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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기 고향은 참으로 따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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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재경44회 작성일 2006-02-21 19:17 댓글 0건 조회 82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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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향은 참으로 따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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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후 지방출장을 마치고 경부고속도로를 쌩쌩 거리며 무사히 귀경하였습니다.
늦은 시각이었고 여행의 여독으로 피로했으나 잠이 오질 않았습니다.
잠시 억지로 눈을 감고 잠을 청해 보았으나 더욱 눈만 말똥거리기만 했습니다.
아마도 우리 동네(서울 용문동)에서 발생한 놀라운 사건 보도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늦은 밤 또다시 재수에 도전하는 가여운 우리 딸래미가 학원에서 돌아올 시각까지
계속 쇼파에서 뒤척이다가 은근히 걱정이 되어 효창운동장 역까지 마중을 나갔습니다.
TV 뉴스와 신문지상에 온통 용문동의 추행 살인 사건이 보도 되다보니, 한동네 사는 것
그것 조차 괜시리 부끄러웠습니다.
밤 11시 40분 씩씩하게 지하철 에스칼레를 타고 지하철 입구로 올라오는 딸래미가
그저 대견스러웠어요.
오랜만에 가족과 늦은 밤까지 모처럼 대화를 나누다가 낼 아침 새벽 고향으로 가야겠기에
억지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김학래 교장님께서 정년퇴임식이라는데...”
결혼식은 두 번 할 수 있을지라도, 그분의 정년퇴임식은 일생에 딱 한번이라는 생각에
목구멍이 포도청이지만, 큰맘 먹고 회사를 결근하고 이른 새벽 고속버스를 탔습니다.
이 한심이가 식장에 참석 했다고해서 그 행사가 빛날 것이 절대 아님을 알지만,
친구와의 우정과 또 은사님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때문에...
“집안에 급한 우환이 생겨서...” 라는 선의의 거짓말 정도는 해도 될 것 같았습니다.
어떻든 모교 행사장에서 최웅길 동기를 만나서 둘이 점심으로 생태찌게를 안주삼아 낮술을
한잔하고 온 것만도 참으로 기뻤습니다.
동기생 최회장의 그 뜨거운 환대만도 분에 넘치는 작은 행복이었습니다.
이른 새벽 어둑한 시각 우리 마나님은 대관령 넘어는 아직 추울꺼라면서 오버코트와
목도리를 챙겨주길래 몇 번이나 사양했으나, 그 마음을 받아 들이고 완전무장했사오나
우리 고향 강릉은 마치 봄날처럼 따뜻하기만 했습니다.
오후 귀경 고속버스를 타고 이제 막 회사로 들어왔습니다.
그러나 서울은 저녁 바람이 너무나 쌀쌀했습니다.
하여, 때로는 싫어도 마나님 말씀을 잘 들어야 한다는 교훈을 오늘도 하나 배웠지요.
주절 주절 떠들어 죄송합니다.
고향 잘 갔다왔다는 신고 드립니다.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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