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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기 [낭송시] 나뭇잎 같은 사람 많다/도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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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등대지기 작성일 2006-02-25 01:28 댓글 0건 조회 72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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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송시] 나뭇잎 같은 사람 많다 - 도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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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세상에는 나뭇잎 같은 사람 많다. 사람많다.
뜨거운 햇살을 제일 먼저 맞고, 비가 오면 차가운 빗발을
세찬바람에 제일 많이 시달리는것도 나뭇잎이다 .

벌과 나비가 나무를 찾는것은 꽃이 피었을 때이다.
새나 짐승이 나무를 찾는것은 열매가 열렸을 때이다.
뿌리는 나무를 튼튼히 받치고 있다해서 칭찬하지만
나뭇잎은 그런 칭찬조차 듣지 못한다.

꽃이 피었을 때처럼 아름다운 모습으로 사람의 발길을 붙잡지도 않고
열매 맺었을 때처럼 대견하단 소리조차 들어본 적도 없다.
봄에서 가을까지 나무와 함께 있는 동안
짙은 향기를 내 뿜으며 고고해 본 적도 없다
가지마다 주렁주렁 열매를 달고는
뻐기듯 어깨를 제치고 서 있어 보지도 못한 나뭇잎.
아무도 눈여겨 보아주지 않는 동안 그저 저 혼자 푸르게 ~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세상에는 나뭇잎 같은 사람 많다 사람 많다~
눈에 뜨이는 화려함이나 특별한 빛깔도 없는 그런 나뭇잎이 모여
나무를 만든다.
평범한 잎들이 가장 오랫동안 나무를 떠나지 않고
함께 있으며 기쁨과 고난과 시련을 같이한다.

꽃은 잠깐 있으면서 나무가 받을 명예로운 이름을 제가 다 가져가지만
나뭇잎은 꽃없는 나머지 날들을 말없이 지키면서
명예와는 거리가 먼 삶을 푸르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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