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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기 이해인 수녀님 (여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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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부녀회장 작성일 2006-06-27 10:07 댓글 0건 조회 58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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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일기 | *이해인 수녀님 이웃을 돌아 보며 하루를 시작 합시다.
행복한 하루

여름일기

1

사람들은
나이 들면
고운 마음
어진 웃음
잃기 쉬운데
느티나무여

당신은 나이 들어도
어찌 그리 푸른 기품 잃지 않고
넉넉하게 아름다운지
나는 너무 부러워서
당신 그늘 아래
오래오래 앉아서
당신의 향기를 맡습니다.
조금이라도 당신을 닮고 싶어
시원한 그늘 떠날 줄을 모릅니다.

당신처럼 뿌리가 깊어 더 빛나는
시의 잎사귀를 달 수 있도록
나를 기다려주십시오
당신처럼 뿌리 깊고 넓은 사랑을
나도 하고 싶습니다

2

사계절 중에
여름이 제일 좋다는
젊은 벗이여
나는 오늘
달고 맛있는
초록 수박 한 덩이
그대에게 보내며
시원한 여름을 가져봅니다

한창 진행중이라는
그대의 첫사랑도
이 수박처럼
물기 많고
싱싱하고
어떤 시련 중에도
모나지 않은 둥근 힘으로
끝까지 아름다울 수 있기를
해 아래 웃으며 기도합니다

3

바다가 그리운 여름날은
오이를 썰고
얼음을 띄워
미역냉국을 해먹습니다

입 안에 가득 고여오는
비릿한 바다 내음과
하얀 파도소리에
나는 어느새 눈을 감고
해녀가 되어
시의 전복을 따러 갑니다

이해인 시집 <외딴 마을의 빈집이 되고 싶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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