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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기 쌀 알의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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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이동 작성일 2015-07-18 09:12 댓글 0건 조회 91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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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들 벼 씨 모두는 시원하고 캄캄한 양곡 저장탱크에서 편히 쉬고 있었다.

그렇게 지낸지 여러 날이 지난 어느 날 웅장한 기계소리가 나면서 대형 트럭에 실려 우리는 어디론가 알 수 없는 먼 여행을 시작하게 되었다.

우리가 대형 트럭에 실려 도착한 곳은 바로 광활한 서산농장이다.

그곳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드넓은 농장으로 지금까지 벼농사를 모 자리 판을 만들어 모내기를 하는 곳이 아니라, 비행기로 벼 씨를 파종하는 대단위 직파 재배로 벼농사를 하는 곳이다.

나와 우리 친구들은 난생 처음 비행기를 탈 수 있는 영광으로 한 알의 쌀로서는 상상을 할 수 없는 창공을 비행하는 기쁨을 맛보게 된 것이다.

그렇게 하늘 높이 날아서 나와 우리 친구들은 공중 낙하는 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우리는 각자 조종사의 낙하 명령에 따라서 낙하는 하게 되었는데, 우리 중에 어떤 친구는 머리가 아래로 향하는 그 야말로 수직 낙하를 하는 친구도 있고, 또 어떤 친구를 머리 부분이 위로 향하는 수직 낙하를 하는 친구도 있었다.

그런데 나는 수평 낙하는 하게 되어서, 서산농장 하늘에서 지상을 바라보면서 드넓은 서산 농장을 구경하면서 천천히 비행의 즐거움을 만끽하면서 내가 안착할 자리를 찾아서 하강을 하게 되는 행운을 얻게 된 것이다.

나는 이렇게 수평 비행을 하게 됨으로 물 좋고 자리 좋은 곳을 찾아서 안착하여 좋은 자리를 잡게 된 것이다.

그런데 머리 부분이 아래로 향하여 하강을 한 친구는 싹이 트면서부터 고생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다리 부분은 공중을 향하여 있으니 뿌리를 박는데 있어서 힘겨운 싸움을 하여야 하고 잎이 자라야 하는 머리 부분은 땅속 깊이 박혀 있으니, 싹이 자라는데도 힘겨운 싸움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또 다른 친구는 머리 부분이 하늘을 향하고, 뿌리 부분이 땅속에 정상적으로 깊이 박혔으니 싹이 돋는데 다른 친구들 보다 편안하고 쉽게 자랄 수 있었다.

그 친구들 중에 나는 수평으로 낙하를 하여 안착을 하였으므로 뿌리가 자라고 싹이 돋는데 어렵지 않게 자랄 수 있었다.

우리 모두는 넓고 넓은 서산 농장에서 일일이 사람들의 손끝에서 성장하는 과정을 맛보지 못하고 기계의 힘에 의하여 한 알의 나락으로 결실을 맺게 되었다.

대형 콤비인에 의하여 우리 모두는 또 다시 양곡 창고에 저장이 되었다.

어느 날 우리들은 도정공장으로 실려 가서 어떤 친구는 현미로 옷을 다 벗지 못한 상태에서 식탁이로 오르고 또 어떤 친구를 백미로 완전한 알몸으로 식탁이 오르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 기구한 운명의 시간은 지금 부터이다.

현미가 된 친구를 평범한 가정의 식탁에 오르게 되어서 대접을 받으면서 사람의 몸을 의롭게 하는 중요한 에너지가 될 수 있었는데, 백미가 된 친구를 부자 집 손자의 식탁에 오르게 된 것 까지는 좋았는데, 이 부자 집 손자의 밥투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라서 결국 백미는 사람을 의롭게 하는 한 알의 알곡으로 에너지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쓰레기통에 벼려지는 비통한 신세가 된 것이다.

이렇게 수많은 쌀알이 사람들의 몸을 건강하게 유지시키는 책임을 지고 있지만 그 많은 쌀알이 다 사람을 의롭게 하지 못하는 경우, 한 알의 쌀알도 처참하게 버려지는 수모를 격고, 한 쌀알의 여정을 마감하는 것과 같이 우리 모두도 인생 여정에 있어서, 누구의 손에 의하여 여기까지 왔으며 또 마지막은 어디로 가야 할지 나의 인생 여정을 잘 정리는 하는 시간이 필요한 시간은 이때입니다.

한 사람의 인생 여정이나, 한 알의 쌀알의 여정이나 무엇이 다른 게 있겠습니까?

아침 햇살에 영롱한 빛을 발하고 사라지는 이슬처럼 우리의 삶도 이렇게 잠시 머물고 가는 인생 여정의 흐름 속에 떠나고 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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