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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기 노모의 푸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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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청곡 김기하 작성일 2009-09-08 18:16 댓글 0건 조회 70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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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ㅡ 여보시오.
돈 있다고 위세치 말고 공부 많이 했다고 잘난 척하지 말고 건강하다고 자랑치 말며
명예가 있어도 뽐내지 마소. 다ㅡ 소용없더이다.

나이 들고 병들어 누우니 잘난 자나 못난 자나 남의 손 빌려 하루를 살더이다.
그래도 살아 있어 남의 손에 끼니를 이어가며 똥 오줌 남의 손에 맡겨야 하는 구려.
당당하던 그 기세. 그 모습이 허망하고 허망하구려. 내형제 내식구가 최고인양 남을
업신 여기지 마시구려.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형제. 식구 아닌 바로 그 남이 어쩌면
이 토록 고맙지 않소. 웃는 얼굴로 따뜻한 미소 지으며 날 이렇게 잘도 돌봐 주더이다.

아들 낳으면 일촌이요, 사춘기가 되니 남남이 되고 대학가면 사촌이 되고 군대가면
손님이요, 군대 다녀오면 팔촌이 더이다. 장가 가면 사돈되고 애 낳으면 내나라 동포요,
이민 가니 해외 동포 이더이다.

딸 둘에 아들 하나면 금메달이고 딸만 둘이면 은메달. 딸하나 아들 하나면 동메달이
되고 아들 둘이면 목 메달이라고 하더이다.

장가간 아들은 희미한 옛 그림자 되고, 며느리는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요.
딸은 아직도 그대는 내 사랑이구려.

자식을 모두 출가시켜 놓으니 아들은 큰 도둑이요. 며느리는 좀 도둑이라,
딸은 예쁜 도둑이 더이다. 그리고 며느리를 딸로 착각하지 말고 사위를 아들로
착각하는 일 마시오. 인생이 다 끝나가는 이 노모의 푸념이 한스러울 뿐이구려

월남전과 한국 홈페이지에서 퍼온 글
2009. 09. 08.
동트는 동해에서 김기하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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