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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기 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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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오삼 불고기 작성일 2006-11-14 17:27 댓글 0건 조회 62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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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 이야기 - 

 
얼룩 한점이 없는 쪽빛 가을 하늘.
나무 가지에 탐스럽게 달려있는 감들은 햇빛을 받아 반들반들 빛이 나는 잘 생긴 얼굴을 앞에 드러내놓고
자랑이 하고 싶어서 서로 안달이다.

오곡백과가 여물고 무르익어가는 가을 햇살이 따사로운 11월의 하오
감 중에서도 가장 큰 대봉이 느긋이 거드름을 피우며 먼저 입을 열었다.

"나는 감 중에서도 제일로 크니까 감 짱이야.
겨울 내내 두고두고 사람들이 꺼내 먹으면서 맛있어하는 일등품이 바로 나 거든"

그러자 단감이 단단한 껍질을 반짝이며 이에 질세라 거만하게 얼굴을 쑥 내밀며 말했다.

"내가 누구니?  단감이라는 이름이 거저 붙여졌겠어?
고혈압, 동맥 경화에도 좋지, 익지 않아도 먹을 수 있지,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물어봐.
누구든 내가 최고로 맛있다고 그럴 걸."

그러자 옆 나무의 꼭대기에 달려있던 연시가 열을 받아 더욱 빨개지더니 소리를 쳤다.

"효능이야 다 거기서 거기지, 뭐.
단맛으로 치면 나를 당할 자가 어딨니?  나야말로 꿀맛 그 자체 아니니?
부드러워서 먹기 좋지 색깔 곱지, 냉동한 아이스감은 한겨울에도 얼마나 비싼 값에 팔리는지 알기나하니?"

연시의 기세에 다른 감들이 잠시 머쓱해하자 이번에는 가을 햇볕을 받으며 주렁주렁 매달려있던 곶감이
가일층 목소리를 높였다.

"너희들 정말 웃긴다.  내가 박피까지 해가면서 왜 이렇게 주름잡고 있겠니?
나야말로 조상님을 모시는 제사상에 빠짐없이 오르지, 맛있는 수정과 재료로도 딱이지 그리고 우려 먹으면
딸국질에도 좋지...
맛으로 치면야 바로 천연 설탕인데 어디 꿀맛에다 비하겠니?  흔한 쵸코렛에다 비하겠니?" 





여기저기서 떠드는 소리들을 듣고 있던 고욤나무가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몸이 근질거린다는 듯
부르르 한번 떨더니 근엄하게 꾸짖기 시작했다.

"참으로 고얀 지고!
감히 뉘 앞에서 최고를 논하며 건방을 떠는고.
내 살갗을 찢어 접을 붙여 온갖 아픔을 참아가며 간신히 살려 홀로 서도록 해 주었거늘 제 뿌리도 몰라보고
하늘에서 거저 내려와 달린 양 잘난 척 입방아들을 찧다니....... 쯧쯧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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