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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기 [광복 61년]코레아 우라! 외침… 우리 가슴을 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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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헤이룽장(黑龍江) 성 하얼빈(哈爾濱) 역의 플랫폼 바닥에는 지난달 초 붉은색 페인트로 세모와 네모 표시가 칠해졌다. 1909년 10월 26일 안중근 의사가 침략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사살한 현장이다. 세모 표시는 안 의사가 7연발 브라우닝 권총을 발사한 뒤 “코레아 우라(러시아어로 ‘대한국 만세’)”를 외친 곳, 10m쯤 떨어진 네모 표시는 이토가 총에 맞아 쓰러진 지점이다. 하지만 플랫폼 어디에도 이런 역사를 알려 주는 설명은 없었다. 지난달 31일 오전 8시, 옌지(延吉)발 야간열차에 몸을 싣고 12시간을 달려 하얼빈에 도착한 ‘안중근 탐방대’는 너무 ‘싱거운’ 역사의 현장에 낯설어했다. “세모와 네모만 덩그러니 칠해졌으니 이상하게 보일 겁니다. 하지만 이렇게 초라한 표시를 하는 데에도 안 의사 의거 성공 후 97년이 걸렸어요.” 현지 가이드의 설명에 탐방대는 할 말을 잃었다.》
○ 러시아 쪽 유적은 흔적 찾기 힘들어
대학생 등 33명으로 구성된 탐방대는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3일까지 7박 8일간 ‘안중근 숭모회’와 본보 공동 주최로 안 의사가 활동한 중국과 러시아의 항일 유적지를 돌아봤다.
1900년대 초 안 의사가 중국과 러시아에서 항일운동을 벌일 때부터 하얼빈 의거 후 뤼순(旅順) 감옥에서 순국할 때까지의 역정을 그대로 따라갔다. 속초에서 러시아 자루비노 항으로 간 뒤 열차편으로 훈춘(琿春)∼옌지∼하얼빈을 거쳐 다롄(大連)까지 이어지는 여정이었다.
러시아 연추하리 한인마을 터의 단지동맹기념비를 찾은 ‘안중근 의사 독립투쟁 유적지 탐방대’. 크라스키노=정세진 기자 |
안 의사는 옥중 자서전에서 “태극기를 펼쳐 놓고 왼손 무명지를 자른 뒤 생동하는 선혈로 태극기 앞면에 대한독립 글자 넉 자를 크게 쓰고 대한독립 만세를 세 번 불렀다”고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탐방대가 찾은 한인마을 터는 억새풀만 무성할 뿐 옛 흔적을 찾기 힘들 정도로 방치돼 있었다. 주가노프 다리 옆 잡초 속에 서 있는 단지기념비가 유일하게 독립투사들의 숨결을 전할 뿐. 이마저도 제대로 관리가 안 돼 심하게 훼손된 상태였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탐방 길에 오른 박범수(명지대 4년) 씨는 “안 의사를 포함한 독립운동가 12명의 손가락이 이곳 어딘가에 묻혀 있을 것”이라며 “이번에도 그 현장을 찾지 못해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김광시 숭모회 사무처장은 “하얼빈 의거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이 지역은 비만 오면 접근조차 안 될 만큼 관리가 엉망”이라며 “항일운동의 중요 유적지가 손실될 위기에 처했다”고 걱정했다.
○ 하얼빈 시의 ‘안 의사 챙기기’
하얼빈 시내의 안 의사 관련 시설물은 시 당국이 7월 한국주간을 맞아 대대적인 정비에 나선 덕에 예전에 비해 한결 충실해졌다.
지난달 4일 문을 연 조선민족예술관 1층에는 ‘안중근 특별전시실’이 설치됐다. 안 의사 흉상을 비롯해 사진과 문서 등 자료 300여 점이 이곳에 전시돼 있다. 한국인들이 하얼빈공원으로 기억하는 자오린(兆麟)공원에는 ‘청초당(靑草塘)’과 ‘연지(硯池)’ 등 안 의사가 쓴 붓글씨를 새긴 유묵비가 들어섰다.
숭모회 중국지부의 이성수 회장은 “중국 정부는 유묵비를 세우기 위해 푸젠(福建) 성에서 비석용 돌을 공수할 정도로 정성을 들였다”고 말했다.
올해 초만 해도 거리에 세워진 안 의사의 동상이 불법이라며 철거를 명령했던 중국 정부가 왜 태도를 바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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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시 당국은 하얼빈 역의 저격현장에 안내판 설치를 불허하고 안 의사 전용기념관 설치에도 반대하고 있다. 일본 기업의 눈치도 살펴야 하기 때문이란다.
“구한말 한국인이 대거 거주했고 중국과 러시아가 교대로 점령했던 이 일대를 정치적으로 회복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하지만 경제활동을 통해서라도 안 의사가 활동한 지역의 의미를 되살려 주세요.”
탐방대 황덕호(62) 단장은 대학생들에 대한 이런 당부로 아쉬움을 달랬다.
크라스키노·하얼빈=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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