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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기 복수 혈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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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불량마눌 작성일 2007-04-06 12:03 댓글 0건 조회 52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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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와 나 세상에 단둘인 우리 남매는 자라면서
서로에게 한 치의 양보도 없었던 앙숙 관계였다.

방 하나라도 세를 놓으시겠다는 부모님의 선택에
우리 남매는 잠을 잘 때에도 한 이불속에서 몸부림쳐야만했다.
머리맡에 놓아둔 자리끼마저 얼어붙은 차가운 방바닥에 요를 깔아 놓으면
누가 먼저 이불속으로 들어가 따뜻하게 녹여 놓을 것인가를
결정짓는 일부터 가위 바위 보에 혹은 밀어내기 작전까지
잠 한 번 잘라치면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오빠는 요의 반에다 선을 그어 놓고
요기만 넘어 오면 죽여 버린다고 협박까지 해대었다.
그 협박을 순순히 응할 나 역시 아니었기에
오빠에게 향한 짓궂은 장난이 심해질 수밖에 없었다.

조금만 넘어 오면 죽여 버리겠다며 잔뜩 독기를 품고 있는데
난 경계선 사이로 손을 얼른 가져갔다가 잽싸게 피해 버렸다.
발도 한 번 쓰윽 밀어 넣는 여유까지.......
그럴 때마다 오빠는 순간 포착을 하여 나를 때리려고 안간 힘을 쏟았다.

“해봐! 때려봐!”
자꾸 약을 올리며 오빠가 그어 놓은 경계선을 넘나들다
한 번 된통 당하고 말았다.
약이 오른 오빠의 덫에 그만 딱 걸려 손이 잡힌 채 호되게 맞고 말았다.

“아파. 어휴 아파.” 하며 훌쩍이다 잠이 들은 난
꿈속에서도 오빠와 한창 싸우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잠결에 날아온 강한 펀치가 내 코를 강타했다.
순간 내 코에 손이 갔다.
“어~ 코~피.”
컴컴한 방 사이로 옅게 비추어진 빛에 비추어보니
끈적끈적한 것이 코피가 맞았다.

순간 난 보이는 것이 없었다.
한참 꿈속을 헤매는 오빠의 배를 올라타고는
양쪽 볼을 사정없이 때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의외로 오빠는 아무 반응이 없었다.
분명 자다 말고 일어나서 같이 육박전에 돌입할 것이라는 나의 생각을 깨고
아주 곤하게 자고 있었다.

혼자 머쓱해진 나는 다시 제 자리로 돌아와 다음 꿈을 향하여 잠을 청했다.

다음 날 아침
지난 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는 오빠는 엄마의 아침 심부름을 나에게 하라고 종용했다.
오빠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자니 지난 밤 복수 혈전 생각이 나
터져 나오는 웃음을 쿡쿡거리며 작은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조용히 심부름을 나갔다.

“오빠! 지난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는 겨?”
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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