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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기 가을을 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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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야양 작성일 2009-12-06 06:40 댓글 0건 조회 64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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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줍다

함께 있고 싶은 것끼리 나란할 수 있다면
발바닥 찌르는 따가움도 즐거운 아픔이 될까


깊어 가는 숲에서 가을을 주우면 옹기종기 이마를 맞대고
모여 앉은 밤톨처럼 윤기 나고 알차고 잘 익은 사람의 마음을
줍고 싶어진다

알밤 다 내 주고 껍질만 남아서도 흐뭇하게 말라가는 밤송이 같은
누군가의 마음 어디 없나 살펴진다

몸을 구부린 밤나무 그림자가 바람보다 먼 곳으로 눈을 들 때
바람 아래 밟히는 나뭇잎 속 마른 휘파람 소리 가을은 저만치서
밤을 줍지만 나는 가을의 뒷모습을 줍는다

함께 하고싶은 만큼 가까울 수 없는 누군가와의 거리,
설레이도록 아프게 일렁거리다가 뚝뚝 떨어지고 마는 이별 같은 것을
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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