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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기 회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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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영원과사랑 작성일 2015-03-11 15:34 댓글 1건 조회 55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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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回 想

                                               

                                                                                                              정 호 교

  노을이 서쪽으로 서둘러 산을 넘어가는 해질녘 모습이다.

 황홀하게도 아름답게도 느껴지고 외롭고 슬프게도 보인다. 오색찬란했던 가을 단풍나무가 옷을 훌훌 벗어 던지고 겨울바람 속에서 옷을 갈아 입으며 살아왔던 세월을 참회하며 서 있다

  허락 받은 시간을 낭비만 하다가 아무것도 이루어 놓은 것이 없이 세월에 쫓겨 현재의 시간으로 휩쓸려 떠내려 와서야, 지난날이 너무 조급했음을 깨닫는 순간 삶의 후반전에서 허둥댄다.

  때늦은 후회와 미련이 어깨를 누르고 옆구리를 찌를 때 지난날의 부족함과 잘못이 삶의 해질녘에 이르러서 늦은 깨달음이 있은 후에야 세상이 조금씩 보인다.

  한치 앞도 못 보며 헛발을 디뎌 늘 넘어지고 상처투성이로 허공을 향해 빈손 들고 고독한 광대처럼 울고 웃는다.

  세상살이에 유혹을 피해야하고 시련을 극복해야 한다는데, 피하지도 극복하지도 못했다. 후회와 미련의 나이테만 흉터처럼 남아있다.

  환희와 고뇌가 교차했던 삶에서 때로는 경이감과 신비도 체험했지만 생존을 넘을 때마다, 늘 무모한 환상으로 행복을 잡으려 몸부림쳐 왔다.

  늘 시행착오를 되풀이 하면서도, 이루지 못할 허망한 꿈으로 끝날지라도 외로운 작업을 끝없이 시도한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자연이 보여주는 생명의 근원 앞에서 인간의 나약함에 한 없이 작아지며 창조주 앞에 어쩔 수 없이 두 손 모아 머리 숙인다

  생명의 잉태에서 신이 부르는 날까지 우리에게 부여된 삶이 있기에 죽음이 있고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듯이 넘어가는 석양은 인생의 후반을 삶의 아름다운 마무리처럼 보여준다.

  서로 부딪치며 살아온 세상살이에서 용서 받고 싶은 많은 사람이 있고, 꿈속에서나 만나야 되는 먼저 떠난 인연의 사람들, 보고 싶고 애타게 부르고 싶은 이름들 앞에 그리운 사연을 보내고 싶다.

  서리 맞은 띵한 머리와 휑한 가슴, 흐릿한 눈동자, 삶이 저만치 물러간 자리, 해질녘에 휘청거리는 다리로 안간힘을 쓰며 버티고 서있다

  꽃보다 아름다운 열매를 맺기 위하여 준비해야 하는 마음이 해질녘에야 바쁘다.


  (졸업 50주년, 인생 70고개를 들어서면서 살아온 삶을 이렇게 되돌아 보게 됩니다.
)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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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님의 댓글

소리 작성일

커피맛의 진한 향내가 멀리 멀리 메아리처서
마치 그장소에 있든 분위기를 띄웁니다..
오랫만에 오셔서 좋은글 남기신 "영원과 사랑" 이제 자주 자주 봅시다..
그리고 주옥같은 글도 많이 부탁드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