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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기 대망 (大望) 11 이에야스의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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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전성우 작성일 2012-03-11 00:19 댓글 0건 조회 77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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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장이란 무엇일까요?
전국시대의 다이묘는 현대의 경영자하고 비슷하다고 합니다. 대망이 경영전략서로 분류되는 이유입니다.
 
영지를 경영하는 다이묘나 회사를 경영하는 사장이나, 핵심은 군살없는 조직을 만드는 것입니다.군살이 많은 신체는 보기에도 나쁘고 달리기도 잘 못 합니다.
회사를 보아도 빈둥거리는 직원이 많으면 이익은커녕 잘 못 하면 망하게 됩니다.
 
다이묘 중의 다이묘, 다께다 신겐은 경영의 천재 조직의 천재였습니다.
골짜기 골짜기마다 다락논을 설치하고 영내의 들도적들을 소탕해 치안을 확보했습니다.
증산된 쌀을 바탕으로 호구와 군세를 늘리고 그렇게 늘어난 군세를 강력한 조직으로 결속시켰습니다.
 
쌀만 바라보던 당시의 일반다이묘들과 달리 금광 은광을 적극적으로 개발해서 부를 축적합니다.축적된 부를 바탕으로 비용이 많이 드는 기마군단까지 운용합니다. 기마군단은 오늘날의 기갑군단입니다.
 
상기의 많은 장점과 함께 다께다군의 최대장점은 다께다 신겐 그 사람 자체였습니다.
아무리 풍부한 물자와 우수한 부하들을 가져도 대장이 운용을 제대로 못 하면 지리멸렬이 됩니다.
군살 투성이였던 미노의 말로에 비해 신겐을 대장으로 가진 산골국가 가히는 부국강병이 이루어집니다.다께다 신겐의 근거지였던 가히(야마나시현)  신겐의 판도는 강원도 면적만 했다고 합니다.
 
일본 최강 다께다 신겐이 때를 만나 이에야스에게 쳐들어오고 있습니다.
바늘 틈도 없는 명장 신겐은 명불허전, 이에야스의 영토에 들어서자마자 당일에 여러 성을 함락시키고 파죽지세로 이에야스의 동쪽 영토에서 최대요충지인 후타마타성으로 진군합니다.
 
후타마타성은 이에야스로 보면 서울 남쪽 수원성 정도의 요충입니다. 수원성이 떨어지면 다음은 바로 서울...이에야스로서는 세불리하지만, 가만히 앉아 보고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원군없는 성은 결국은 떨어집니다.
 
3만군세에서 별동대 3천을 제외한 2만7천의 신겐군 본대가 노리는 후타마타성으로 출동하는 이에야스..적정을 탐색하던 이에야스군이 운수 나쁘게 신겐의 본대와 조우합니다. 결과는 이에야스의 초전박살...
 
당시 이에야스의 동원능력은 1만5천이었다고 합니다. 영지의 규모는 50만석 근처..
1만5천에서 각처에 배치된 수비병을 제외하고 이에야스의 본대로 가용할 수 있는 군세는 총 8천..다께다 3만 vs 8천 이에야스 인데, 장비도 병사도 대장의 능력도 모두 신겐의 우세..
지금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후타마타성은 얼마전까지 이마가와의 영토여서 홈그라운드의 이점도 별로 크지않습니다.
후타마타 근방에서 근거지 하마마쓰로 후퇴한 이에야스는 전전긍긍 노부나가에게 원병을 재촉합니다.
 
후타마타성의 1200명의 수비병은 두 달만에 항복합니다. 쌀도 물도 떨어지고 원병도 기약이 없었기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요충 후타마타가 떨어지자, 이에야스가 이마가와를 수년간 침략해서 얻은 새 영토의 절반이 무너져버립니다.
 
후타마타성 바로 다음은 이에야스의 본성인 하마마쓰성, 8천병력이 전부인 이에야스는 농성을 준비합니다.바로 그 때 노부나가의 원군 3천이 아슬아슬하게 도착합니다. 군세는 총 1만1천이 되었습니다.
 
첩자가 날아다닙니다. 다께다의 첩자 이에야스의 첩자가 사방에 가득한 가운데
다께다군이 하마마쓰성을 지나쳐서 하마마쓰의 직후방기지인 호리에성을 치려한다는 첩보가 들어옵니다.
 
노부나가의 원군이 그 때 도착하지 않았었다면 이에야스는 하마마쓰성에서 얌전히 농성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이제 원군이 도착하였습니다. 게다가 후방인 호리에성이 떨어지면 하마마쓰는 더 이상 최전선이 아니게 됩니다.
 
만약 호리에성이 신겐의 수중에 들어가면 이에야스는 고립되어 더 이상의 원군을 기대할 수 없게 됩니다.이에야스가 농성하는 하마마쓰에 원군이 도달하려면 후방인 호리에성을 반드시 통과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신겐의 노림수는 정확합니다. 호리에성을 떨어뜨려 이에야스를 말려죽이려는 원대한 스케일의 작전,이에야스가 웅크리고 있는 하마마쓰성을 직접 공격하면 과연 낙성시킬지도 의문이고 예상되는 피해는 천문학적...단단한 하마마쓰를 피하고 작지만 급소인 후방의 호리에성을 향해 진군하는 신겐, 과연 군신 신겐입니다.
 
말라죽을 것인가? 화끈하게 싸울 것인가? 결단을 강요당한 이에야스는 희미한 가능성을 붙들고 야전을 선택합니다.
중신들은 반대합니다. 지금은 백번 싸워 백번 지는 형세이니 인내하자는 것이 노신들의 의견입니다.
이에야스는 혼자 두는 바둑을 놓습니다. 희망적인 쪽만 쳐다보고 불리한 쪽은 외면하는 외통수 바둑입니다.
 
신겐이 호리에성을 향하고 있으니 하마마쓰를 지나치기를 기다려 신겐의 후미를 급습하면 이긴다는 계산입니다.
조심성많은 신겐이 젊은 이에야스가 하마마쓰에 웅크리고 있다는걸 살짝 망각해주기 바라는 나홀로 주판입니다.
 
신겐은 하마마쓰성 앞이 아닌 살짝 돌아가는 옆길을 이용해 호리에성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첩자가 시시각각 신겐의 진로를 보고해 오는 중에, 이에야스의 최종작전회의가 열립니다.
 
원군으로 온 오다의 장수들은 당연히 습격을 희망합니다. 본국과의 연락이 끊어지는것이 본능적으로 싫기 때문입니다.
원군이 용맹하게 습격을 희망하는데 로칼 중신들이 농성을 주장할 수가 없습니다. 체면은 목숨 이상입니다.
 
이에야스는 수비병을 거의 남기지않고 전군 1만1천명을 모두 출동시켰다고 합니다.
문자 그대로 배수의 진입니다. 건곤일척 이 한 수에 자신의 전부를 건 젊은 이에야스입니다.
 
다께다 신겐은 다 내려다 보고 있었습니다.
호리에 성을 공략하는 것은 이에야스가 안 나와도 좋고 나오면 더 좋은 일종의 꽃놀이 패입니다.
 
이에야스가 호리에성이 떨어지는걸 외면하고 웅크려 떤다면 천천히 말려죽이면 되는 것이고
급한 마음에 굴을 뛰쳐나온다면 단매에 때려잡으면 되는 일입니다. 이기는게 문제가 아니고 얼마큼 이기냐의 문제입니다.
 
사실 후타마타를 공략한 시점에서 신겐은 이에야스에게 사자를 보냈답니다.
쇼오군의 명을 받고 출동하는 자신에게 항복하여 역적 노부나가를 포살하는데 힘을 합하자는 권유입니다.
 
이에야스는 당연히 거절합니다. 직전에 노부나가의 원군이 도착했기 때문입니다.
얼마 안 되는 원군이지만, 그 원군이 없었다면 어쩌면 이에야스는 신겐에게 항복했을지도 모릅니다.
 
이제 항복은 물건너 갔습니다. 농성도 어렵다는걸 이에야스는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습니다.
노부나가는 천하의 공적이 되었고 사방에서 세불리한데 여기서 신겐을 막아내지 못 한다면, 자신은 물론 노부나가의 미래도 없다는것을...
 
신겐과 이에야스 두 군세가 마주친 곳은 미카다가하라 라는 들판이었습니다.
신겐이 점령한 후타마타, 호리에, 하마마쓰 세 성을 꼭지점으로 하는 삼각형의 중앙입니다.
 
이에야스가 마주친 것은 신겐의 뒤꼭지가 아니라,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기다리고있는 어린진이었습니다.신겐의 정보력은 대단했다고 합니다. 당시에 미녀들로 구성된 첩보조직까지 은밀히 운영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2만7천의 군세가 어린진을 펼쳐 이에야스군을 기다리는 가운데 이에야스의 1만1천이 먼저 돌격합니다.불리하면 바로 몸을 빼는 것은 몇명이 싸우는 개인전에서나 가능합니다. 일단 대부대가 출동하면 진퇴는 거의 통제불능입니다.
 
학익진으로 벌린 이에야스의 군세가 돌격해들어가자, 노련한 신겐은 중앙을 살짝 끌어들여
가뜩이나 엷은 이에야스의 학익진을 더욱 엷게 만든 후에 좌우에 포진한 기마대로 종이장같아진 학익진을 돌파해 버립니다.
 
전투는 불과 2시간만에 일방적으로 끝났다고 합니다. 대군의 격돌치고는 순식간입니다.
애초에 상대가 되지않은데다 유일한 희망이었던 기습은커녕 철벽 어린진에 도전했으니 당연한 결과입니다.
신겐의 전사자는 2백명 미만인데, 이에야스의 전사자는 2천을 넘었다고 합니다. 이름있는 장수들이 다수 전사합니다.
 
절망한 이에야스는 전사를 각오합니다. 더 이상의 미래가 보이지않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겁장이라고 합니다. 두려움에 떠밀려 신겐을 기습한 이에야스의 멘탈이 완전히 무너져 내렸습니다.
 
신겐의 기마군단을 향해 단기로 돌격하려는 젊은 이에야스를 측근들이 간신히 뜯어말립니다.
이에야스는 놓으라고 기를 썼답니다. 사신에 사로잡히면 죽기를 방해하는 것이 견딜수없게 미워진다고 합니다.
 
몇 사람의 가신이 거의 때려눕히다시피해서 이에야스를 진정시킵니다.
일부가 이에야스의 투구와 마표를 빼앗아서 이에야스로 가장해서 적을 유인하고 일부는 이에야스를 끌고 성으로 도주합니다.
투구와 마표를 빼앗아간 측근들은 모두 전사했다고 합니다.
 
성에 도착한 이에야스는 제 정신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패전의 공포는 현대인의 상상을 훨씬 뚸어넘는 것인가 봅니다.
말에서 내린 이에야스의 바지를 보니 젖어있습니다. 자세히 보니 공포에 질린 이에야스가 마상에서 변을 지린 것이었습니다.
 
가신 다다쓰쿠가 주군에게 소리칩니다. 겁장이 주군, 똥을 지리다니... 정신 차리시오..
이 소리에 정신을 차린 이에야스는 변명합니다. 똥을 지린것도 모를만큼 원없이 싸웠다.. 이제 되었다..
 
삼국지에 나오는 의성계가 또 한번 사용됩니다.
이에야스는 밥 두 공기를 비운 후에, 성문을 활짝 열어놓을것을 지시했답니다.
열린 성문 앞에는 모닥불을 최대로 밝혀서 성 안이 훤히 보이도록 하라는 지시까지 덧붙입니다.
 
이 지시를 내린 후, 이에야스는 자리에 누워 깊은 잠에 빠졌답니다. 문자 그대로 혼신의 힘을 다한 것입니다.
자고 일어난 이에야스에게 보고된 것은 신겐의 부장 마사카게 일대가 성문앞에서 망설이다가 그냥 돌아갔다는 보고였습니다.
 
 신겐에게 제대로 혼이 난 이에야스, 남겨진 방법은 인내뿐입니다.
이제 이에야스가 잘 두어서 이길 기회는 사라졌습니다.
이 바둑에서 노련한 신겐의 실착을 과연 기대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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