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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기 하루라는 것은 땅 몇 평 입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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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명규 작성일 2012-03-22 22:25 댓글 0건 조회 86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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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 전해 오는 이야기입니다.

한 마을에 파흠이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습니다.
 
파흠은 누구보다도 논밭을 넉넉히 가지고 있었습니다만
더 가지고 싶은 욕심이 많아서 누가 땅이라는 말만
들먹여도 귀를 번쩍번쩍 세우곤 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그는 한 나그네로부터 기가 막힌 정보를 입수하였습니다.

곧, 적은 돈으로도 많은 땅을 살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파흠은 당장 서둘렀습니다.

 돈주머니를 허리에 차고 그곳을 향해 길을 떠났지요.
드디어 파흠은 땅을 마음대로 골라서 살 수 있다는
바슈키르에 당도하였습니다.

 여기 사람들은 멍청하게도 무한히 넒은 땅의 한 귀퉁이에서
작은 오두막들을 짓고 조용히 살고 있었습니다.

누가 더 차지하기 위해 다투는 일도 없었으며, 그저 서로 마음 놓고
소와 양을 키우면서 농사를 짓고 사는 사람들이었습니다.

 파흠은 촌장을 찾아가 말하였습니다
“나는 땅을 사기 위해 왔습니다.”

 “그렇습니까? 그럼 사시지요.”

 “땅값은 얼마인지요?”

 “하루에 천 루블입니다.”

 파흠은 침을 꼴깍 삼키면서 물었습니다
“하루라는 것은 땅 몇 평인지요?”

 “우리는 그런 셈은 잘 모릅니다. 다만 당신이 하루 동안
걸어 다닌 땅은 모두 당신의 것으로 인정한다는 말입니다.”

 파흠은 흥이 났습니다.
하루 동안 걸어 다닌 땅을 천 루블로 살 수 있다니,
이 얼마나 큰 횡재인가 말이다.‘

 촌장이 한마디 덧붙였습니다
“한 가지 명심하여야 할 일이 있습니다. 당신을 해가 뜰 때
걷기 시작해서 해가 지기 전에 제자리에 돌아와야 합니다.

 물론 당신이 걸어간 곳에 표시를 해 두어야 하고요.
만일 당신이 돌아오지 못하면 돈은 우리 차지고
당신에게는 땅이 돌아가지 않습니다.”

 파흠은 얼씨구나 하고 천 루블을 지불하였습니다.
그러고는 해가 뜨자마자 부리나케 걸었습니다.

파흠은 시간이 아까워 밥도, 물도 걸으면서 먹었습니다.
물론 쉬지도 않았구요

정오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파흠은 더 좋은 땅이 자꾸만
나타났기 때문에 발길을 돌릴 수가 없었습니다.

 어느덧 해가 서쪽으로 제법 기울었습니다.
그제야 파흠은 허겁지겁 삽으로 표시를 한 다음
돌아오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나 뛰어도, 뛰어도 출발했던 지점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해가 떨어지기 전에 돌아가야 이 땅이 모두 내 차지가 되는데....’
입에서 단내가 났습니다. 눈앞이 가물가물하였습니다

 파흠은 간신히 해가 지평선에 넘어갈 무렵에 출발점으로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그는 그 자리에 쓰러져서
영영 다시 일어나지를 못했습니다.

 바슈키르 사람들은 파흠의 시체를 그곳에 묻어주었습니다.

그가 차지한 땅은 겨우 한 평이 조금 넘을까 말까 했습니다

 - 나 내가 잊고 있던 단 한 사람 / 정채봉 선집에서 -

고운밤 행복한밤 현실에 만족한밤 되소서 ^^
    박명규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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