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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기 어머니의 복 주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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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성인 작성일 2006-05-24 16:53 댓글 0건 조회 33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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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1학년으로 기억합니다.
어린시절 아침일찍 일어나고
학교가서 공부하는게 싫어 매일 아침마다
어머니께 투정부리고 짜증내며 등교싸움을 하였죠.
그러던 어느날 어머니께서 몸빼 바지속의
복주머니에서 백원을 꺼내어 주시며
학교 갔다와서 핫도그를 사먹으라고 하셨어요.

그때 백원의 가치는 학교앞 가게에서
핫도그를 사먹을수도 있고 슈퍼에서 아이스크림과
오락실에서 전자오락을 할수도 있는 저에게는
아주 큰 돈이었죠...

저는 그 백원어치의 기쁨에
아침마다 일찍 일어나 등교준비를 하며
어머니의 복주머니 열리는 순간을 기다렸어요.

그렇게 한달동안 백원을 받으며 핫도그도 먹고
아이스크림도 사먹고 전자오락도 하면서 학교에 갔답니다.
그런데 하루는 학교갈 시간이 다가오는데
어머니께서 백원을 주시지 않는거예요.

저는 어머니께 백원을 달라고 하였는데
어머니께서 "오늘은 그냥가라.
이따가 집에 오면 줄께" 라고 말씀하시는 거예요.
어머니께 백원을 못받고 가서 너무 화가 났지만
그래도 이따 집에 오면 준다고 하셔서
학교에서 수업을 마치자마자
가방을 들고 한걸음에 집으로 뛰어왔지요.

집에 오니깐 어머니는 안계시고
어머니께서 즐겨 입으시던 몸빼바지만
옷걸이에 걸려있었어요.
저는 어머니의 몸빼바지 속의 복주머니에
오늘 제가 받을 백원이 있을거라고 생각하여
바지 주머니를 뒤졌죠.

다행히 복주머니를 찾았는데 그 안에는
매일같이 제게 주던 백원은 들어있지 않고
작은 종이쪽지가 있었습니다.

그 쪽지에 '신문 종이 빈병 고장난 물건 수거.
인부모집' 이라고 쓰여있었어요.
처음엔 그 말이 무슨뜻인지 몰라서
중학교에 다니는 큰누나에게 물어보았어요.

어머니께서는 아침부터 몇시간씩 동네를 돌아다니며
신문이랑 종이랑 빈병, 고장난 물건을
수거하는 일을 하셨고 하루 오백원씩을 받아
백원은 제 군것질 값으로 주시고
나머지 돈으로 식사 반찬거리를 사오셨데요.

그때 어린 나이였지만 그 얘기를 듣고 어찌나 슬프고
마음이 아프던지 엉엉 울었답니다.
몇 시간후 어머니께서 한 손에는 약봉지를 들고
다른 손에는 호떡봉지를 들고 집에 오셨어요.

저는 어머니에게 뛰어가 품에 안기며 펑펑 울었죠.
어머니는 "오늘 백원 못줬지.
이거 먹고 내일 엄마가 이백원줄께.응" 라고 말씀하셨어요.
어머니는 제가 오늘 백원을 못받아서
우는걸로 생각하시고 이렇게 말씀하셨지만
저는 그날 이후 더이상 돈을 받지 않았어요.

물론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학교가는것도
어머니께 투정 부리지 않고 짜쯩내지 않고 하였죠.
30년이 지난 지금도 저는
어머니의 복주머니를 고이 간직하고 있습니다.

제 자식에게 복주머니속의
"부모님 사랑"을 전해주기위해서입니다.
오늘도 어머니께서는 한없이 깊고 따뜻한
복주머니속 사랑을 저에게 베풀어 주신답니다.
어머니 감사합니다. 


      MBC라디오 지금은 라디오시대에서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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