴의 이름과 사진이 모든 TV 화면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테러리스트들에게 은신처를 제공하고 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집권 탈레반의 대변인이 빈 라덴에게는 그런 사악한 음모를 꾸밀 여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팔레스타인에서는 야세르 아라파트 자치정부 수반이 이번 사태로 자신도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 지구의 판자촌에서는 팔레스타인인들이 환호하며 캔디를 나눠주었다.
이라크에서는 국영 TV가 세계무역센터의 붕괴 장면을 방영하며 미국이 쓰러진다는 노래를 틀어주었다. 아랍권에 대한 전문가들은 미국 본토에 대한 공격이 성공함으로써 반미감정이 더욱 기승을 부릴지도 모른다고 우려한다. 시리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대사를 지낸 리처드 머피는 비극은 이것을 본 다른 그룹들이 다른 것도 한번 해볼까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그들로서는 전쟁의 시작이다. 아랍권에는 서방세계가 이해할 수 없는 사고방식이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치 지도자들은 힘겨운 장기전을 각오하고 있다. 존 케리 상원의원(매사추세츠州)은 미국인들의 생활이 바뀔 것이다. 우선 경계가 더욱 강화되고 긴장감이 돌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미국인들의 포용력도 적어질 것이다. 이미 아랍계 미국인들이 수난을 겪고 있다. 미국 정부는 전시체제에 돌입했다. 빈 라덴을 잡을 수 없다면 그를 보호해주는 후원집단이 공격목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부시 대통령은 11일 밤 대국민 TV 담화에서 미국은 테러리스트들과 그들에게 은신처를 제공하고 있는 집단을 구분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제 군사적 행동 개시는 초읽기에 들어갔다. 윌리엄 J. 크로 前 합참의장은 부시 행정부가 탈레반에 최후통첩을 보내라는 압력을 거세게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빈 라덴을 넘기지 않으면 우리가 직접 들어가 그를 잡겠다는 최후통첩을 말한다. 크로는 말하기는 쉬워도 실행은 어렵다고 경고했다. 첫째, 인명피해가 클 것이다. 둘째, 미국이 잘 알지 못하는 아프가니스탄에 특공대를 성공적으로 침투시키는 데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아프간인들은 전투 경험이 많다. SEAL 팀을 침투시켜 빈 라덴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은 무모한 발상이다.
그러나 그런 경고의 말은 분노와 응징의 목소리에 가려 잘 들리지 않고 있다. 갈수록 피를 많이 흘리게 되는 것이 바로 이런 전쟁이다. 자살폭탄 비행기로 인한 사망자 수는 진주만에서 숨진 2천3백여 명의 장병․민간인 희생자 수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테러리스트들은 영리하고 사악한 머리로 싸우고 있다. 그들이 화학무기나 생물무기 또는 핵무기를 갖고 있다면 어떤 짓을 저지를지 상상해보라.
Fighting Back A New Date of Infamy
美 심장부가 강타당한 치욕의 날
1백10층짜리 무역센터가 무너져 내리고 펜타곤이 파손됐다.
이번 테러로 美본토는 안전하다는 환상이 깨져버렸다.
Evan Thomas 워싱턴 지국 기자
인터넷 회사의 세일즈맨인 제레미 글릭은 자신이 살아남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직감했다. 납치범들이 뉴어크에서 샌프란시스코로 향하던 유나이티드 항공(UA) 93편의 승객과 승무원 45명에게 비행기를 폭파시킬 계획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도 글릭은 휴대폰으로 뉴저지州 북부에 있는 집으로 전화를 걸 수 있었다. 아내인 리즈는 뉴스위크에 이렇게 말했다. 당황한 목소리가 아니었어요. 나를 위해 일부러 강한 모습을 보이려 했을지도 모르죠. 상당히 차분했어요.
글릭은 휴대폰으로 가족들과 통화한 다른 승객으로부터 비행기 두대가 이미 맨해튼의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으로 돌진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그게 정말인지 아내에게 물었다. 리즈는 사실이라고 말해주었다. 그때가 오전 9시 45분쯤. 그녀는 TV로 정말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글릭은 리즈에게 자신이 탄 비행기가 이란인으로 보이는 3명의 남자에게 납치됐으며 그들은 붉은 머리띠를 하고 있고 폭탄이라고 주장하는 붉은색 박스를 들고 있다고 전했다. 그중 한명은 칼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글릭은 다른 무기는 보지 못했다. 납치범들은 승객을 비행기 뒤편으로 몰아넣고 자신들은 승무원들과 조종실에 있었다.
글릭은 리즈에게 자신을 포함한 네댓명의 승객이 동시에 납치범들에게 달려들어 그들을 제압하는 계획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내에게 사랑한다며 자신이 살아남지 못하면 세달된 자신들의 아기를 잘 부탁한다고 말했다. 리즈는 아버지 리처드 메이클리를 바꿔주었다. 그들의 대화를 감청한 수사당국의 소식통에 따르면 전화를 바꾼 뒤 침묵이 흐르다 비명이 들렸고 또 조용하다가 다시 날카로운 비명이 들렸다.
그리고는 더 이상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보면 글릭을 포함한 몇명의 용기있는 승객이 정부의 최고위 관리를 포함해 수백명의 목숨을 구했는지도 모른다. UA 93편의 항로는 클리블랜드 부근에서 기수를 거의 1백80도 돌려 워싱턴 D.C.로 향했다. 백악관이 목표였을까? 아니면 의사당? 그러나 결국 그 비행기는 10시 10분쯤 펜실베이니아州의 인적 드문 들판에 추락했다.
UA 93편의 경우는 용기가 비겁함을 누르고 승리한 사례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2001년 9월 11일 그날은 테러의 힘이 압도적인 하루였다. 진주만이 피습된 1941년 12월 7일처럼 그날은 미국 치욕의 날로 영원히 남을 것이다. 미국의 정치․경제적 심장부에 대한 대담한 공격은 미국 본토는 어떤 공격에도 끄떡없는 요새라는 생각을 조롱거리로 만들었으며 반미감정이 세계 도처에서 들끓어도 미국에 있는 국민들은 안전하다는 환상을 여지없이 깨버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세계무역센터가 서 있던 자리에서는 연기와 먼지의 거대한 구름이 피어올랐다. 그것은 일본군의 진주만 공격 장면을 상기시켰다. 다른 점이 있었다면 이번에는 그 구름떼가 수많은 민간인들이 일하고 거주하는 맨해튼 하단지역을 뒤덮었다는 사실이다. 나이 많은 미국인들은 세계무역센터의 1백10층짜리 쌍둥이 빌딩이 완전히 붕괴되면서 한쪽 옥상에 설치된 송신탑이 아래로 꺼져 내려가는 장면을 보며 64년 전 뉴저지州에서 발생한 독일 비행선 폭발사건을 찍은 흑백 뉴스 장면을 떠올렸다.
이번 참상의 사망자만 해도 수천명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정확한 숫자는 오랜 시간이 지나야 집계될 것이다). 그리고 이 비극의 동기는 인간의 어리석음이 아니라 사악함이다. 일단의 테러리스트 분자들은 잘 훈련된 특공대도 꿈꾸기 어려운 전술적 정확성으로 4대의 민간 항공기를 유도 미사일로 둔갑시켜 미국 자본주의의 대표적 상징인 세계무역센터를 파괴하고 미국 군사력의 중추신경인 펜타곤을 일부 파손했다.
정치인들과 논평가들은 곧바로 전쟁을 들먹였다. 그러나 전쟁이라면 차라리 쉽다. 진주만의 경우는 적어도 일본군이 미국의 군사기지를 공격한 것이기 때문에 적이 확실했다. 그러나 뉴욕과 워싱턴의 민간인 희생자에 대해 보복하려면 미국은 그림자를 쫓는 신세가 될지도 모른다. 정보 소식통은 뉴스위크에 이번 테러의 궁극적인 책임이 오사마 빈 라덴에게 있다는 것을 90% 확신한다고 말했다(빈 라덴은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의 회교도 과격주의자로서 거대한 국제 테러조직을 운영하고 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의 정보당국은 목표물들을 명중시켰다는 빈 라덴에게 보내는 무선연락을 감청했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의 험준한 산악지대에 숨어 있는 것으로 알려지는 빈 라덴을 미국 정보당국이 어떻게 찾아낼지는 확실하지 않다. 또 그 작전이 성공한다고 해도 빈 라덴이 그랬듯이 그의 후계자들이 회교도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미국인들을 제거함으로써 천국에 갈 수 있다고 부추기지 않을 것이라는 확증도 없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리더십의 어려운 시험에 직면해 단호한 대국민 성명을 발표했다. 굳은 얼굴을 한 부시는 11일 정오쯤 카메라 앞에 나타나 오늘 아침 자유 그 자체가 얼굴 없는 겁쟁이들에 의해 공격당했다. 그러나 자유는 패배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반드시 이 비겁한 행위에 책임이 있는 자들을 색출해 응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부시는 이 성명을 루이지애나州 바크스데일의 보안이 철저한 공군기지에서 발표할 수밖에 없었다. 그 직후 그는 전략공군사령부가 있는 네브래스카州 오마하 부근의 또 다른 공군기지로 향했다(미국 대통령에 대한 테러 공격이 우려됐기 때문에 보좌관들의 권유로 벙커로 피신할 수밖에 없었다). 밤이 돼서야 부시는 전투기의 엄호를 받으며 워싱턴으로 귀환했다.
미국의 수도 워싱턴 상공에는 전투기가 날아다닌다. 또 로비스트들이 호화스러운 식사를 즐기던 K 스트리트에는 장갑차들이 경계를 서고 있다. 뉴욕항 근해에는 항공모함들이 순찰을 하고 있다. 미국 내의 모든 항공편이 취소됐다(사상 초유의 일이다). 자유의 종이 있는 독립기념관도 문을 닫았다. 그 외에 시애틀 스페이스 니들․뉴욕 증권거래소․뉴욕 지하철․디즈니랜드․금문교 등도 폐쇄됐다. 그런 것들은 곧 다시 문을 열었지만 미국인들의 삶과 특히 미국인들의 심리상태는 오래도록, 아니면 영원히 예전 같지 않을 것이다. 최후의 초강대국이라는 미국이 호주머니칼로 무장한 몇 안되는 광신도들에 의해 두려움의 볼모가 됐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들과 베일에 싸인 공모자들은 알라를 위해 기꺼이 죽는 대범함 외에 대단한 영리함도 보여주었다. 모의자들은 일기예보를 면밀히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그들은 항공편이 지체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청명한 아침을 택했다. 기습공격이 성공하려면 세개의 서로 다른 도시에서 출발한 4대의 항공기가 수분 내의 차이로 거의 동시에 목표물에 명중할 수 있도록 하는 주도면밀한 계획이 필요하다.
납치된 보스턴발 LA행 아메리칸 항공(AA) 11편, 같은 항로의 UA 175편, 덜레스발 LA행 AA 77편, 뉴어크발 샌프란시스코행 UA 93편은 모두 오전 7시 59분에서 8시 21분 사이에 이륙했다. 테러리스트들은 장거리 비행을 위해 연료가 가득 채워진 대형 비행기를 골랐다. 그래야만 비행기 자체가 대형 폭탄이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비행기 납치는 순조롭게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펜나이프와 박스커터로 알려진 조잡한 무기를 지닌 납치범들은 금속탐지기를 쉽게 통과했을 것이다.
또 비행기 한대에 3~4명씩 탑승한 납치범들은 조종사들을 흉기로 위협해 많은 사람으로 붐비는 대형 건물을 들이받도록 했을 수도 있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납치범 가운데는 조종사 출신이 끼여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납치된 기종인 보잉 757 및 767機는 조종실 구조와 조종장치가 비슷하고 종종 국제선에 사용된다. 한 베테랑 조종사는 뉴스위크에 납치범들이 비행 시뮬레이터를 이용한 연습만으로 목표물로 비행기를 조종해갈 수 있는 방법을 배웠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겁에 질린 승객들로부터 간간이 걸려온 휴대폰 통화 내용은 납치범들이 칼로 승무원들을 살해했다는 것을 시사한다. 승무원들의 비명이 들리자 부조종사가 조종실 밖으로 나왔을지도 모른다. 납치범들은 비행기의 고유 편명과 속도․고도를 관제소에 알려주는 트랜스폰더를 껐다. 납치범들이 휴대폰을 소지한 승객들에게 집에 전화를 해서 곧 죽게 된다고 말할 것을 지시했다는 보고도 있다.
뉴욕 맨해튼에서 러시아워가 막바지에 이르기 시작한 오전 8시 45분, 세계무역센터의 제1타워 87층에 있는 한 증권회사에서 근무하는 제이슨 브라운스타인(22)은 책상에서 간단한 아침식사를 끝냈다. 바로 그때 첫번째 비행기인 아메리칸 항공 11편이 10층 가량 위쪽을 들이받았다. 브라운스타인은 건물이 휘청거리고 흔들리며 요동쳤다고 말했다. 77층에 위치한 컨설팅 회사의 인사책임자인 바버라 챈들러는 충돌하고 흔들리는 느낌이 들어 창문 밖을 쳐다보다가 유리조각과 종이가 쏟아져 내려가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곧바로 사무실에 독성가스와 연기가 차기 시작했다. 우리는 종이타월에 물을 적셔 얼굴을 덮고 77층을 걸어 내려왔다고 말했다. 계단에서는 모두가 침착하고 질서정연했다. 챈들러는 사람들이 서로를 위로하며 물을 나눠주고 임신한 동료를 돌봐주는 등 참으로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첫번째 비행기가 충돌한 지점 위쪽 사무실에 있던 사람들은 강렬한 열과 연기로 공황상태에 빠졌다. 제레미 데이비즈는 세계무역센터 부근을 걷고 있다가 끔찍한 광경을 목격했다. 그는 15명 이상이 그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것을 보았다. 모두 죽었다. 군중 사이에서 비명소리가 들린 뒤 위를 쳐다보아도 그들이 떨어지는 시간이 그때부터 10초 정도는 더 걸렸다. 어떤 사람은 팔을 마구 휘저으며 떨어졌고 어떤 사람은 팔을 뻣뻣이 한 채 떨어졌다고 말했다. 적어도 한 커플은 손을 잡고 떨어졌다.
데이비즈가 그 광경을 보고 있는 동안 두번째 비행기인 UA 175편이 쌍둥이 건물의 제2타워를 덮쳤다. 그곳에서 일하던 사람들은 건물 관리자들로부터 제1타워에 문제가 발생했지만 제2타워는 안전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55층에서 근무하던 컨설턴트 팀 오브라이언은 탈출할 필요가 없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다가 두번째 비행기가 내리꽂히자 그들은 어서 빨리 대피하라고 소리쳤다고 말했다. 소개는 질서정연히 이뤄졌다.
그러나 전등이 깜박거리고 자동 스프링클러가 작동되면서 겁을 먹은 사람들은 휠체어를 탄 사람들이 뒤에 보여도 도와주지 못하고 그냥 두고 내려갔다. 그들은 또 구조대원과 소방관들이 화염 속으로 돌진하는 것도 목격했다. 제1타워의 81층에 있었던 짐 피소멘(46)은 무너져내릴 건물로 소방관들이 뛰어들어가는 광경은 정말 보기가 안쓰러웠다. 그 위험한 곳에 들어간 사람들은 정말 대단한 용기를 가졌다. 난 세자녀의 아버지다. 이제 더 이상 뉴욕에서 살지 않겠다고 말했다.
소방관들도 처음에 잘 몰랐던 사실은 항공기 연료가 뿜어져 나와 섭씨 1천도 이상의 고열로 타면서 건물을 지탱하던 철제빔이 녹아 들어가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10시 5분 남쪽에 위치한 제2타워가 주저앉았다. 10시 28분에는 제1타워가 내파하듯 가라앉으면서 먼지와 연기가 지상으로 밀려가자 수천명의 보행자들이 대피하느라 일대 혼란이 빚어졌다. 87층에서부터 계단을 타고 내려온 제이슨 브라운스타인은 구조대가 처음에는 천천히 밖으로 나가세요라고 말한 것으로 기억했다. 그러다가 건물 전체가 무너지기 시작하자 그들은 빨리 뛰어라고 고함쳤다고 돌이켰다. 브라운스타인은 진짜 공포는 지상에서 나타났다.
나는 차 밑으로 기어들어갔다. 건물 잔해가 계속 떨어져 내리는 소리가 들렸다고 말했다. 멀리 떨어진 브루클린에서 사는 사람들은 거대한 잔해가 마치 눈송이처럼 흩날리며 떨어지는 것을 지붕 위에서 바라보았다. 이스트江을 건너 쌍둥이 건물이 바라다보이는 브루클린의 한 학교에서는 교사들이 스카이라인에서 이가 빠진듯 공백이 생긴 것을 학생들이 보지 못하도록 커튼을 내렸다. 학부모인 닐 웨인스토크는 이 동네 아이들은 세계무역센터를 잘 안다. 그들은 그 건물을 친구처럼 생각한다. 건물이 붕괴되자 교사들은 창문에 커튼을 내렸다. 아이들은 겁에 질려 있었다고 말했다.
맨해튼에서 남쪽으로 3백20km 정도 떨어진 워싱턴 외곽. 관제요원들은 세번째 비행기인 AA 77편이 서부로 가던중 기수를 거꾸로 돌려 전속력으로 백악관으로 향하는 것을 레이더를 통해 확인했다. 대통령 경호실에 이 사실이 통보되자 백악관 직원들은 모두 뛰쳐나와 펜실베이니아 애버뉴로 피신했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 비행기는 급선회를 하면서 강건너의 펜타곤으로 향했다. 64명이 탑승한 AA 77편은 옆으로 기울어지면서 펜타곤의 남서벽면에 부딪쳐 화염과 함께 폭발했다.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자신의 집무실에서 몇몇 의원들과 미사일 방어체제에 관해 회의를 하고 있었다. 그 회의는 곧 테러리즘에 관한 이야기로 변했다. 럼즈펠드는 난 여러 차례 테러를 경험했는데 아무래도 이번 한번으로 끝나지 않을것 같다고 말했다. 몇분 뒤인 9시 43분. 갑자기 우르릉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럼즈펠드는 무슨 소리야?라고 물었다. 그러나 모두는 즉각 무슨 소리인지 알았다. 이번에는 테러리스트들이 목표에서 약간 빗나갔다. 대다수의 국방부 고위 간부들은 펜타곤의 북동쪽 면에 사무실을 갖고 있었다. 폭발하는 항공기는 60년된 펜타곤 건물(일부는 최근 폭파에 대비해 보강 시공됐다)의 절반 가까이를 무너뜨리면서 수백명의 장병들을 희생시켰다. 그러나 합동참모들은 위기를 면했다.
연방 의사당에서는 적색 경보가 선포됐다. 데니스 해스터트 하원의장은 워싱턴에서 1백20km 떨어진 벙커로 안내됐다. 퍼스트레이디 로라 부시는 백악관에서 안가로 향했고 바버라와 제나 두 딸은 예일大와 텍사스大 캠퍼스에서 경호원들의 안내로 피신했다. 정오가 좀 지나자 보복과 응징의 목소리가 의사당에서 메아리치기 시작했다. 의원들은 진주만 피습이래 최악의 첩보상 실책에 대해 분통을 터뜨렸다. 데이나 로라바커 하원의원(캘리포니아州)은 도대체 CIA는 어디 있고 FBI는 어디 있었느냐?며 격분했다.
CIA와 FBI가 비난을 받긴 했지만 미국인들의 분노는 오사마 빈 라덴에게 돌려졌다. 빈 라덴의 이름과 사진이 모든 TV 화면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테러리스트들에게 은신처를 제공하고 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집권 탈레반의 대변인이 빈 라덴에게는 그런 사악한 음모를 꾸밀 여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팔레스타인에서는 야세르 아라파트 자치정부 수반이 이번 사태로 자신도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 지구의 판자촌에서는 팔레스타인인들이 환호하며 캔디를 나눠주었다.
이라크에서는 국영 TV가 세계무역센터의 붕괴 장면을 방영하며 미국이 쓰러진다는 노래를 틀어주었다. 아랍권에 대한 전문가들은 미국 본토에 대한 공격이 성공함으로써 반미감정이 더욱 기승을 부릴지도 모른다고 우려한다. 시리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대사를 지낸 리처드 머피는 비극은 이것을 본 다른 그룹들이 다른 것도 한번 해볼까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그들로서는 전쟁의 시작이다. 아랍권에는 서방세계가 이해할 수 없는 사고방식이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치 지도자들은 힘겨운 장기전을 각오하고 있다. 존 케리 상원의원(매사추세츠州)은 미국인들의 생활이 바뀔 것이다. 우선 경계가 더욱 강화되고 긴장감이 돌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미국인들의 포용력도 적어질 것이다. 이미 아랍계 미국인들이 수난을 겪고 있다. 미국 정부는 전시체제에 돌입했다. 빈 라덴을 잡을 수 없다면 그를 보호해주는 후원집단이 공격목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부시 대통령은 11일 밤 대국민 TV 담화에서 미국은 테러리스트들과 그들에게 은신처를 제공하고 있는 집단을 구분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제 군사적 행동 개시는 초읽기에 들어갔다. 윌리엄 J. 크로 前 합참의장은 부시 행정부가 탈레반에 최후통첩을 보내라는 압력을 거세게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빈 라덴을 넘기지 않으면 우리가 직접 들어가 그를 잡겠다는 최후통첩을 말한다. 크로는 말하기는 쉬워도 실행은 어렵다고 경고했다. 첫째, 인명피해가 클 것이다. 둘째, 미국이 잘 알지 못하는 아프가니스탄에 특공대를 성공적으로 침투시키는 데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아프간인들은 전투 경험이 많다. SEAL 팀을 침투시켜 빈 라덴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은 무모한 발상이다.
그러나 그런 경고의 말은 분노와 응징의 목소리에 가려 잘 들리지 않고 있다. 갈수록 피를 많이 흘리게 되는 것이 바로 이런 전쟁이다. 자살폭탄 비행기로 인한 사망자 수는 진주만에서 숨진 2천3백여 명의 장병․민간인 희생자 수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테러리스트들은 영리하고 사악한 머리로 싸우고 있다. 그들이 화학무기나 생물무기 또는 핵무기를 갖고 있다면 어떤 짓을 저지를지 상상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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