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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기 난 이사람이 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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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푸른삷 작성일 2007-07-12 18:31 댓글 0건 조회 1,08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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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가 있었다.
평소에 그는 꼼꼼하고 깔끔함을 좋아 한다.
그래서 그의 집에는 구석구석 그 자신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여성의 섬세함까지 겸비하여 웬만한 주부 솜씨와 견주어도 조금도 손색이 없는 자다.
그러는 그는 그 것을 늘 자랑으로 여기었다.
그의 주변 인물들은 그런 그를 몹시 걱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것은 그의 깔끔함이 행여 이웃집 남정네들과 비교됨을 우려하는 것이었다.
놀라운 사실은 그의 적극적인 주부생활 탐구는 끝이 없는 욕구로 발전하는
것이었다.
심지어는 육아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하여 갖가지 영양식(이유식)을 손수
준비하는데 그 재료 선별과정에서 가공에 이르기 까지 혀를 내두를 정도의
정성이 들어간다는 사실이었다.
예를 들면 이렇다.
다시마를 건조해야 한다.
물론 우리 고향이 산지인 재료를 구입한다면 신경 쓸 것 없었겠지만
시중에 유통되는 다시마를 사게 되면
며칠을 물에 담가 놓고 불순물을 제거하고
이것을 손빨래 하듯 하나하나 깨끗하게 빨아서
옥상 빨랫줄에 널어 건조한다는 것이다.

은행은 또 어떤가?
은행 수확 철이 되면 가로수에서 채취한 은행은 절대 NO다.
거저 줘도?
그렇다 절대로 NO다.
환경오염에 적응을 잘한다는 이유로 웬만한 도로에는 은행나무가 가로수로 많이 식재되어
있고 가을이 되면 엄청난 은행을 수확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다이옥신”이 많다는 이유로 절대로 먹어서는 안 된다고 힘주어 말하곤 했다.
어렵게 시골에서 수확한 재료만 엄선하여 사용한다고 한다.

그는 청국장도 직접 발효시켜 사용한다.
놀랍지 않은가?
국산 콩을 구하여 깨끗이 씻고 발효기에 넣어 끈적끈적한 청국장이 되면
옥상 건조장에 올려놓고 해충(똥파리)이 침입하지 못하도록 망을 씌워 충분히 건조시킨
다음 믹서기로 가루를 낸다고 한다.

멸치 역시 그가 주로 애용하는 식재료다.

이러한 건강식품 재료를 곱게 갈아서 손수 이유식으로 만들어 정성스럽게 아이들을 키운 결과
그의 아이들은 허여멀건 하고 튼튼하게 자랐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그는 무척 게으르다는 것이다.
자기 자신에 대하여는 관대하고 나태함을 즐기기도 한다.
그리고 밤 10시만 되면 그는 졸려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단, 한 가지만 빼고....
그리고
그는 치밀한 단면도 엿보인다.
이러한 경우다.
몇몇이 식당에 들어갔다.
요즘 식당에는 장사 좀 된다싶으면 입구에 이렇게 쓰여 져 있다.
“신발 분실 시 본인 책임인겨~”
이따구 써있으면 초반부터 확~ 성질이 난다.
그리고 신발 보관용 시커먼 비닐 봉다리를 나눠 주는 집도 있다.
우리가 들어간 그 식당은 친절하게도 그냥 옆에 있는 신발장에 넣어두면 되는 아주 편리한 씨스템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제일 먼저 A씨가 신발을 벗어 놓고 현관에 들어섰다.
그리고 본인의 신발을 들어 신발장에 넣지 않고 그냥 서있기만 한 것이 아닌가.
그저 바라보기만 하면서 말이다.
앗!
그런데 뒤따라 들어가던 B씨가 아무 생각 없이 A씨 신발과 B씨 본인의 신발을 들어서 신발장에 넣는 것이 아닌가.
물론 B씨의 넉넉한 인격에서의 행동이겠거니 했다.
그런데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던 A씨.
그제서야 돌아서서 안으로 유유히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만약 A씨가 털털하고 무신경한 인사였다면 아무 생각 없이 한 행동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본인이 벗은 신발을 누군가가 넣어 주기를 기다리고 있다가.
확인한 후 들어가는 이 행동은 치밀한 계산과 고차원적인 심리전이 내재된 행동이 아니겠는가?
놀랍다.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덜렁덜렁함과 게으름과 꼼꼼함, 그리고 깔끔한 성격.
치밀한 전략가?
그리고 거기다가 잘 운다.
혼자서도 말이다.

암튼
무척 헷갈리는 A씨다.
그는 이렇게 외친다.
심심하니까 백년까지 같이 살자고.....
지 마눌도 있는데 말이다.

그러는 그가 밉지 않고 좋다.
그래 그때 까정 함 살아보자.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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