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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기 대망(大望)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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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전성우 작성일 2012-02-22 23:53 댓글 0건 조회 89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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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노부나가가 총공세를 폅니다. 휘하병력 거의 전부인 1만 군세를 이끌고 핵심인 이나바성을 공략하는 노부나가,
그러나 이나바성은 원래 천연의 요새인것을 살무사 사이토 도산이 심혈을 기울여 보강에 보강을 더한 천하의 명성입니다.
 
유일한 통로인 가파른 산길을 올라 단단한 성문을 공격하는 것은 수비는 편하고 공격은 어려운 위험한 일이었습니다.정면공격에서 막대한 손실을 입고 피로해진 노부나가에게 히데요시가 기습작전을 건의합니다.
 
이나바 산성은 그 험준한 지세 때문에 대문을 제외한 다른 길이 전혀 없는 걸로 생각하고 있었지만,정보수집에 적극적이었던 히데요시는 뒷문의 존재를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북한산의 숨은벽코스나 만경대코스처럼 아찔한 길을 지나면, 이나바산성의 뒷문이 있었습니다.
 
너무 험해서 공격측은 물론 수비측에서도 거의 신경을 쓰지않는 후미진 곳입니다.
이 코스를 히데요시가 수하 10여명과 함께 돌파합니다.
 
이틀이나 걸리는 먼 산길을 돌아가던 히데요시는 여기서 한 소년을 만납니다.
왕년에 노부나가의 부친 노부히데의 한 가신이 죄를 짓고 죽게되었는데 노부히데의 자비로 목숨을 구제받습니다.
 
그가 이 산골에서 화전을 일궈서 연명하다가 아들 하나를 남기고 죽었는데 그 아들이 히데요시를 안내합니다.
만약 이 소년을 만나지 못 했다면 난코스를 과연 넘었을지 혹은 아슬아슬한 릿지코스에서 낙상해서 죽었을지..
 
이 소년은 나중에 히데요시 휘하의 큰 장수로 성장합니다. 인재를 주워담는 히데요시입니다.
뒷문에 도달한 히데요시는 공격할 필요가 없었답니다.
 
워낙에 당나라보직이었던 뒷문수비대는 어슬렁 어슬렁 걸어오는 히데요시를 적군으로 인식하지도 못 하고..뒷문쪽에 몰려있던 창고에 들어가 불을 지르고 나서야 그제야 적인줄 안 당나라보직들은 허둥지둥하지만,
 
두어명 베어넘기고 시내로 돌입한 히데요시는 성내 곳곳에 불을 지르고 소란을 피웁니다.
때를 맞춰 공격한 노부나가는 동요하는 성병을 가볍게 제압하고 난관이었던 외성문을 돌파합니다.
 
노부나가가 난장판에 내성에 틀어박힌 성주에게 항복을 권유합니다. 미노성주는 노부나가의 처조카가 됩니다.
생명을 보장받은 미노성주는 저항을 포기하고 수하 30여명을 이끌고 성을 버리고 달아납니다.
살무사 사이토 도산의 성취는 3대로 끝나고, 미노는 새로이 노부나가의 영지가 됩니다.
 
미노를 제압한 노부나가의 영지는 이제 백만석, 노부나가는 드디어 천하를 노릴 수 있는 대망의 백만석짜리가 되었습니다.
이제 노부나가가 동원할 수 있는 군세는 물경 3만명, 이제 손가락으로 꼽히는 일본 굴지의 대영주가 되었습니다.
 
다른 대영주 모리, 호죠, 우에스기, 다께다 등에 비해서 노부나가는 월등히 유리한 조건이 하나 더 있습니다.바로 지정학적 위치입니다. 교토에서 코 앞이라는 지리적 위치, 미노야말로 천하의 관문이었습니다.
 
노부나가가 차지한 미노는 우리나라로 치자면 천안 정도 되는 위치입니다.
조치원 지방의 영주였던 노부나가가 천안을 차지함으로써 군세로나 지리적 위치로나 천하에 가장 가까워졌습니다.
 
교토에서 가장 가까운 백만석 노부나가를 기점으로 일본 동쪽의 세력을 짚어보면
노부나가의 동쪽은 동맹이자 방패인 이에야스, 그 다음은 무너져가는 이마가와입니다.
 
이마가와 다음은 호랑이 다케다 신겐, 다케다 다음은 우에스기와 호죠입니다.
노부나가가 미노를 정복한 이듬해에 이마가와는 무너져서 그 영토가 이에야스와 다께다에게 분할 흡수됩니다.
 
동쪽의 세 영웅 다께다 우에스기 호죠는 서로 견제하느라 그 막강한 세력에도 불구하고 움직이지 못 합니다.우에스기나 호죠가 천하를 노리려면 먼저 다께다를 격파해야만 합니다.
 
다께다가 천하를 노리려면 먼저 이에야스를 격파해야합니다. 그런데 배후인 우에스기와 호죠가 무섭습니다.서쪽의 모리집안은 현상유지가 목표입니다, 천하를 노릴 의지가 지극히 부족합니다.
 
바야흐로 천하는 노부나가의 눈 앞에 둥둥 떠다니고 있습니다.
손만 뻗으면 닿을거같지만, 백여년의 난세를 종식시키는 것이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노부나가가 미노를 점령해서 전국적인 실력자가 되자, 찾아오는 사람이 늘었습니다.
미노를 점령한 바로 다음 해에 매우 중요한 인물 하나가 노부나가에게 접근해옵니다.
 
당시의 일본을 명목상 통치하고 있던 14대 쇼오군 아시카가 요시히데가 연락한 것은 아니었습니다.얼마전에 암살당한 13대 쇼오군 요시테루의 하나뿐인 친동생 요시아키가 밀사를 보내 접근해 온 것입니다.
 
당시 일본의 수도인 교토의 정세는 매우 유동적이었습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경기도지방인 기나이지방의 유력다이묘는 미요시집안 삼인방이었습니다.
 
교토에서 아시카가 막부의 13대 쇼오군 아시카가 요시테루가 미요시 삼인방에게 암살당하는 사건이 벌어집니다.쇼오군 암살사건이 벌어진 시기는 노부나가가 아직 미노에서 한참 씨름중이던 시기였습니다.
 
미요시 삼인방이 쇼오군을 암살한 이유는 13대 쇼오군 요시테루가 너무 깝쳤기 때문입니다.
당시의 쇼오군은 완전히 명목뿐인 쇼오군으로 실력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실력없는 쇼오군이 권위를 되찾겠다고 깝치다보니, 당시 수도권 일대를 장악하고 있던 기득권
미요시집안하고 부딪치게 된 것입니다. 쇼오군 오시테루가 젊고 패기만만했던 탓입니다.
 
13대 쇼오군 요시테루는 검술에는 명인이었지만, 세력은 전무했습니다.
쇼오군을 깔보는 미요시일가를 무찌르고 권위를 세우기 위해 원방의 대영주들에게 비밀연통을 하다가 누설됩니다.   
 
참다 못 한 미요시일당이 명목상 천하인인 쇼오군 요시테루를 암살하고 사촌동생 요시히데를 세웁니다.이 때 암살된 쇼군의 친동생인 요시아키도 제거대상이었는데, 측근의 도움으로 간신히 탈출하게 됩니다.
 
이 동생 요시아키가 처음에는 북국의 대영주 아사쿠라집안에 몸을 의탁합니다.
불의한 미요시들을 공격해서 무너진 정의를 다시 일으킬 것을 유서깊은 아사쿠라에게 의뢰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100년 동안 평화를 누렸던 교토 북방 동해쪽의 최대영주인 에치젠 아사쿠라집안은 호응하지 않습니다.귀찮고 위험하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밥만 먹여주는 아사쿠라집안에 쇼군동생을 따라온 배신들이 절망합니다.
 
밥만 먹자고 가난한 쇼오군의 동생을 목숨걸고 따라다니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수재 아케치 미쓰히데가 등장합니다. 미노에서 몸을 피해 아사쿠라에게 의탁중이던 미쓰히데도 찬밥을 먹고있던 중이었습니다.
 
아케치 미쓰히데가 먼저 쇼오군의 동생에게 접근해서 복안을 상주했다고 합니다.
아사쿠라집안은 늙어서 전망이 없으니, 이제 미노를 평정한 젊은 노부나가에게 의탁해보자는 안입니다.
 
아케치 미쓰히데는 다른 대안이 없었던 쇼오군 동생과 두어명뿐인 측근에게 열렬히 채택됩니다.미쓰히데가 직접 노부나가를 방문합니다. 노부나가는 즉시 이 제안의 값어치를 알아봅니다.
 
정치세계에서 명분만큼 허황하면서도 중대한 것은 없다고 합니다.
악당에게 쫒겨난 쇼오군의 정통 혈통을 받들어 전대쇼오군을 암살한 역적을 무찌르는 정의의 전쟁입니다.
 
삼국지에서 조조가 독점해서 조조의 입지를 그토록이나 강하게 만들어주었던 천자와 같은 의미의 쇼오군후보 요시아키..노부나가는 미노를 점령한지 일년이 채 지나기도 전에 상경전을 결심합니다. 기회는 챤스입니다.
 
노부나가의 상경이 성공하면 요시아키는 새로운 쇼오군이 됩니다. 지금 쇼군은 머리깎고 중이나 되겠지요..노부나가가 쇼오군의 보호자가 되는 것입니다. 중국의 천자처럼 일본의 모든 명령은 쇼군으로부터 나옵니다.
 
쇼오군의 보호자는 역적지명권을 가지게 됩니다.
살얼음판같은 난세에서 역적을 만드는 방법은 그다지 어렵지 않습니다.
 
대표적인 역적만들기는 기회를 봐서 미운 놈에게 살짝 난제를 던져주면 됩니다.
고걸 꾹 참고 복종하면 다시 기회를 봅니다. 잠시 후에 조금 더 어려운 난제를 던집니다.
 
따르지않고 반발할 때까지 난제를 던지면 됩니다. 다만 명분에 맞아야합니다.
그래도 계속해서 복종하면 트집을 잡으면 됩니다. 편지 대화 시 한구절.. 모든것이 트집거리가 됩니다.
 
다만 힘이 있어야합니다. 힘이 없는 쇼군의 명령은 아무도 따르지 않습니다.
이제 힘을 가진 노부나가가 명분을 가진 쇼군을 등에 업을 기회를 잡았습니다.
 
노부나가와 연락하는 쇼군동생에게 불쾌감을 느낀 아사쿠라는 쇼군동생 일당을 박대합니다.
아케치 미쓰히데는 먼저 도주합니다. 아사쿠라에게 반 추방당한 쇼군동생 요시아키가 터덜터덜 노부나가에게 도착합니다.
 
전광석화 노부나가는 두달도 지나기 전에 상경을 시작합니다.
거칠 것이 없습니다. 노부나가와 교토 사이에는 전국다이묘 록카쿠부자가 있습니다.
 
노부나가의 맹공에 강력한 록카쿠도 버티지 못 하고 도주합니다. 명분을 등에 업은 힘은 무섭습니다.록카쿠 다음은 바로 교토입니다. 교토 인근에서 쇼군을 독점하고 호가호위하던 미요시삼인방은 도주합니다.
 
교토에 남아있던 잔여세력 비주류 미요시들과 악당 마쓰나가 등은 노부나가에게 항복합니다.
새로 15대 쇼오군에 등극한 요시아키가 어느날 노부나가에게 "그대를 아버지처럼 생각한다"고 말했답니다.
 
새 쇼군 요시아키는 노부나가에게 부쇼군에 취임할 것을 권합니다. 노부나가는 점잖게 사양합니다.바야흐로 힘과 명분이 짧은 밀월기간을 즐기는 중입니다.
 
이미지 관리의 중요성을 아는 노부나가는 교토를 쇼군에게 넘기고 자신은 미노로 돌아갑니다.
이나바산성에서 이제는 기후성으로 이름을 바꾼 자신의 거성으로 물러앉은 노부나가에게 천하가 바로 코앞입니다..

노부나가가 소수의 병력을 남기고 새로운 근거지 미노로 돌아간 것은 본토를 장시간 비워둘 수 없기 때문이었습니다.서울도 좋고 정치도 좋지만, 난세에 잠깐성공에 취해서 객지를 떠돌다가는 곧바로 홈리스가 될수도 있습니다.

노부나가가 수도를 비우자, 시코쿠의 아와로 도주했던 미요시 삼당이 교토로 쳐들어옵니다.
이 때, 미노에서 도주했던 사이토 다츠오키의 낭인무리도 미요시들과 합당해서 교토를 공격합니다.
 
목표는 쇼오군의 어소, 쇼오군을 참살하고 자신들과 함께 도주했던 전직 쇼오군을 다시 원위치시키는 것입니다.소수의 병력으로 교토를 경비하던 노부나가의 수하들이 목숨을 걸고 쇼오군을 사수합니다.
 
노부나가는 폭설이 쏟아지는 교토-미노 가도를 밤을 낮삼아 이틀만에 주파합니다. 폭설중에 엄청난 속도입니다.그러나 노부나가가 도착하기도 전에 교토는 이미 안전해져 있었다고 합니다.노부나가의 소수 부하들과 급보를 받고 도착한 인근 영주들의 군세가 역적 일당을 물리친 것입니다.
 
역적을 토벌하는 것은 정의로운 일이기도 하지만, 영토와 세력을 늘릴 절호의 챤스이기도 합니다.역적 미요시들과 같이 궐기한 몇 몇 성주들이 철퇴를 맞고 그 영토는 노부나가에게로 귀속됩니다.
 
이 과정에서 오늘날의 오사카부 일대인 셋슈지방의 지배권이 노부나가의 손에 들어가게 됩니다.셋슈에는 당대 최대의 무역항이었던 자유도시 사카이가 있었습니다. 오늘날의 오사카입니다.
 
노부나가는 자유도시 사카이의 복속을 요구하지만, 돈많은 사카이는 미요시일당을 돈으로 사서 노부나가에게 대항하게 합니다. 돈을 얻은 미요시들이지만 노부나가에게는 역부족, 형편없이 깨집니다.
 
미요시가 도주하자 사카이는 노부나가에게 납작 엎드립니다.
사카이를 획득함으로써 노부나가는 군사적 경제적으로 커다란 이익을 얻게됩니다.
 
당시 막  일본에 소개되기 시작한 총포의 수입도 사카이를 손에 넣으므로써 원활해졌다고 합니다.그 외에도 노부나가의 시야를 일본을 넘어서 해외로까지 넓혀준 곳도 정보의 고향 사카이였습니다.자유무역을 신봉하는 노부나가와 시장경제 사카이와는 오랫동안 죽이 잘 맞았다고 합니다.
 
교토의 서쪽인 셋슈 사카이를 손에 넣은 노부나가는 곧바로 교토의 남쪽인 이세지방에도 손을 뻗어서 반항하던 이세의 영주들을 장악합니다. 노부나가의 두 아들이 항복한 이세의 영주가문에 양자로 들어갑니다.
 
노부나가의 아들이 양자로 입적해서 가문을 이어받은 곳은 간베집안과 기타바다케집안입니다.특히 기타바다케 집안은 유서깊은 가문으로 대대로 내려오는 이세의 국사가문이었습니다.
 
여기서 잠깐 혈통주의 한국인들로서는 의아한 일이 있습니다.
대체로 왕좌도 재산도 장자에게 넘어가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우리로서는 궁금합니다.도대체 항복한 기타바다케 집안에 왜 아들을 양자로 보내는지 그리고 패배한 가문은 어째서 양자를 받아들이는지??
 
일본의 지방영주인 다이묘집안은 쉽게 말하자면 오늘날의 대기업과 비슷합니다.
기업전쟁에서 패배한 어느 대기업을 인수합병한 승자기업이 반발과 혼란이 두려우면 당근을 준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항복하기만 하면 정리해고는 없다. 생산직은 말할것도 없고 사무직 관리직 모두 고용승계해주는 겁니다.거기에 현재 회장님의 신분도 보장해줍니다. 회장이 명예회장님으로 높아지고 실세인 회장직만 인수하는 셈입니다.사방이 지뢰밭인 노부나가로서는 이세지방 영주들의 결사항전을 피하기 위해서 일단 미봉책을 선택합니다.
 
여담이지만 나중에 노부나가의 세력이 안정되자, 중요지역인 이세를 불안한 상태로 내버려둘 수 없었던 노부나가는 유서깊은 가명을 자기 대에 지우지않은걸로 만족하며 은거하던 기타바다케 도모노리를 기어이 암살하였다고 합니다.
 
무릇 권력이란 방심을 허용하지않는 것, 순수한 마음은 상관없이 존재 자체가 부담이 되는 것이 전직영주인가봅니다.기타바다케가 암살될 때, 그의 무릎에는 3살난 아들이 앉아있었다는데, 아버지와 같이 참살당합니다.
 
시대의 흐름과는 관계없이 한줄기 희미한 바람같은 이야기지만, 선군이었던 기타바다케의 억울한 죽음은 유서깊은 기타바다케 집안의 녹을 먹던 4백명의 충신들이 키리야마성에서 오다의 대군과 싸움을 벌이게 합니다.
 
열심히 싸웠지만, 결국 한 사람 남김없이 목숨을 바칩니다. 공격하는 측도 항전하는 측도 결과를 이미 아는 싸움이었습니다.400명의 충신장을 마지막으로 240여년 이세를 영위하던 유서깊은 기타바다케(北畠)집안도 명운을 다 합니다.
 
노부나가가 특히 인간성이 나빠서 기타바다케를 암살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노부나가가 가장 두려워했던 전국의 영웅 다케다 신겐이 드디어 노부나가를 노리고 상경하려한다는 첩보가 키타바다케의 운명을 결정한 것이었습니다. 강적에게 공격당할때 배후에 혼란이 일어난다면 끝장이기 때문입니다.
 
노부나가의 암살지령은 인정으로는 천인공노할 짓이지만, 난세의 무장으로 회피할수 없는 업보가 아니었을까요?노부나가가 연출하는 피바다는 이세를 제압하고 아들들을 양자로 입적시키는 시점에서부터 서서히 막이 오르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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