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별마당

기별게시판

47기 번뜩이는 단어

페이지 정보

작성자 불량마눌 작성일 2007-03-19 17:13 댓글 0건 조회 825회

본문

아들 녀석 장가보내 놓고 남은 식구라곤
우리 내외와 강아지 한 마리뿐이다.

우리 내외가 주말에 나가게 되면
집에 남은 강아지에게는 치명적인 외로움을 안겨 주게 된다.
그렇다고 산에 다닐 때 늘 데리고 다닐 수도 없고........
우리 내외가 옷이라도 입으려는 눈치만 보이면
강아지는 홀로 남아있을 외로움에 마냥 짖어 대기만 한다.

그리고 신발 신는 곳까지 따라 나와 엉덩이를 돌려 대며
자기를 안고 나가라는 포즈를 우리 내외에게 취해 보기도 한다.

함께 하지 못하는 미안한 마음에
오늘 큰마음을 먹고 어제의 피로를 뒤로 한 채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을 나갔었다.

강아지가 얼마나 흥분이 되었으면
강아지 본능의 목소리를 망각하고 고양이의 울음소리를 내는지
13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가는 동안
같이 타고 내려가던 주민에게 무척이나 민망하였다.

안고 가는 동안에도 자기를 바닥에 내려놓으라고 몸부림을 치기에
바닥에 내려놓는 순간 강아지는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그동안에 쌓였던 스트레스를 발산해 버렸다.
보이는 사람마다 짖어대고 심지어는 예쁘다고 옆에 오는 사람에게 까지
짖어대니 완전히 통제 불능이 아닐 수 없었다.

잠시 괜히 데리고 나왔다는 후회스러운 생각에
다시 집으로 들어갈까 망설이다 이왕 나온 김에 조금 참자라는
생각으로 자전거 도로를 걷기 시작했다.

줄에 매인 몸이 주인을 끌고 가는 양
조그마한 몸체에서 큰 에너지를 소비하며 걸어 다녔다.

그러다가 컥컥대며 제 자리 뛰기를 열심히 하는 모습이 안쓰러워
잠시 개 줄을 풀어 놓았다.

이 녀석 갑자기 물 만난 고기처럼
여기저기를 휩쓸고 돌아다니다 못해 다음은
물인지 불인지 구분을 하지 못하고 내따 도망치기 시작했다.

“사랑아~ 사랑아~”
목청껏 강아지의 이름을 불러 대기 시작했지만
주인의 말을 들은 척도하지 않았다.

학창 시절 달리기 실력을 발휘해서 강아지를 잡으려 달음박질을 시도해봤지만
마음먹고 도망치는 녀석을 당해 낼 재간이 없었다.

“너 ~ 이리 안와.”
“너 잡히기만 하면 죽~어.”
“야 ~ 빨리 안와.”
목이 터져라 불러 대도 잡힐 듯 잡힐 듯 녀석이 주인을 놀려 대는 것 같았다.

순간
머리 속에 번뜩이는 단어가 생각이 났다.

집에서 용변을 보는 강아지를 예뻐하면서도
왠지 찝찝하여 볼일 볼 때마다 휴지와 물로 닦아주기를 반복하며 살아 왔다.

그럴 때마다 주인은 위생을 생각했고
강아지는 주인의 그런 행동을 당연 좋아하지 않았다.

강아지의 가장 민감한 부분이 X구멍인지
볼일을 보고 처리를 해 줄때마다 주저앉기에
평소 집에서 큰 소리로 기선 제압을 하였다.

잘 처리해줄라치면 주저앉기에
“야 ~ X구멍.”
하고 소리치면 평소 훈련 덕분에 엉덩이를 들이댔다.

목욕탕에 먼저 들어가 씻기려고
“사랑아~ 목욕하자.” 하면 엉덩이를 뒤로 빼고 도망가던 녀석이
큰 소리로
“X구멍~.” 하면 무조건 꼬리 내리고 주인 곁에 다가 온다.

혹시나 밖에서도 강아지에게
그 단어가 먹히나 싶어 큰 소리로 불러 댔다.

“X구멍~ 야~ 빨리 X 구멍.”
했더니만 정말 거짓말처럼 꼬랑지 내리고 오는 것이 아닌가.
주변에는 정말 X팔릴 단어였지만 녀석에게는 기가 막힌 약발이었다.

씩씩거리며 잡아와서는 잘 씻겼더니만
화려한 외출을 마치고 돌아온 녀석은 주인 옆에 누워
네 발을 하늘 향해 치켜들고 잘 자고 있다.
ㅎㅎㅎ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