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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기 대망 (大望) 12 이에야스의 기사회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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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전성우 작성일 2012-03-29 00:04 댓글 0건 조회 1,08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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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예프스키는 역적죄로 총살대에 섰다가 아슬아슬 황제의 사면이 도착해서 집행을 면제받았습니다.
한 번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도스토옢스키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다고 합니다.

이에야스는 미카다가하라에서 한번 죽었습니다.
교수형을 받으면 괄약근이 풀어져 변을 지린다고 합니다. 이에야스의 괄약근도 한번 풀어졌습니다.

공포 중의 공포는 뭐니뭐니해도 죽음입니다.
한 번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이에야스는 공포에서 해방됩니다.

냉정해진 이에야스는 웅크립니다.
형세는 절대 불리하지만 아직 죽지는 않았습니다. 죽지 않았으면 아직 끝이 아닙니다.
 
궁지에 빠진 이에야스가 가장 피할 일은 경거망동, 일본말로 단기를 일으키는 것입니다.
이제 이에야스의 과업은 견디는 일입니다. 쌀을 아끼고 물을 아끼고 병사를 아껴서 하루라도 더 살아남아야합니다.

성 안의 장졸들이 신겐의 강습을 기다리며 떨고 있는 가운데, 신겐은 여전히 노련합니다.
두꺼운 성 안에 틀어박힌 적을 정면으로 공격하는 것은 무식한 방법, 아군의 피해가 커지면 낙성의 의미가 반감됩니다.

신겐은 멀리 노부나가를 둘러싼 중앙의 정세를 주의깊게 관찰하면서 이에야스 주변의 작은 성들을 소탕하고 있습니다.
중앙의 정세 여하에 따라서 너무 많이 이기는 것이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신겐의 눈은 멀리 보는 눈입니다.

신겐이 소탕하는 성중에 노다성이 있었습니다. 수비병이 수백에 불과한 작은 성입니다.
이 성 근처에 신겐의 대장막사가 들어섭니다. 공성전은 사실 좀 한가합니다. 치열한 전투보다는 물밑 교섭이 먼저입니다.

아군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성을 빼앗는게 병법이니까,
일단 항복을 권유하고 이단으로 내분을 획책하고 삼단으로 성곽의 약점을 찾고... 기다리는 시간이 상당합니다.
 
소설에 의하면 노다성에는 피리의 명수가 있었다고 합니다.
교교한 밤에 피리소리가 퍼집니다. 매일 밤 들려오는 애절한 피리소리는 성 안팍 모든 장졸의 심금을 사로잡습니다.

신겐은 특히 피리를 사랑했다고 힙니다.
신겐을 위해서 부하들이 감상하기 좋은 자리를 마련합니다. 늙은 잣나무 아래 밤나무 걸상이 놓입니다.

노다 성주 도키유키는 밤나무걸상이 신겐의 것이라는 첩보를 입수합니다.
성내의 총포대 중에서 명사수 5명을 뽑아서 은밀히 성벽에 배치합니다. 예행연습은 생각할 수도 없습니다.

사흘째 되는 날 마침 달도 밝은데, 신겐으로 보이는 인물이 나타납니다.
다섯개의 총구가 불을 뿜습니다. 요란한 총성 뒤에 피리는 끊기고 사위는 일순 정적에 빠지는데,
숨막히는 정적도 잠깐, 신겐의 막사 주변이 불난 호떡집처럼 허둥지둥 소란스러워집니다.

찰나간에 소란이 지나고 성 안팍은 다시 고요해집니다.
다음날 아침, 신겐군은 어딘지 모르게 이상행동을 보입니다. 노다성주 도키의 눈에는 철수준비로 보입니다.
 
신겐은 즉사하지는 않았다고합니다.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는 부하장수들에게 철수를 지시합니다.
사기를 염려해 자신의 부상을 누설하지 말라는 명령도 내리고 아들 가쓰요리에게 상속도 지시했다고 합니다.

신겐은 본국으로 철수하는 노중에 이름없는 작은 마을에서 죽었다고 합니다.
아들 가쓰요리가 은밀히 가문을 상속하지만, 3년 동안은 신겐의 죽음을 감추었다고 합니다.
 
이에야스측에서는 신겐이라는 거대한 쓰나미가 코 앞의 접시 물 속으로 빨려들어간 형국입니다.
운이라면 이처럼 대운이 없습니다. 이에야스가 신겐이 죽은거같다는 첩보를 들었을 때 첫 반응은 불신이었답니다.
 
이에야스가 노련한 신겐의 게략이라고 믿었던 첩보가 속속 사실일지 모른다는 희망으로 바뀝니다.
첫째 신겐이 이유없이 공세를 멈추고 꾸물거립니다. 막사를 걷고 된장을 땅에 파묻습니다.
 
드디어 신겐이 기치를 말고 본국으로 철퇴하자, 전국의 형세가 일변합니다.
그 때까지 주도권을 잃고 수비에 급급하던 노부나가+이에야스 연합군이 공세로 전환합니다.
불과 반년만에 이에야스는 잃었던 영토를 모두 수복합니다. 동부전선 이상무가 되었습니다.
 
노부나가의 서부전선은 훨씬 더 극적으로 상황이 반전합니다.
신겐이 호리에성을 거쳐 노다성을 포위한 때는 미카와 침공 다음해의 2월이었는데,
이 때 쇼오군 요시아키마저 어제의 원수 미요시들과 함께 반노부나가 군세를 일으킵니다. 노부나가는 풍전등화입니다.
 
또 다시 천황의 칙명을 매수해서 간신히 쇼오군과 화친한 것이 그 해 4월초, 둘은 잠시 휴전합니다.
어정쩡한 휴전으로 간신히 숨을 돌린 노부나가에게 신겐의 이상이 알려진 것은 4월 중순이었습니다.
 
그로부터 불과 3개월 후, 노부나가는 쇼오군을 공격해서 교토에서 추방합니다.
교토의 관저에 포위당해 궁지에 몰린 쇼오군은 노부나가에게 할복하겠다고 말했답니다.
 
쇼오군의 할복을 전해들은 노부나가는 콧방귀를 낍니다. 할복은 아프니까 참으시라고 전한 노부나가는
뒷문을 열어줍니다. 관저를 탈출하면 뒤쫒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은 쇼오군은 개구멍으로 탈출합니다.
 
쇼오군의 측근들이 제 살 길을 찾아 뿔뿔이 흩어지는 가운데,  한 무사가 수하 60여명과 함께 최후까지 싸웁니다.
15대까지 이어져 내려온 수백년 아시카가씨의 무로마치막부가 이제 막을 내리는데
한사람도 같이 순사해주지 않는다면 쓸쓸한 일이라며 노부나가의 퇴거명령을 거절하고  싸우다 죽습니다.
 
무사의 순정도 그뿐, 근심의 근원이었던 신겐이 무력해진 지금 노부나가를 막을 자는 천하에 아무도 없습니다.
무로마치막부를 끝장내자마자 노부나가의 군세는 쇼오군이 피신한 서부의 미요시들에게 향합니다.
 
미요시들을 향한 창끝은 노부나가의 본대가 아닌 가신 호소가와였답니다.
노부나가 자신은 숙적 아자이 아사쿠라를 향합니다. 먼저 아자이를 공격하니 아자이는 아사쿠라에게 원병을 청합니다.
 
이미 기세를 탄 노부나가는 아사쿠라에게 공포입니다. 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지만, 아자이를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아자이가 멸망하면 다음 차례는 자기라는걸 잘 아는 아사쿠라의 당주 요시카게는 어쩔 수 없이 출동합니다.
 
기세라는건 무섭습니다. 노부나가는 기세를 얻었고, 안티 노부나가 연합은 신겐이라는 기세를 잃었습니다.
덩달아 아사쿠라 내부의 결속도 흔들립니다. 당주의 출동 명령을 받은 수하들중에 몇몇이 핑계를 대고 출동을 거부합니다.
 
노부나가가 너무 무서워서 각자 살 길을 찾는 것입니다.
강병을 거느린 사촌동생 아사쿠라 가게아키라가 출병을 거부합니다. 배가 살살 아프다는게 이유였다고 합니다.
 
이제 집안을 통제하기에도 벅찬 아사쿠라지만, 거듭되는 아자이의 원군요청에 1만5천을 긁어모아 출동합니다.
드디어 아사쿠라가 거성을 떠났다는 첩보를 받은 노부나가는 국경 근처인 도네자카에서 맞아 싸웁니다.
 
기세를 탄 노부나가의 대병은 상대적으로 위축된 아사쿠라를 도네자카 인근에서 곤죽을 만들어 버립니다.
아사쿠라군은 싸움다운 싸움조차 하지 못 했다고 합니다. 순식간에 패해버린 아사쿠라는 시체를 길에 뿌리면서 도주합니다.
 
모든 부하가 살 길을 찾아 자기 고향으로 도망치고 아사쿠라 당주를 따라온 군세는 불과 기백명,
추격하는 오다군세를 맞아 싸울 방도가 전무합니다. 거성인 이치죠다니성도 무방비 상태, 당주 요시카게는
거성을 버리고 이 절에서 저 절로 도망치다가 사촌인 가게아키라의 밀고로 노부나가에게 포위되어 자결합니다.
 
아사쿠라의 멸망은 아자이에 대한 사형선고였습니다.
고립무원, 든든한 후원자였던 아사쿠라가 홀연히 사라져 버렸습니다.
 
입술이 사라진 잇몸이 아니라, 잇몸이 사라진 입술 아자이는 아사쿠라가 멸망한 바로 다음달 9월에 멸망합니다.
아자이의 멸망은 사연이 좀 있습니다. 아자이 당주 나가마사의 아내가 노부나가의 동생 절세미녀 오이치였기 때문입니다.
 
둘 사이는 매우 금슬이 좋았다고 합니다. 둘 사이에 딸만 셋이 있었는데 이들의 운명도 파란만장합니다.
과격한 노부나가도 가능하면 아자이와 오이치를 살리고 싶어했었다고 합니다. 여동생과 처남입니다.
 
항복하면 목숨은 물론, 오와리 남쪽의 새 영지로 옮겨주겠다는 제안까지 했다는데 아자이는 믿지않는 눈치입니다.
이제는 어쩔수 없이 죽이든 살리든 아자이를 위험한 그 영지에서 비워버리지 않으면 안 됩니다.
 
아사쿠라를 멸망시킨 직후부터 노부나가는 총력을 기울여 맹공을 퍼붓습니다.
관건은 오이치입니다. 가능하면 오이치만은 살려서 빼내고 싶은 것이 노부나가의 고민입니다.
 
그런데 목숨을 걸고 싸우는 부하들에게 너희들이 조금 더 죽더라도 내 동생 오이치는 살리면서 공격하라고 말할수는 없습니다.
주군이 자기들 목숨보다 피붙이의 목숨을 더 아낀다면 주종 일체의 결속도 금방 금이 갑니다.
 
히데요시는 주군의 고민을 눈치챕니다.
어려운 일을 자원하는 자가 출세하는 것은 처세의 기본입니다. 히데요시는 아자이 공격을 자원합니다.
 
아자이 공격이 만만치 않았던 것은 아자이의 거성인 오다니성(小谷城)이 천험의 요새였던 까닭입니다.
해발 700미터의 고지에 세 개의 성채가 있었는데 그중 아래성은 아버지 히사마사 본성은 당주 나가마사가 들어 있습니다.
 
오다 군세가 꽁꽁 포위한 가운데 히데요시 군세 2천이 오다니성을 기습합니다.
오다니 성의 지형과 방비를 꼼꼼히 파악한 히데요시군세가 새벽녁을 기해서 아랫성을 급습해 점령한 것입니다.
 
아랫성에는 약 500 정도의 수비병이 있었다는데 절반은 성벽이 깨지는 순간 도주하고 나머지는 칼을 맞거나 할복...
아랫성이 떨어지는 순간, 노부나가의 사자가 윗 성에 도달합니다. 위협사격에도 버티는 사자를 나가마사가 맞아들입니다.
 
사자는 아랫성에서 아버지 히사마사가 항복했으니 같이 항복하라고 사기를 칩니다.
나가마사가 조용히 말합니다. 그걸 믿으라는 말이오?
사자가 속삭입니다. 물론 거짓입니다. 그러나 속은척하시면 가운데 성으로 가셔서 마음껏 마지막 결전을 하실수는 있습니다.
 
나가마사는 사자의 제안을 수락합니다.
그날 밤 젊은 부부는 마지막 주안상을 받습니다. 자리에는 어린 세 딸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나가마사가 오이치에게 말합니다. 부인은 내일 처남인 노부나가공에게 한 발 먼저 내려가서 나를 기다리시오...
오이치는 거절합니다. 싫습니다. 무사의 아내로 마지막을 남편과 함께 하겠습니다.
 
나가마사가 부러 역정을 냅니다.
아버님이 사로잡히셨다고 하오. 당신이 거절하면 아버님의 목숨이 위험하니 내 말을 따르시오..
 
오이치는 울면서 엎어집니다. 전국 시대 무장의 딸로 태어나 사정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다 아는 오이치..
그러나 딸들과 시녀들이 숨을 죽이고 있는 이 곳에서 속내를 풀어놓을 수는 없습니다.
 
오이치는 남편 나가마사의 길을 이해합니다. 이제 나가마사에게 더 이상의 생명이 남지 않았습니다.
오이치에게 남은 길도 남편과 같이 죽는 길인데, 그것을 고집하면 남편의 마지막 길이 이그러집니다.
 
부부가 이생의 마지막 밤을 보낸 다음날의 새벽, 노부나가의 사자가 오이치와 세 딸을 데리고 성을 떠납니다.
오이치는 돌아보지 않았다고 합니다. 나가마사가 배웅하러 나오지 않을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새벽 안개 속을 오이치 일행이 떠나가자, 나가마사는 성병에게 거취의 자유를 줍니다.
800명의 성병중에서 주군의 마지막에 동행을 허락받은 자는 이백여명, 나머지는 나가마사가 억지로 쫒아냅니다.
 
나가마사는 가운데성의 성병과 합류한 다음, 성문을 열고 뛰쳐나와 다섯 차례나 용맹무쌍한 진퇴를 거듭한 후에 할복...
노부나가는 아사쿠라 당주 요시카게, 아자이 당주 나가마사 그 아버지 히사마사의 목을 교토에 효수합니다.
 
속설로는 이 셋의 해골을 깨끗이 말려서 금박을 입힌 후에 술잔으로 사용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만큼 이들에 대한 노부나가의 분노가 컸었기 때문에 발생한 야담으로 사실성은 희박하다고 합니다.
 
북쪽의 숙적 아자이 아사쿠라를 멸망시킨 노부나가에게 더 이상 거칠 것이 없습니다.
이제 순천자는 살리고 역천자는 죽이면 됩니다. 천하는 바야흐로 노부나가의 손 안에 들었습니다.
 
막강 노부나가에게 의외의 고민이 생겼습니다.
동생 오이치가 오빠를 거역하고 자진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죽은 남편 나가마사가 그립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의 밤, 잠자는 남편의 옆 모습이 너무나 쓸쓸하고 애틋해서 아련한 마음이 지워지지 않는 것입니다.
 
멋지고 잘났던 남편의 모습보다 궁지에 몰려 고독한, 애처로운 남편의 모습이 자꾸만 눈에 밟힙니다.
도저히 남편 혼자 쓸쓸한 저승길을 가라고 놔 둘 수가 없습니다.
 
오빠 앞에서는 머리깍고 절에 들겠다고 순순히 말합니다.
그러나 오이치가 자진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오이치는 말하지 않아도 노부나가는 알고 있습니다.
 
천하보다 더 골치아픈 난제에 노부나가가 히데요시를 부릅니다.
따끈한 사케 한 잔씩을 앞에 둔 주종 두 사람이 잠깐 한담을 나누고 있습니다.
한가한 이야기가 끝나면 노부나가가 무엇을 말할지 히데요시는 대강 눈치채고 있습니다.
 
당대 최고미인이었다는 오이치는 딸 셋을 낳았는데도 미모가 여전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미모보다 최강 노부나가가 사랑하는 친동생이라는 빛나는 신분이 더 매력적입니다.
 
사나이의 로망을 불사르는 황금돌싱 오이치, 노부나가의 이름있는 장수들이 모두 은근한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개똥밭에서부터 아둥바둥 중신 자리까지 오른 히데요시는 내면에 출신에 대한 열등감을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한담을 마친 노부나가가 부리부리한 눈을 들어 히데요시를 내려다보면서 말합니다.
그대가 오다니성을 떨어뜨렸으니 그대에게 아자이의 영지를 주겠다. 그런데 거기에 혹이 달린 것을 알고있겠지?
 
히데요시는 짐짓 모르는 척합니다. 아자이의 영주로 승진하는거보다 더 가슴이 떨리는 혹 때문입니다.
만사를 잊고 덥석 받아들이고 싶지만, 그래선 안 된다는걸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혹이라고 말씀하시면? 하고 어물쩍대는 히데요시에게 노부나가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합니다.
오이치년이 단념하지 않는다. 나는 살리고싶다. 그대가 단념시켜서 데리고 살도록...
 
히데요시는 그 말에 무너집니다. 18만석 영지를 받는것보다 오이치를 주겠다는 노부나가의 말이 더 사무치기 때문입니다.
눈물이 흔했다는 히데요시지만, 쏟아지는 눈물을 주먹으로 닦으면서 노부나가의 명령을 거절합니다.
 
주군, 성보다 더 기쁜 오이치마님이지만 저는 거절하겠습니다. 마님을 취하면 히데요시의 충성이 흐려집니다. 
무슨 말이냐는 노부나가에게, 미천한 히데요시가 주군의 혈족이 되면 눈치가 보여서 직언도 할수없게 된다고 대답합니다.
 
노부나가는 생각의 회전이 빠릅니다. 미련없이 오이치를 회수하는 노부나가에게 히데요시가 상주합니다.
주군 마님은 받을 수는 없지만, 단념시키라는 말씀은 히데요시가 맡겠습니다.
 
노부나가는 아무리 달래도 통하지않는 오이치를 히데요시가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 무척 궁금합니다.
히데요시는 성공합니다. 히데요시는 절간에서 안정하고싶다는 오이치를 오와리의 한 절까지 수행합니다.
 
붙임성좋고 깍뜻한 히데요시에게 오이치가 가끔 마음 속의 말을 풀었답니다.
교토에 효수된 남편을 떠올리는 오이치 부인이 "죽은 사람의 목을 불당 앞에 효수하다니 얼마나 악한 일인지.."하고 말합니다.
 
히데요시는 "살아 생전 추한 일만 생각하던 머리가 불당 앞에 걸려 덕을 쌓으면 좋은 일이지요'라고 대답합니다.
살갑던 히데요시가 갑자기 낯설어진 마님이지만, 가만히 생각하니 일리가 아주 없지는 않은 말입니다.
 
살짝 금이 간 마님이 결정적으로 단념한 것은 노상에서 시체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절간까지 가는 도중에 새까만 것이 눈에 띕니다. 오이치들이 다가가니 새까만 파리떼가 날아가고 하얗게 변합니다.
 
파리가 날아간 밑에는 하얀 구데기들이 온통 꾸물거려서 시체가 하얗게 변한 것입니다.
더러운 것 지저분한 것과는 상관없이 꽃처럼 살아온 오이치로서는 처음 맞닥드리는 두려움입니다.
 
오이치는 단념합니다. 그러데 히데요시가 단념하지 못 합니다.
꽃같은 오이치가 아른거려 히데요시는 우울증에 빠집니다. 항상 밝을 것만 같았던 히데요시로서는 이례적입니다.
 
가신 중의 하나가 우울한 히데요시를 위해서 엽색을 권합니다.
히데요시는 대단한 엽색가가 됩니다. 손안에 들었다가 제 스스로 포기한 오이치부인을 향한 미련 때문이었을지 모릅니다.
 
히데요시의 여성취향은 미색보다는 신분이었다고 합니다.
나중에 지체높은 여인들을 전국 각지에서 수집해서 수십명의 처첩을 거느렸습니다.
 
노부나가는 여인에 대해서 매우 담백했다고 합니다.
이에야스는 처녀보다는 과부들을 선호했고 특히 애 딸린 과부를 더 좋아했다고 합니다. 경제적이어서였을까요?
 
히데요시는 귀한 출신인 노부나가 이에야스와 달리 지체높은 공주들만 취합니다.
마음 깊은 곳에 자리한 열등감을 달래기 위해서 나타난 행태였을 거라는게 연구자들의 의견입니다.
 
나중에 히데요시의 유일한 아들을 낳아준 차차히메는 바로 오이치부인의 첫째 딸이었습니다.
히데요시의 가슴을 온통 뒤흔들었던 이상형 오이치마님은 끝끝내 히데요시와 연이 끊어지지 않은 셈입니다.
 
오이치 부인의 세 딸은 각자 당대의 최고권력자들과 결혼합니다.
큰 딸은 히데요시의 첩이 되어 히데요시의 후계자를 낳고, 두째는 이에야스의 아들과 결혼해서 쇼오군의 정실이 됩니다.
 
대영주의 부인이 된 세째까지 오이치부인의 딸은 모두 여인으로서는 가장 높은 지위에 오릅니다.
더 나중에는 히데요시의 아들과 이에야스의 손녀가 혼인하는데 둘은 외사촌간이었습니다.
 
노부나가의 핏줄과 아자이의 핏줄이 여인의 몸을 빌려 그 후의 일본 역사에 진한 흔적을 남깁니다.
찰나의 인생은 너무나 허무한데, 그 이면에는 면면히 이어지는 핏줄이 있어서 조금 위안이 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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