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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기 한라산 등정기(영실-어리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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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RGO 작성일 2007-02-15 23:23 댓글 0건 조회 2,18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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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라산 등정기
        (영실-어리목 코스)

○ 일시: 2007.2.10(토)~2.12(월) 2박 3일

○ 산행코스: 영실매표소→ 어리목 광장
영실매표소(9:00)ㅡ2.4km→ 영실 휴게소(9:50)ㅡ2.2km→ 병풍 바위(11:00)ㅡ2.2km→ 윗세오름(11:40)→ 윗세오름 대피소(12:00)ㅡ1.5km→ 만세동산(13:50)ㅡ0.8km→ 사제비 동산(14:30)ㅡ2.4km→ 어리목 광장(15:30)

○ 구간별 거리
영실 → 윗세오름 대피소: 3.7km
윗세오름 대피소 → 어리목 광장: 4.7km

○ 참석 인원:12명(명단 별첨)
심남섭 대장 중심으로 하나된 마음으로 뭉쳐진 하나다 산악회 가족들


      산  행  기

□ 가족 같은 하나다 회원들

  ‘07.2.10  17:00
김포공항 2층 대합실
하나다 산악회 회원님들, 약속된 시간에 반갑게 만나 각자 지참한 등산용 배낭을 기내탁송 후

18:10 김포공항을 이륙한 아시아나 항공기. 약 1시간 후 제주국제공항에 도착. 공항 출구를 나서자 남녘답게 날씨가 그리 춥지는 않았다.
공항 출구에서부터 도열해 서 있는 야자수 나무와 그 사이 돌담길 옆 파란 나무 잎새 사이로 숨바꼭질하듯 얼굴을 내밀고 있는 귤나무 열매(귤)가 여행객들의 마음을 설레게 해주고 있었다.

□ 얘기꽃 “好好好”

일행들이 타고 온 리무진 버스가 삼다도 호텔에 도착하여 여장을 푼 뒤 호텔 식당에서 최문규 사장께서 갖고 온 복분자주로 담소를 나누며 즐거운 여흥 시간을 가졌다.
 한라산은 우리나라 3대 성산 중 하나로 그 이름만으로도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유혹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때문에 심남섭 대장께서도 하나다 산악회 회원들에게 “백록담”을 탐방시켜 줄 사려 깊은 마음으로 “성판악 코스(편도 9.6km)”로 산행하기를 제안했으나, 60이 훌쩍 넘은 12명의 하나다 산악 회원들, 한라산 정상(백록담) 탐방에 대한 미련 때문에 고심하다가 아쉽기는 하지만 편도 5~6시간(왕복 10시간 이상)소요되는 성판악 코스는 아무래도 무리라고 생각되어 경치가 아름다운 영실--어리목 코스로 여유 있게 탐방하기로 하였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치고 한라산 한 두 번 탐사해 보지 않은 사람이 어디있을까만은 현재 한라산 등반 코스 가운데 정상(백록담)으로 탐방할 수 있는 코스는 성판악과 관음사에서 시작하는 두 곳 밖에 없다. 그러나 겨울철눈꽃(상고대) 감상에는 병풍바위(화구대)와 高山雪原이 펼쳐지는 영실-어리목 코스가 비교적 짧으면서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감상하기에는 적격이라고 알려져 있다.
결론적으로 영실-어리목 코스는 보통 5시간여 만에 완주할 수 있는 코스지만 우리들은 유유자적 6시간여 만에 즐거움을 만끽하며 산행을 하였다.

□ 마음을 미혹(迷惑)시키는 한라설산(漢羅雪山)

다음날 아침 15인승 렌트카로 영실매표소 입구에 도착(09:00). 본격적인 山行始作이다.
이곳 주차장에 도착하니 이미 앞서온 등산객들이 산행 준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주차장에는 생각한 것 보다 눈이 많지는 않았지만 영실 휴게소로 올라가는 도로 한 쪽으로 설치되어 있는 인도 위에는 눈이 덮여 있었다.

한라산은 겨우내 내린 눈이 쌓여 있어 설국(雪國)의 정취를 느껴볼 수 있는 좋은 분위기였다.
이곳 영실 매표소로부터 승용차 출입은 가능하지만 15인승 이상 대형 차량은 출입을 통제시키고 있어 10여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거리를 50여분이나 걸은 후에 영실 휴게소에 도착하였다.

등산로 주변 숲속에는 제주 특유의 까마귀떼가 까욱-까-욱 먹이 찾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휴게소에서 영실 기암전설 안내 표지판을 읽어 보고 다들 감탄!
   
            영실 기암 전설
        오백나한(五百羅漢)

옛날 설문대할망이 500 아들을 거느리고 살았는데, 어느날 그 아들들이 사냥 등 양식을 구하러 나간 사이 아들들에게 먹일 죽을 쑤다가 그만 큰 가마솥에 빠져 죽고 말았다.
500명의 아들들이 돌아와 배가 고픈 김에 어머니가 빠져 죽은 줄도 모르고 그 죽을 맛있게 먹었는데, 499번째 아들까지 먹고난 후에 막내가 나머지 죽을 먹다가 앙상한 뼈가 나왔다. 그제서야 아들들은 자기들이 어머니를 끓인 죽을 먹었다는 자책감으로 막내는 서귀포 앞바다로 내려가서 슬피 울다가 돌로 변해 “외돌개”가 되었다고 전해지고, 형들은 그 자리에서 굳어져 영실기암이 되었다고 한다. 지금도 바람부는 날이면 영실 계곡은 五百羅漢의 서러운 통곡소리가 들려온다고 한다.

일행들 휴게소에서 영실(靈室, 1280m) 표지석을 중심으로 기념 촬영 후 휴게소 건물 왼쪽 샛길로 들어서니 곧바로 깊은 숲이 눈 속에 전개된다.
잠시 계곡을 끼고 오르다 오른쪽 얼음길로 포장된 사면으로 붙어 고도를 높여나간다.
맑고 깨끗한 청량수가 흐르는 병풍 계곡 밑은 포근하면서도 주변 경치가 아름답다.
계단길을 오르다 잠시 숨을 돌리기 위해 멈춰서서 뒤를 돌아보니 기기묘묘하게 생긴 오백나한이 일행들을 반가이 맞이해 주고 있었다.

산길, 고도가 높아짐에 따라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이 겨울다운 분위기를 물씬 풍기게 해준다. 수 십미터 기암절벽과 협곡으로 이루어진 영실 병풍바위 옆을 지나 신선(神仙)이 사는 세상으로 정신없이 빠져들어가는 착각에 잠겨보기도 한다.

인자요산(仁者樂山), 덕자애산(德者愛山), 용자호산(勇者護山)이라했던가?

병풍바위를 끼고 가파른 계단길이 끝날 즈음 멀리 하늘금을 그리는 구름띠가 하늘땅을 연결해 주고, 그 앞에 크고 작은 곡선미를 유감없이 뽐내고 있는 오름(봉우리)들의 모습이 가경(佳境)인데, 저멀리 서귀포 일대와 산방산이 시야로 가까이 다가오는 듯 싶어거리를 가늠해 볼라치면 아득히 멀고, 길게 늘어진 구름띠에 마음을 빼앗기고 있으니 거리도 높이도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 춤추는 상고대

입춘(2월 4일)이 지났는데도 이곳 한라산에는 이리도 청아하고 화려한 걸작품인 빙설(氷雪)의 아름다운 눈꽃(상고대)을 품고 있을 줄이야. 고산지대 키작은 나뭇가지에 설화(樹氷現像)가 만발한 이곳이야말로 전혀 새로운 세상으로 일행들은 이미 선계(仙界)에 들어선 모습이다. 자연을 바라보고 감상하는 감각이 탁월한 정명순 여사를 비롯한 일행들 상고대와 하늘 땅으로 연결된 구름띠 바라보며 연신 환호성이다.
“정말 멋진 아름다운 경치, 한라산은 이 멋에 오르는 것인가?”
병풍바위 위에서 내려다보는 모습은 굴곡이심하고, 경사가 급하기 때문에 마치 비행기에서 내려다 보는 것 같이 까마득해 보이기도 한다. 눈구름이 흘러간 뒤로 시야는 점점더 맑아져 간다.

□ 한라산의 눈(雪)이 산악인들의 눈(目)을 어린아이들의 눈(目)으로 만들어 감동시켰다.

 계단이 끝나고 평탄한 능선길 눈꽃터널속을 지나오자 눈이 부실정도로 햇살이 강렬하고 맑은 설국(雪國)이 일행들을 반긴다. 썬그래스 없인 눈을 뜰 수 없을 정도의 밝음이다.

□ 구름을 품고있던 한라산이여

 우주의 빛깔처럼 구름 한 점 없이 깨끗하고 파란하늘을 만나보기도 쉽지 않으리라. 다들 눈오는 날 뛰노는 강아지처럼 어린이가 된 듯 좋아한다.

□ 한라정상은 태고의 비경

 끝없는 설원이 하늘과 맞닿아 펼쳐지는 일망무제의 신비속에 귓전으로 스치는 고산지대의 바람소리가 열기로 상기된 얼굴을 스쳐지나가며 하늘소리와 같이 들려옴을 느껴본다. 이렇듯 “하나다”는 자연과 조화롭게 하나됨을 느껴본다. 어느덧 시간은 11시 40분. 노루샘 약수터에서 한라산의 정기(精氣)를 받아마시고 윗세오름 유인대피소로 향했다. 유인대피소인 이곳은 등산객들의 대피소로 숙박은 불가능한 장소지만 간단한 식음료와 컵라면 정도는 판매하고 있어 등산객들에게 큰 위안이 되는 장소이다.

□ 윗세오름 대피소

  12:00
윗세오름 대피소 도착.
설원위에는 화려한 원색물결로 수놓은 많은 등산객들이 삼삼오오 정겹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오찬을 즐기고 있었다.
  하나다 회원들.
윗세오름 대피소 정상부근에서 심남섭대장이 정성으로 마련해온 제물로 영산제(靈山祭)로 삼배(三拜)올리고, 대피소 양지바른 곳에 둘러앉아 세상에서 가장 진귀한 복분자주 곁들여 정상파티하고, 컵라면과 심갑찬사모님께서 정성들여 마련해온 찰밥으로 즐겁게 오찬하며 잠시 휴식 후 어리목코스로 향했다.

 하산길, 평탄하고 완만해 보이는 하산길이 만세동산까지 이어져간다. 하산길, 산아래에서는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을 향해 거대한 운해(雲海)가 밀물처럼 솟아오르니 갑자기 땅보다 하늘이 더 가까운 듯, 하늘과 땅의 경계가 모호해 지는 천지조화의 오묘함속에서 마치 섬속을 거니는 착각속에 빠져보기도 한다. 하산길 오른편으로 윗세오름 대피소에서 - 어리목까지 이어져가는 물품운반용 모노레일이 눈길속 등산로 안내표지 기능도 함께 해주고 있었다.
 
    O.  보질(步至)보질 좃끝(足끝)마다 옵서예(부지런히 빨리 오셰요)

 가끔, 한라산 노루처럼 가다가 우뚝서서 뒤돌아보며 하는 아름다운 경치감상 때문에 하산하는 발걸음이 늦어져만 간다.  재기재기 보질보질 좃(足)끝마다 갑셰예.  사제비 약수터를 지나면서부터 급경사 숲속 계단길로 이어져간다. 하산길옆에는 그 옛날 기근때 도토리가 사람을 먹여 살렸다는 송덕수(松德樹)가 가고 오는 길손들에게 쉼터로 제공해주고 있다.

 우리네 삶이 하나의 여행이 아니던가, 하나다 회원들과의 여행은 고독하지 않고 다정다감해서 좋다. 가끔은 Y談으로 가끔은 농(弄)도 해가며 즐겁게 하는 여행, 일행들과 함께 아름다운 것들을 하나라도 더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기 때문에 좋다. 전혀 아는 사람들이 없어 보이는 낯선 곳에서 일상의 무게를 훌훌 벗어던지고 해방감을 만끽하며 회원들과 얘기 꽃이 “好好好” 좋구나.

 이제 온몸이 땀으로 적셔지고, 다리무게가 점점 더 무거워져가고, 슬슬 맥이 풀릴 때쯤 어리목 광장에 낙오자 없이 잘 도착하였다. 일행들 하산 후 용두암 해변가에서 해수(海水)사우나로 피로를 풀고 자연산 다금바리회와 광어, 우럭회등 바당괴기(생선회)와  한라산 소주 곁들여 "하영먹읍소"(많이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니 “어절씨구 좋구나”로구나.

 다음날 우리 하나다 회원님들,  "산이영 바당이영 몬딱좋은"(산과바다 모두가좋은)제주에서 승마체험과 해안절경탐방(유람선)까지하며 즐거워 "지꺼지고"(기분좋아하고)  흡족해하는 모습 오래오래 기억되리라 믿는다. 심남섭대장님과 회원가족님들 이번여행에 "폭삭 속앗수다예"(수고했습니다).  "다들 잘갑써양"(잘가십시요).


참석자(12명)
  박병설        장옥영
  심남섭        정명순
  최문규       
  심갑찬        최혜자
  김재남        최순득
  손명득 
  김명기        한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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