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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기 조금씩 조금씩 떠나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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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바람소리 작성일 2006-08-31 23:53 댓글 0건 조회 31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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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헤어져 돌아가는 친구의 뒷모습이라고 가정하자

조금씩 조금씩 떠나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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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름 내내 무성했던 나무들도 가을이 돌아오면 조금씩 조금씩 단풍이 들고
겨울이 오기전에 잎하나 남기지 않고 낙엽을 지우듯
낡은것은 버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나이들어도 마음은 늘 청춘인 이 무서운 착각이 인간사에서 최악의 비극이 아닐까 싶다.

우정에 있어서나 사랑에 있어서나 매 마찮가지로
상대에게 조금씩 짐어 되어 갈때쯤 한걸음씩 뒤돌아 스스로 떠나가야 한다.
마치 저 돌다리를 하나 하나 딛고 저 강물을 건너가는 사람처럼
그렇게 멀어져 가자.

두고온 친구를 그리워 하며
남겨둔 사랑을 가슴속에 간직한채
그렇게 조금씩 멀어져 가자.
배신이 아니다..

우정을 영원히 간직하려면
사랑하는 마음을 영원히 버리지 않으려면
그로부터 멀어져 나가 나만의 외로움을 스스로 견디는 늙은이가 되어야 한다.
그렇게 살다가 가자.
인생에 있어 우정과 사랑은 어떤 의미에서든 아름답고 소중한 것이다.
우정을 나누고 사랑을 받기도 하고 사랑하기도 한것보다 더 값진것이
어디에 또 있겠는가.

늙어 가는 것은 낡아 가는 것이다.

낡은것은 버릴 수 밖에 없는 것이 세상사인데 어찌하랴.
세상은 때가 이르면 당연히 우리를 버리겠지만
우리가 버리지 말고 남겨 두어야할 것들로 부터
하루 아침에 돌아서지 말고
조금씩 늙어 가는것 만큼 날마다 조금씩 멀어져 가자
조금씩 조금씩 잊혀지게 하자.
우정으로 부터
사랑으로 부터
청춘으로 부터
삶으로 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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