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별마당

기별게시판

47기 떡같은 소리하고 있네

페이지 정보

작성자 야부리 작성일 2008-11-07 00:41 댓글 0건 조회 1,275회

본문

"야부리외 00명은 외박을 명 받았기에 이에 신고합니다. 다안~결!"
대대장님께 대한 외박신고가 끝난 대원들은 삼삼오오 정문을 나서고 있었다.

"야, 야부리 넌 오늘 나만 따라오는거야, 알긋냐. 짜슥 그렇게도 갈데가 없어?"

빡센중사 욕중사 (사실은 성이 옥씨라 옥중사인데 욕을 하도 잘해서...),
전투력으로 먹고사는 우리의 선임하사 욕중사님을 따라 춘천행 완행버스에
탑승하자 버스는 자갈길로 먼지를 일으키며 룰루랄라 빼치고개를 향해 치달리고 있었다.

"선임하사님, 춘천에는 아는사람이래도 있으심까?"
"아는사람? 이따금 만나는 깔치 몇은 있지."
"깔치 몇이요? 아니 하나도 아니고 몇이라며는...?"
"너 뭐가 알고싶은데?"
"아님돠."

한마디 욕이 나올것 같은 분위기라서 얼른 꼬리를 내리고 말았다.
"얌마~ 넌 밥먹을 때 숫가락에 밥풀떼기 몇개 올라앉았는지 세면서 먹냐?"
"캬~ 이럴때 저렇게도 표현하는구나...대단한 욕중사.."
(속으로 말하고 있었다.)

춘천시내에 나오니 마치 별천지에 떨어진듯한 분위기다.
우선 술이 고프다는 욕중사님을 따라 실내포장마차에 들러 딱 한병씩만 비우고 가자던
약속을 위반하고 약간의 도를 넘고있었다.
욕중사님의 눈에서 항상 느껴오던 살기가 약간 없어진듯 할 때쯤 자리에서 일어났다.

"야부리~ 너 당구 좀 치냐?"
"당구요? 입대하기 전에 좀 쳤는데 쳐본지 오래됐슴돠"
"그래? 그럼 나하고 한게임할래?"


우린 어느 대로변 이층에 있는 당구장에 가게됐다.

"야부리, 지금부터 봐주는 것 없고 삼판양승으로 저녁사기 어때?"
"선임하사님, 그럼 모자벗고 계급장 떼고 하시지요..."
"그래, 바로 그거야."


오랫만에 치는 당구라 아직 몸도 안풀리고 삑사리에다 말이 아니었다.
첫판은 가볍게 지고 말았다.
두번째 게임에서 서서히 몸이 풀리기 시작하면서 앞서거니, 뒷서거니를 반복하면서
아슬아슬하게 내가 승을 잡았다.
막판이 문제였는데...
그만 욕중사에게 코너에 몰아주는 퍼데기공을 주고 말았다.
이 양반, 때는 이 때다 싶었는지 평소에 못보던 정교함으로 공을 깨지 않으려고 온갖
노력을 다 하는것을 볼 수가 있었다.

306472105_6e195e5453.jpg?v=0

그러다 아차 실수로 그만 공의 가운데를 정교하게 서로 갖다 붙이는 떡을 하고 말았다.
순간 나도 모르게 환성을 울렸지.

“와~! 떡이다.”
“이런 시벌넘이…그게 왜 떡이냐? X도 모르는게 아무거나 떡이래!”

드디어 그의 트레이드 마크를 서서히 보이기 시작한다.

“잘 봐 임마, 저게 어디 떡이냐? 쫑이지…”

주변의 사람들을 인식하였는지 약간의
체면치레를 하며 최대한 순화된 말투로 우기기 시작한다.

“선임하사님, 가운데가 완전히 붙었잖슴까. 저게 어떻게 쫑입니까? 참 나!”
나는 겁도없이 한마디 더 하고 말았다.

“저건 떡중에도 찰떡임돠.”

큐대로 거의 두들겨 팰 기세로 주위를 둘러보던 욕중사, 마침 저쪽 코너에서 당구를 치고 있던
네명의 군인들을 소리쳐 불렀다.

“야~ 거기 네명 총알같이 온다, 실시!”

군복이 많이 낡은걸 보니 군기가 빠질때도 되어 보이는 네명의 용감한 전사들이 깜짝놀랜 표정으로
마치 선착순을 하듯 달려와 줄까지 맞추는 최대한의 성의를 보인다.

“야, 아그들아, 늬들이 보기에 저게 쫑이냐, 떡이냐? 아~ 이거 진짜 돌겄네”

사태가 심상찮다는걸 인식은 했는데 이렇게 말하든, 저렇게 말하든 어느 한쪽에게는 당할 것 같다고
생각했는지 이번에는 눈을 돌려 나를 한 번 쳐다본다.
여기서 눌리면 안되겠다 싶어 눈을 깔며 한마디 한다.

“늬들중에 큐대로 제대로 맞아본 사람 안죽 읍지? 어서 보고드려라!”
어차피 이렇게 된 판에 있는대로 말하는게 좀 더 낫다라고 판단한 그들은 이렇게 말했다.

“저희가 보기에는 떡임돠. 중사님”
마치 자기들의 실수로 떡을 만들어 놓은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이렇게 말씀드려서
정말 죽을죄를 졌습니다라는 표정으로 그들은 조그맣게 말하고 있었다.

보기좋은 떡 덕분에 그날 나는 두판을 내리 이기는 행운을 잡게됐고 이렇게 소리쳤지.

“선임하사님, 오늘 전 닭갈비 먹겠슴돠. 키득키득~”

그날 저녁 맛있는 닭갈비를 뜯는 자리에는 어쩐일인지 눈에 익은 네명의 전사들이
부심을 잘 못 본 죄아닌 죄를 짓고 소리없이 눈물을 닦으며 닭갈비를 뜯고 있었다.
배 터지게 먹은 욕중사, 식당을 나서더니 한마디 한다.

“야부리, 갸~들 계산은 운제했냐? 자슥들, 잽싸긴...”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