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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기 대망 (大望)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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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전성우 작성일 2012-02-13 01:01 댓글 0건 조회 1,10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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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망 (大望) 7 은 여기에---->

노부나가는 비록 귀하게 태어났지만 들끓는 피를 주체하지 못 하고 스스로 분방하게 성장했습니다.
아버지는 전쟁하느라 바쁘고 어머니는 동생 노부유키에게만 관심을 쏟습니다.
 당시에는 적장자를 어미 품에서 일찍 떼어내 원숙한 가로에게 양육을 맡기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어릴 때부터 등뼈를 심어주는 로얄젤리교육을 실시했던 셈입니다. 덕분에 노부나가는 잔정이 별로 없었습니다.
 
노부나가는 눈부신 미남이었답니다. 노부나가의 여동생 오이치도 절세가인이었다니 잘 생긴건 집안내력이었나봅니다.
노부나가의 부인 노히메는 이웃나라 미노(오늘날의 나고야)의 주인인 사이토도산의 딸이었습니다    장인 사이토 도산의 별명은 살무사였는데, 고금을 통틀어서 일본 3대 악당중의 하나로 꼽힙니다.
도산의 이력은 그야말로 파란만장해서 어려서 부모를 잃고 유리걸식하다가 절에 들어가 아사를 면하는데
절밥으로 죽지않고 성년에 이르자 스스로 절간을 뛰쳐나옵니다. 절간에서는 도저히 들끓는 피를 주체할 수 없었답니다.
 
도산이 처음 기회를 잡은것은 교토의 기름집 미망인인 오마아를 손에 넣은 것입니다.
남편과 사별한 오마아는 규모가 큰 기름장사를 운영하는데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힘있는 새 남편을 얻어야하는 오마아에게 사이토가 이제는 고전적이지만, 당시로서는 참신했던 방법으로 접근합니다.사이토는 동네 양아치 몇 명에게 약간의 향응을 베푼후에 으슥한 길에서 오마아를 덮치게 합니다.
자신을 덮치는 악당 여럿을 맨 손으로 물리치는 사이토에게 급호감을 가진 오마아는 사이토를 경비대장으로 기용합니다.
 
기름장사는 경비대장이 필요합니다. 매우 보수적이고 전통적인 이유 때문입니다.
당시의 일본에서 기름장수를 하려면 천년 전통의 하치만신사에서 발행한 영업허가가 필요했습니다.

신사가 기름장사를 통제하는 것은 신사의 유지비를 기름장사들이 충당하라는 그 옛날의 규정 때문입니다.이 허가는 당대에 발급받을수 있는것이 아니고 이미 수백년 전에 발급완료된 유서깊은 것입니다.

새로 기름장사를 하려면 기존의 기름장사로부터 허가증을 사들이는 수밖에 없습니다.
오마아가 파는 기름은 식용유가 아니고 등잔불, 그러니까 조명용 기름입니다. 고가의 상품입니다.
 
이 기름을 교토시내에 판매하기 위해서는 멀리 떨어진 들깨 생산지에서 들깨를 수송해 와야합니다.이 수송작전에 힘쓰는 장정들이 필요하고 이걸 총 지휘하는것이 경비대장입니다.
 
이 경비대장은 큰 이권입니다. 자신의 호구뿐만 아니라 자신을 따르는 부하들의 호구도 동시에 해결되기 때문입니다.누군가가 도당을 만들어서 오야붕을 해보고싶다면 교토에서 가장 좋은 자리가 바로 이 기름경비대 자리입니다.
 
사이토는 오마아 마님의 기름영업 총경비로 발탁되고 곧이어 오아마 마님의 새 남편으로 등극합니다.사이토의 특기는 유명한 기름따르기였는데 2층에서 1층에 있는 기름병에 기름을 따르는데 한 방울도 흘리지않았답니다.
 
이 재주는 지금도 서커스감이지만 볼거리가 귀하던 당시에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서 매출이 당장 두배로 뛰었었답니다.하옇튼 비로소 민생을 해결한 사이토지만 사이토의 야망은 평범한 생활의 안정 정도가 아니었습니다.
 
기름을 싣고 전국을 달리던 사이토가 주목한 곳은 오다의 이웃나라인 미노입니다.
미노는 오늘날의 나고야지방으로 골이 깊고 들이 넓어서 척박한 오와리나 미카와와는 비교가 안되게 기름진 땅입니다.
 
대국 이마가와를 능가하는 경제력을 가진 미노는 풍요로웠지만 강력하지는 않았습니다.
당시 미노를 다스리던 도키집안은 유서깊은 슈고다이묘 도키집안이었는데
물려받은 땅에서 먹고 싸기만 하는 무위도식의 세월을 백여년 넘게 해오는 바람에 유약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사나이로 태어나서 적어도 일국의 태수 정도는 먹어보고싶다는 사이토의 소박한 꿈은 미노의 도키집안을 향합니다.
사이토의 처세와 담력은 일본 제일, 곧바로 미노태수의 중신집안에 접근해 금시에 후계자가 되어서 이름을 바꿉니다.

직후에 다시 미노의 세력가인 사이토집안에 접근해 이번에는 유서깊은 사이토 집안을 이어받습니다.사이토가 사이토 집안을 이어받기 전에는 다른 성을 썼었습니다. 사이토는 이제야 사이토가 되었습니다.

미노 제일인 유서깊은 사이토집안을 이어받자 그 후에는 태수인 도키를 한 손에 장악해 버립니다.시기를 맞아 마침내 태수인 도키 요시나루를 추방한 사이토는 미노 일국의 주인이 됩니다.
 
하극상은 보수적인 일본사회에서 가장 극악한 죄입니다.
사이토는 역사의 악당이 되었습니다. 그 사이토와 가장 열심히 싸운것이 오다 집안이었습니다.
 
 고양이만한 오다가 송아지만한 미노와 싸울 수 있었던 것은 도키가문이 무능했던 때문이었고 도키 이후에는 하극상인 사이토가 미노의 인심을 장악하는데 시간이 걸렸기 때문입니다.
 
미노 미카와 이마가와 사방이 온통 적뿐이었던 오다가 마침내 동맹을 맺은 곳은 미노였습니다.
모두와 싸우는것이 불가능한 오다였고, 내부안정이 필요했던 미노로서도 화평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사이토는 극진히 사랑했다는 외동딸 노히메를 노부나가에 주었습니다. 혼인동맹입니다.
딸이 시집가는 날 사이토가 노히메를 불러서 이른 말은 기회를 봐서 남편의 목을 잘라오라는 것이었답니다.

"때가 되면 잠자는 멍청이 노부나가의 목을 베어서 오와리를 아버지에게 다오" 하고 말하는 아버지
"잘 때도 깰 때도 아버지 말씀을 잊지 않겠습니다." 면서, 기회가 오면 키워주신 은혜에 보답하겠다는 딸..
 
노히메가 노부나가에게 시집가던 날, 사람들은 노히메를 매우 불쌍하게 바라보았답니다.
혼인할 때의 노부나가는 15세, 천방지축 온 동네를 양아치 몰골로 휘젓고 다니던 때였습니다.
 
멍청이의 목을 딸 궁리를 하던 3살 연상인 노히메는 첫날밤부터 노부나가에게 야릇하게 밀리기 시작합니다.
혼인식에조차 사냥꾼차림으로 나타난 노부나가는 입에 물린 대추를 신부에게 먹여주자마자 신방으로 향합니다.
 
미노에서 신랑과 뭘 해야하는지 배워왔느냐고 묻는 노부나가에게 당찬 노히메도 일순 당황합니다.
아무리 당차고 야무져도 규중의 처녀가 쉽게 대답할 수 있는 말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미노의 처녀는 모두 어리숙한가? 그렇다면 내가 가르쳐주겠다며 노부나가가 히메를 덮칩니다.바깥이 아직 어수선한데 노히메는 어렵기만합니다. 노부나가는 길가의 강아지도 자연스레 하는 일이니 어색할 것이 없습니다
 
허를 찔린 노히메는 끝내 잠자는 노부나가의 목을 노리지 못 합니다.
목을 자르기는커녕 노부나가가 죽던 그 날까지 35년을 때로는 울고 때로는 웃으면서 곁을 지킵니다.
혼노지에서 미쓰히데의 기습을 받고 스스로 불 질러 자결하던 날 노히메는 큰칼을 들어 적과 싸우다 한발 먼저 쓰러집니다.
 
적에게 베여서 마당에 쓰러진 노히메가 간신히 머리를 돌려 남편 노부나가를 바라보니
노부나가는 적을 쏘던 활을 던져버리고 유황불이 쏟아지는 눈으로 노히메를 바라보고 있습니다.노히메는 아이를 생산하지 못 했습니다. 금지옥엽으로 태어났지만 폐허처럼 공허한 삶을 살았습니다.

생전에 자신을 아껴주었던 아버지 사이토 도산이 노히메의 오빠이자 사이토의 아들인 요시타츠에게 살해당했으며
몸도 마음도 바쳐 의지하고 사랑하게 된 노부나가의 아이를 생산하지도 못 한 쓸쓸하고 공허한 인생이었는데...
마지막 죽는 자리에서 남편 노부나가가 자신을 바라봐주는 그 눈길 하나로 이승의 모든 아픔을 보상받았다고 써있습니다.

마지막까지 활을 놓지않던 노부나가도 노히메가 죽자 거실로 들어가 불을 지릅니다.
추한 모습을 남에게 보이기 싫어서였다고합니다. 이슬로 태어나 연기로 사라진 노부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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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시대의 세 인물 노부나가 히데요시 이에야스 중에서 누가 가장 천재인가하고 묻는다면 제 의견은 노부나가입니다.
처음 대망을 읽을 때는 미천한 신분에서 천하인까지 성장한 히데요시가 제일 크다고 생각했었는데 요즘은 바뀌었습니다.

이에야스는 돌다리도 두드려보는 수재형입니다. 천재라고 하기에는 어딘지 날렵함이 부족합니다.번뜩이는 천재가 보이는 것은 노부나가와 히데요시입니다. 두 사람 다 천재인건 분명하지만 격이 좀 다릅니다.

히데요시는 어딘지 좀 영악합니다. 개똥밭에 구르다보니 닳고닳은 흔적이 문득 문득 보입니다.히데요시가 현실과 타합하는 처세형 천재라면, 노부나가는 처세 따윈 안중에도 없는 잡스형 천재입니다.

노부나가는 자연인 그 자체입니다. 한번도 굽혀보지 않은 인생, 생각이 떠오르면 바로 실행에 옮깁니다.그런데도 신기하게 망하지않습니다.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오히려 세력이 커져만갑니다.

사실 히데요시는 노부나가의 제자입니다. 천재 노부나가에게 진심으로 반해서 몸이 부서지는것도 아까워 하지않고 노부나가의 뜻을 세우는데 정성을 다 하다보니 일자무식 히데요시에서 작은 노부나가로 변신하게 된 것입니다.
노부나가가 느닷없는 모반을 만나 횡사하지 않았다면 히데요시가 역사의 전면에 나설 일은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노부나가가 천재란걸 보여주는 무수한 예화들이 있습니다.
일본에 수입된지 얼마 안 된 조총을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한 사람이 노부나가입니다.
락시락좌, 억눌렸던 상업과 유통을 자유롭게 풀어서 민생과 경제를 본격적으로 부흥시킨 것도 노부나가.
그때까지 신성불가침이었던 불교 무장세력들을 과감히 공격해 태워버리면서 구악을 타파한 것도 노부나가..

그러나 진짜 감탄은 오케하자마 이후 노부나가의 행보입니다.
오케하자마에서 노부나가가 요시모토를 잡은 것은 일본 3대 대첩으로 꼽힙니다. 그만큼 기적적인 승리라는 뜻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기적적인 성공은 패가망신의 시작이 됩니다.
수주대토, 또 한번의 기적을 기다리면서 무위도식하거나 스스로 자존자대해서 자진해서 불구덩이로 뛰어듭니다.
전국시대의 수많은 무장들이 승리에 도취해서 자신의 실력을 과대평가하다가 어이없이 멸망당합니다.

오다 노부나가는 오케하자마 이래로 다시는 모험적인 전투를 치루지 않았다고 합니다.
오케하자마가 노부나가가 치룬 유일한 기습작전이고 그 후에 노부나가의 전쟁은 싱거운 싸움뿐입니다.
출중한 기량을 갖춘 천재는 많지만, 자신의 기량까지 이기는 천재는 흔치않다고 합니다. 노부나가 대단합니다.

항상 다수로써 소수를 치는 것이 노부나가의 전법입니다.
압도적인 군세를 준비한 다음 질 수없는 싸움이라고 판단이 되면 그때 비로소 공격합니다.

물론 모든 판단이 다 정확할 수는 없습니다. 오판해서 위기에 빠지기도 하고 어쩔수 없이 손실을 입기도 합니다.
불리하면 싸움을 피합니다. 도망치는 것도 예사입니다. 삼십육계도 여러번... 그러나 더 이상의 옥쇄작전은 없습니다.

정말 놀라운 것은 화산같은 성정의 노부나가가 단 한 번의 분화를 끝으로 이후로는 쭈욱 폭발하지 않은 점입니다.
평생을 통해 자기의 성질을 이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모든 손해와 패망은 성질대로 하다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노부나가가 오케하자마 싸움으로 얻은 가장 큰 전리품은 이에야스였습니다.
이에야스는 오케하자마에서 몇십리 떨어진 어느 성채를 공략해서 지키고 있었는데,
요시모토 전사의 소식을 느즈막하게 전해들었다고 합니다. 다들 도망가느라 연락할 정신이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갓 스무살이 된 이에야스지만, 몸에 배인 조심성으로 요시모토의 죽음에 경거망동하지 않습니다.모두들 공황상태에 빠져 허둥지둥 본토로 도망하는 와중에 이에야스는 전군에서 가장 나중에 퇴각하였다고 합니다.

초유의 사태에 직면한 이에야스는 미카와 낭중을 모아놓고 대책회의를 가집니다.
우직한 미카와 무리도 모두들 눈빛이 흔들립니다. 이 때 누군가가 중심을 잡아주지않으면 공황에 빠지게 됩니다.

나이는 어리지만 이에야스 역시 보통 기량의 대장이 아닙니다.
모인 자들이 모두 미카와 가신들만이 아닌 자리입니다. 누설을 경계한 이에야스는 옥쇄를 선언합니다.
요시모토의 은헤를 입었으니 복수전을 위해서 오다로 쳐들어가겠다. 내일 아침 출진을 위해 성하에 집결하라..

이에야스가 도망가지 않을 것이라는 첩보가 즉각 오다에게 올라갑니다.
이미 대세를 장악했지만 긴장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허둥지둥 쫒기는 적을 허둥지둥 쫒아가던 오다의 군세가
다시 수비형태로 오므라들기 시작합니다. 기습으로 이겼으니 역습에 대한 공포도 그만큼 더 크기 때문입니다.

내일 호랑이 입으로 쳐들어가기로 한 이에야스가 저녁 어스름에 은밀히 미카와 가신들만 모아서 다시 회의를 가집니다.
한 중신이 조심스레 건의합니다. 거센 물결을 거슬러올라가는 것은 상책이 아니니 일단 미카와로 돌아가서 군세를
정비한 후 다시 복수전을 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이에야스는 묵묵부답 듣기만 합니다.

반대하지 않는 이에야스에게 용기를 얻은 가신들이 하나 하나 용기를 내서 퇴각을 건의합니다.본심으로는 이미 퇴각을 결정하고 있던 이에야스이었지만, 가신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퇴각하는 모양을 갖춥니다.

이런 형태의 정치는 매우 중요하다고 합니다.
대장이 어서 퇴각하자고 나대기 시작하면 부하들은 공포에 전염되어서 제 한 몸 사는 길만 찾게되기 십상이라고 합니다.

일단 한번 옥쇄를 결정해서 가신들이 죽음을 각오하게 만들면 공포심은 사라지게 됩니다.
주군이 무사의 의리를 들어서 옥쇄를 결정했는데, 가신이 가타부타 다른 의견을 말하는것은 무사의 수치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에야스가 일단 한 번 가신들을 죽여놓은 다음, 한밤중에 다시 회의를 소집한 의도를 가신들은 눈치챕니다.
난세에 그 정도 머리도 돌아가지 않으면 중신은커녕 잡병 노릇하기도 어렵습니다.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이에야스 부대는 삼엄한 기세로 어두운 밤길을 퇴각합니다.
가장 어려운 작전이 무어냐고 묻는다면 열에 아홉은 후퇴작전이라고 한답니다.

전쟁에는 기세라는것이 있는데, 한번 기세를 타면 양떼도 사자무리를 물리치게됩니다.
군대라는건 단단한 껍질이 앞에만 있고 뒤는 그냥 무방비인 기묘한 달팽이같은 조직입니다.

적이 앞에서 공격해오는 것은 넉넉히 싸울 수 있지만, 뒤를 공격당하면 허무하게 무너집니다.
적에게 꽁무니를 보이면서 도망하는 것이 철수작전입니다. 어느 순간이든 뒤를 잡히면 거의 끝장입니다.

부하들에게 냉수를 끼얹어서 각오를 다지고, 거기에 야밤을 틈타서 은밀히 움직이지만, 혹시라도 오다군이 뒤를 추격한다면 무사히 살아 돌아갈 확률은 반도 안 되는 것이 이에야스의 철수작전입니다.

이미 이마가와의 모든 군세는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적국 오와리에 남은 것은 이에야스뿐입니다.노부나가는 이에야스가 허장성세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후퇴하리라는 것을 간파하고 있습니다.

장래의 후환이 될지도 모르는 이에야스를 공격할지 살려둘지 고민하는 맹수 노부나가..
전쟁의 광기는 무섭습니다. 결단이 늦어지면 인접한 오다의 군세가 이에야스를 치게됩니다.

마음만 먹으면 이에야스를 잡을 수 있습니다. 이에야스는 이마가와 다른 장수와는 달리 위험한 인물입니다.
거의 무너져버린 미카와가 이에야스로 인해 결속이 되어지면 강력한 적이 이웃에 다시 출현하게됩니다.

노부나가, 이에야스를 지금 쳐서 후환을 없애야 할까요?
이에야스 절체절명입니다.

이에야스가 지휘했던 군세는 약 2500 이었다고 합니다.
이 군세중에서 미카와 누대의 가신이 몇 명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 많지는 않았던거같습니다.

단순히 생각해보면 좀 이상합니다. 오다의 군세가 당장에 5천에서 5만으로 불어난 것도 아니고 이마가와 군세는 3천이 죽었어도 아직 2만2천이 남아있습니다. 군세는 아직도 이마가와가 우세합니다.

그런데 남은 2만2천이 피할 궁리, 지킬 궁리만 할 뿐 다시는 공세로 전환하지 못 합니다.
군대에서 지휘관 한 사람의 비중이 2만5천 전체 병력의 비중보다 더 크다는 의미일까요?

이에야스가 자기 휘하 2천5백명에게 가지고 있던 지휘권은 요시모토에게 위임받은 것입니다.
요시모토가 죽는 순간, 단순히 권한대행이었던 이에야스의 통제가 흔들리게 된 것도 당연한 일입니다.

이에야스의 손이 미치는 것은 미카와 누대의 가신들뿐입니다. 잡병의 마음은 이에야스가 아닌 고향의 가족에게 있습니다.
위태로운 이에야스를 노리는 것은 오다의 군세만이 아닙니다. 난세란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시대라고 합니다.

이른바 들도적이 무섭습니다. 들도적이란 평범한 토민들을 말합니다.
토민들이 난세를 살아가는 방법에 약탈이 있습니다.
전쟁이 벌어지면 토민들은 지하실에 숨겨둔 활과 창을 꺼내서 두목 아래 집결합니다.

들도적의 목표는 패잔병입니다. 삼삼오오 흩어져서 도망치는 패잔병들에게 들도적은 저승사자처럼 무서운 존재입니다.
정규군처럼 승리가 목적이 아니라 약탈이 목적입니다. 최후의 하나까지 몰살시켜서 깝대기를 벗겨버립니다.

이에야스가 통제력을 잃고 군세가 사분오열되면 구태여 오다의 공격도 필요없이 들도적의 밥이 되기 십상입니다.
이에야스가 무사히 가까운 미카와로 피신하는데는 불리한 조건이 매우 많습니다.
누대의 가신들로 이루어진 끈끈한 집단이 아닌 이에야스군세, 주변은 벌써 재물을 노리는 들도적으로 가득합니다.

이 때 이에야스의 친어머니인 오다이부인이 근처에 살고있었습니다. 재혼해서 벌써 사내아이를 둘이나 낳았습니다.
새 남편은 친절하고 자상한 사람이었다고합니다. 친정에서 찾아준 새 남편이었으니 소속은 당연히 오다편이었습니다.

강제로 헤어린 아들은 죽을때까지 눈 앞에 어른거린다고 합니다.
오다이의 거성에서 이에야스의 주둔지까지는 불과 몇십리...
지척이지만 요시모토가 살아있는 동안은 만나기는커녕 연락도 할 수 없었습니다.

사사로이 연락을 통하다가 혹여 누설되면 남편에게 누가 됩니다.
이혼당하기 십상이고 잘 못 되면 남편도 할복감인 세상입니다.
그런데 요시모토가 죽었습니다. 현모 오다이는 아들이 위험하다는 것을 온 몸으로 느낍니다.

어머니 오다이가 남편 쓰키무라에게 노부나가를 만나도록 주선해 달라고 부탁합니다.
노부나가를 만난 오다이는 노부나가에게 구태여 이에야스의 도생을 부탁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이에야스의 어미라고 말한 후 쉽사리 입을 떼지 못 하는 오다이에게 노부나가가 다정하게 말합니다.이에야스가 어려서 인질이었을 때부터 동생같았다. 훌륭한 무장이 되었으니 앞으로도 형제처럼 지내고 싶구나..

이에야스의 생모인 오다이를 세력권 내에 포섭하고 있는 노부나가에게 이에야스는 비교적 안전한 상대였습니다.
이제 곧 30대가 되는, 한층 원숙해진 노부나가에게 이에야스는 동맹의 상대로 딱 맞는 대상이기도 했습니다.

오와리의 바로 동쪽인 미카와에 든든한 동맹이 있으면 더 이상 동쪽 바람에 시달리지 않아도 됩니다.
노부나가의 주판에 이에야스가 동맹해도 좋은 대장으로 등록되었습니다.
물론 이에야스가 자기 세력을 회복한 연후의 이야기.. 힘없는 자를 배려할 틈은 없습니다.



노부나가는 후에 마에다가문 100만석의 주인이 되는 마에다 도시이에를 이에야스에게 파견합니다.노부나가는 이에야스의 뒤를 노릴 마음이 없으니 마음껏 귀향하라.

들도적의 위협도 무사히 극복하고 이에야스가 고향인 미카와까지 돌아왔을 때, 따르는 자 겨우 19명 누대의 가신들뿐입니다.
요시모토가 죽은 이상, 휘하의 2천5백을 먹이고 재울 방법이 없습니다. 안전지대에 도달하자마자 각자 갈 길을 찾아갑니다.

남은 19명의 심복들과 함께 몸을 의탁한 곳은 도쿠가와 대대의 시주절이었던 다이쥬지(大樹寺)입니다.절에는 40여명의 스님이 있었는데, 난세의 스님들은 자체로 전투집단이었답니다.

절에 묵은 첫날밤 들도적이 야습을 감행합니다. 기백명의 무리가 작은 성문같은 절문을 두드립니다.
절의 바깥에는 무수한 횃불이 오락가락하면서 문 앞의 무리가 이에야스를 도발합니다.
오다에게 바칠 목이 필요하니 나와서 목을 바치라는 도발에 그때까지 참고 참았던 이에야스가 폭발합니다.

들도적 따위에게조차 궁한 처지에 놓인 초라한 신세가 처량한 때문이었습니다.
미늘창을 비껴들고 대문을 열고 뛰쳐나가려는 이에야스 이하 미카와 패를 가로막은 것은 한 스님이었습니다.

덴우라라는 이 스님은 다이쥬사의 상좌로 체구가 크고 힘이 장사였다고 합니다.
즐겨 쓰는 무기는 박달나무 몽둥이인데 한번 휘두르면 상대의 창대가 부러져나갈 정도로 역사였답니다.

싸움에도 이력이 있는 승병 덴우라스님이 흥분한 이에야스를 나가지 못 하게 막아섭니다.
비키지 않으면 그대의 목부터 날리겠다고 날뛰는 이에야스에게 덴우라스님이 일갈합니다.

미카와의 대장이 아낙처럼 흥분해서 잡병처럼 목을 던지시렵니까?
이 한 마디에 정신을 차렸다니 이에야스 평범한 기량의 대장이 아닌 것은 분명합니다.

만약 이 때 덴우라가 없었다면, 그래서 이에야스가 문을 열고 뛰쳐나갔다면 그후의 이에야스는 없었을거라고 합니다.
사람이 빠져죽는 곳은 큰 물이 아니라, 주로 접시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가라앉은 이에야스를 경내에 남겨두고 승병 덴우라가 들도적들을 상대합니다.
이에야스는 경내에 없으니 물러가라! 만약 신성한 사원을 침입하면 불문을 수호하는 아수라천왕이 가만두지 않을것이다.

이런 말을 들었다고 그냥 물러간다면 들도적이 아닙니다.
대문을 부수고 진입하려는 도적들에게 덴우라가 기회를 봐서 빗장을 확 뽑아버리도록 합니다.

갑자기 열린 대문을 밀고있던 들도적 두어명이 쏟아져들어오다가 덴우라스님의 박달나무 곤봉에 맞아서 뻗어버립니다.
덴우라의 뒤에는 만만치 않은 수의 이에야스 무리와 승병들이 삼엄한 기세로 지키고 있습니다.

기세를 잃은 도적들은 바로 꼬리를 내립니다.
이에야스의 목을 오다에게 바쳐서 상금을 타내려는 얄팍한 목적치고는 희생이 너무 클거같아 보여서입니다.
주판을 튀겨본 도적들이 죽은 동료를 떼메고 얌전히 물러갑니다.

이에야스가 명부에 가장 근접했던 것은 이 순간이었다고 합니다.
지대가 높은 다이쥬사에서는 도쿠가와 누대의 거성이었던 오카자키성이 내려다보입니다.

그리운 고향집이 눈 앞이지만, 들어가기는커녕 근접할수도 없는 이에야스입니다.
오카자키성에는 요시모토가 세운 성주대리 사카다 가쓰모리가 지키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불과 20명의 무리로 쳐서 뺐을 수도 없지만, 설사 군세가 넉넉하다고 해도 아직은 이마가와가 두렵습니다.승패는 병가지상사, 대국 이마가와가 아직 멸망한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에야스, 이제 와서 어슬렁 어슬렁 다시 이마가와로 돌아갈 것인가?
아니면 미카와의 가신들에 연통을 넣어서 군세를 모아 오카자키를 공격할 것인가?

공격한다면 과연 성공할 수는 있을까? 만약 실패하면 이후가 있을까?
혹시 공격해서 성공하더라도, 이마가와에 남아있는 처자식과 인질들은...

별이 쏟아지는 다이쥬사의 승방 한 켠에서 스무살의 이에야스, 끝없는 고민으로 잠을 이루지 못 합니다.

고민하던 이에야스가 겨우 선잠이 들었는데 곧바로 가신들이 흔들어 깨웁니다.
오카자키성에서 군세가 출동한다는 긴급보고입니다.
놀란 이에야스가 뛰쳐나가니 모두들 절마당에 모여 오카자키성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과연 오카자키 성문에서 꾸역꾸역 대부대가 출동하고 있습니다.
어제 밤의 습격이 아직도 생생한 이에야스무리는 대부대의 기동에 긴장합니다.
시국이 시국인만큼, 성주대리 사카다가 화근인 자신들을 짓밟아버리려 한다고 생각하는게 당연합니다.

불과 19명, 공격당한다면 승부가 되지 않습니다.
오다에게서 도망치고, 들도적에게 쫒기고, 드디어는 아군인 이마가와군에게도 쫒기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천지간에 갈 곳이 없는 주종 모두 말을 잃었는데, 얼마간의 정적이 흐른 후 노신 사카이가 이에야스에게 말을 겁니다.

주군 좀 이상합니다. 혹시?
이에야스가 고개를 들어 오카자키성을 바라보니 선두는 벌써 삼거리에 들어섰는데 후미는 아직도 성문을 나오는 중입니다.
그런데 정말 이상합니다. 자신이 들어있는 다이쥬사로 향해야 할 사케다의 선두가 거꾸로 이마가와를 향하고있습니다.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바라보니 의아한 점이 또 있습니다.
성을 나선 대 부대는 전투를 앞둔 군세치고는 둔중하기 짝이 없습니다.
바리 바리 짐바리를 중간 중간에 끼워넣고 어딘지 모르게 발걸음이 황급한 듯 합니다.

주종이 모두 서로 얼굴을 바라보면서 울먹이는 기색입니다.
오카자키의 성주대리 사케다가 이에야스의 그림자에 놀라 성을 버리고 슨푸로 도망하는 형상입니다.
그림자에 놀라 성을 버리다니, 골프나 전쟁이나 멘탈이야말로 승패를 결정짓는 결정적인 요소인거같습니다.

이에야스가 공격할 군세를 가지기는커녕 공격할 의사조차 분명치 않은 난감한 시점에서
오카자키 성주 사케다는 스스로 공황에 빠져 망상에 시달린 셈입니다.
사케다의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위태롭기 짝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뭐니 뭐니해도 미카와에는 이에야스를 신종하는 불령한 무리들이 손으로 꼽아도 기백명이 넘습니다.오카자키성을 내려다보는 다이쥬사에는 이에야스가 들어와서 버티고 앉았는데 자신에게 연통조차 없습니다.
이에야스가 불령한 무리들을 모아서 공격한다면 그것만으로도 무서운데 배후에 오다가 없다고 장담할 수도 없습니다.

게다가 주장 요시모토가 전사한 이 때, 오카자키는 더 이상 안전한 후방이 아닙니다.
오다의 압력에 최전방으로 노출된 곳이 자신이 주둔한 미카와 오카자키성입니다.
불령한 무리들이 가득한 적지에서 오다의 공격을 받는다면 하루를 버틸지 이틀을 버틸지 자신이 없습니다.

사케다가 성을 버린 것은 상식적으로 있을 수 있는 행위였지만, 심약하다는 비난은 면할 수 없습니다.오다는 들도적의 전법으로 오케하자마에서 승리를 도둑질했지만,
자기 영토를 지킨 것만으로도 감지덕지, 도저히 국경을 넘어서 미카와를 침략할 여세가 없습니다.

들도적에게조차 값나가는 약탈물로 보이는 이에야스는 군세라고 할 것도 없는 떠돌이..
다이쥬사에 오직 20명 남짓의 무리가 들었다는 보고는 사케다도 당연히 알고있습니다.

대망 (大望) 7 은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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