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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기 올림픽도시에 걸맞은 조형물 건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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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규식 작성일 2013-12-17 21:28 댓글 0건 조회 79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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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11일자 강원도민일보에 기고한 내용입니다.)))


올림픽 도시에 걸맞은 조형물 건립을
최규식
 
   
 승인 2013.12.11         
 
   
▲ 최규식

강릉 거사림회 회장
올해 여름 경포호숫가에서 불어오는 연꽃의 향기가 너무나 좋았었다. 반세기 동안이나 땅속 깊이 잠자다가 다시 생명을 키워 피어났다는 가시연꽃은 보면 볼수록 신기하고 황홀하기만하다. 이렇게 아름다운 꽃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하니 강릉에 산다는 것이 마냥 즐겁고 행복하기만 하다.

강릉은 오랫동안 독특한 문화를 간직해 온 유서 깊은 영동의 관문도시로서, 한때는 경상북도 일부와 함경남도지방 일부까지 관할하면서 주치(州治)로서 수천 년의 세월을 견뎌 오늘에 이른 곳이다. “물새 우는 고요한 강 언덕에….”로 시작하는 흘러간 노래의 그 노랫말 “강 언덕”이 곧 ‘강릉(江陵)’이 아닌가.

그래서인지 강릉은 물과 얽힌 전설이 많다. 강릉의 젖줄 남대천을 배경으로 알에서 태어난 창해역사는 중국 삼천 년 역사를 기록한 사마천 ‘사기’의 장량전과 조선 후기 문신 홍만종의 ‘순오지’에 전해지고 있으며, 신라의 박혁거세도 같은 난생설화를 가지고 있으나, 시대적으로는 오히려 강릉의 창해역사가 1세기 정도 앞서 태어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구산선문 중 하나인 사굴산문을 개창하고 대관령 산신이 된 범일국사 역시 물과 얽힌 강릉이 낳은 신비한 실존 인물이다.

강릉은 동해바다와 함께 몇 개의 자연호수와 주위의 저수지만 10여 개가 넘고, 풍부한 물과 구릉 그리고 소나무 숲이 조화롭게 펼쳐지고, 철따라 그 모습이 변하며 다시 새로운 모습을 이루니, 언제나 포근한 어머니의 품속 같은 편안함과 맛과 멋, 그리고 문화가 잘 어우러진 아름다운 도시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세계인의 겨울 체전 동계올림픽이 다가오나, 오랜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도시로서 거리에 눈에 띄는 상징물 하나 없는 것이 왠지 허전하기만 하여 몇 분의 인물들의 자취를 반추해 보며, 이분들 중에 올림픽 도시에 걸맞은 상징물을 세울 수만 있다면, 그야말로 화룡점정이 아니겠는가 하여 제언해 보는 것이다.

우선,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강릉단오의 대표적인 강릉관노가면극에서 시시딱딱이로 형상화된 창해역사는,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진시황의 수레를 철퇴로 내려친 강릉의 전설적인 실존 인물로서, 시내 옥천동 한 귀퉁이에 비석하나가 쓸쓸히 그가 강릉인임을 말해주고 있다. 신라 지증왕 13년 (512) 하슬라주 군주 이사부가 우산국을 정벌하고 울릉도를 신라의 영토로 복속시킨 인물이다. 수로부인 역시 강릉태수로 부임하는 남편 따라 경주에서 강릉으로 오던 중, 정동진 부근 헌화로에서 꽃과 함께한 아름다운 전설이 이어져 오고 있다. 강릉 김 씨와 관계되는 연화부인 박 씨의 설화 역시 최근에는 남대천변에 월화정이라는 정자를 지어 보존하고 있으며, 특히 신라 말에 사굴산선문을 개창하고 강릉단오제의 주신이 된 범일국사 또한 강릉이 낳은 인물이다.

고려시대 안렴사 박신과 기생 홍장과의 사랑이 홍장야우(紅粧夜雨)의 전설로 경포호수를 맴돌고 있으며, 강릉을 문향이라고 할 만한 인물은 한국 여성의 표상인 신사임당과 허난설헌 그리고 율곡은 첨언할 필요도 없겠거니와, 우리나라 최초의 한문소설인 ‘금오신화’를 지은 김시습,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 소설을 지은 개혁가 허균 또한 강릉인이 아니던가.

창해역사, 이사부, 범일국사, 사임당, 난설헌, 허균 등 수많은 인물들이 스쳐 지나갔으나 이제 세계인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분, 아니 후세에 길이 길이 전해줄 수 있는 한 분의 상징물이라도 건립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늘 따라 경포호반의 황홀하고 신비스러운 가시연꽃의 짙은 향기를 맡아보고 싶은 충동을 받으며, 올림픽도시 강릉에 잘 어울리는 상징물이 거리에 세워지길 기대하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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