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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기 풍경이 있는 Essay 11 - 사진 한장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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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c 작성일 2012-07-13 18:05 댓글 0건 조회 89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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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된 사진들을 정리하다가 발견한 한 장 사진이 나를 10여년 전의 파리로 되돌아 가게 합니다. 

우연한 기회에 파리를 거쳐 이태리를 여행할 일이 있었습니다.

마치 유럽정벌에라도 나선 징기스칸의 병사처럼 파리의 고궁과 박물관, 쇼핑센터 등 눈에 보이는 곳은
점령지인양 닥치는 대로 훑으며 밀라노를 향해 진격을 하던 참이었습니다.

본전뽑기를 작심한 듯한 강행군의 일정이 하도 힘들어 일행 중 마음이 맞는 한 명과 과감하게 일행에서
탈출을 감행했습니다. 마침 그 날 밤은 파리에서 숙박을 하는 일정이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지요.

지금처럼 스마트폰이 있는 것도 아니고 프랑스어라고는 출발하기 전 잠깐 준비한 인사말 '봉슈르' 밖에
모르는 국제 촌놈들이 달랑 지도 한 장과 몇 푼 안 되는 여행경비만 믿고 서로를 의지한 채 겁없이 탈출
을 감행 한 것입니다.
 
우리끼리 자유롭게 한번 파리를 즐겨 보자고 의기투합한 우리는 이 곳 저 곳을 모처럼 여유있게 즐기
다가 다다른 곳이 그 이름도 유명한 세느강이 한눈에 보이는 작은 성곽 위였습니다.

그 곳에 머무는 동안 날씨가 거의 흐려있었는데, 그 날 따라 날씨마져 쾌청해 푸른 세느강변에는 마침 가을
바람이 살랑이고 쏟아지는 오후의 금빛 햇살을 받으며 유유히 흐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강위를 미끄러지듯 유영하는 한 척의 흰색 카누!!,

강변에는 젊은 파리쟌느 커플들이 삼삼오오 모여 벌건 대낮임에도 서로 입술과 입술을 겹치서 떨어질
줄 모르는, 당시 한국인의 눈에는 입이 딱 ~ 벌어지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었음에도 나는 온통 강위의
'세느강 처녀'가 있는 황홀경속에 푹 빠져 정신없이 카메라 셨터를 눌러댔습니다.       
 
그리고 그 날 우리 두 사람은 늦은 시간, 웬만큼 가까우리라 예상했던 파리 근교에 위치한 호텔을 찾아
가는데 가진 돈을 '파리의 택시운전사'에게 탈 탈 털어 주고도 모자라 도착하자 마자 부대로 복귀한 탈
영병 신세가 되어 일행으로부터 눈물이 쏙 빠질 만큼 호된 신고식을 거쳐야 했습니다. 

그날 이후 귀국할때 까지 우리 두사람은 요주의 인물이 되어 눈이 쫙 찢어진 마치 북한의 보위부 병사같은
감시병(?)의 팔자에 없는 호위를 받아야 했지요.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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