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별마당

기별게시판

38기 아버지의 대추 한 알

페이지 정보

작성자 박이동 작성일 2015-06-04 20:44 댓글 0건 조회 991회

본문

가을이 되면 아버지께서는 유교 신자이시기 때문에 시제를 지내기 위하여 나들이를 하신다.

봄과 가을에 지내는 시제는 조상님께 봄이 되었음을 알리는 행사이고, 가을은 추수를 하였으니, 한 해 동안 풍성한 수확은 거두게 되어서 드리는 추수감사제 인 조상님께 드리는 감사제 인 것이다.

아버지께 있어서 시제는 당신께서 하실 수 있는 최대의 조상에 대한 제사 행사로 세상에 어떠한 일이 있어도, 봄과 가을 시제만큼 중요한 행사가 없기 때문에 만사를 뒤로 하시고 시제에 참석하신다. 시제 때가 되면 아버지께서는 의관(갓)정제하시고, 흰 두루마기를 입으시고 외출 준비를 정성을 다하여 하고, 시제에 참여하시기 위하여 집을 나서 나들이 길에 오른 신다.

늦둥이인 나는 아버지께서 의관을 쓰시고, 출타 준비를 하는 것을 보면 또 시제 때가 왔구나 하면서, 아! 오늘도 아버지께서 대추를 받아 오시겠지 하는 생각으로 기대에 차 한 것 마음이 부풀어 진다.

아버지께서 시제를 지내시고 돌아오실 때는 늘 두루마기 자락에 대추 몇 알과 밤 몇 알을 받아서 오시곤 하신다. 이 대추 몇 알과 밤 몇 알은 아버지의 정성이 담기 정말 나를 생각하시고 받아 오는 소중한 선물인 것이다.

누구에게나 선물을 줄 사람을 생각하고 준비하는 것이기 때문에 선물을 줄 사람이 대한 사랑이 없으면 생각하지도 못하고 선물하지도 않는다, 그러니 아버지께서 대추 몇 알과 밤 몇 알을 시제에서 받아 오시는 것은 늦둥이인 나를 끔찍이 사랑하시고, 생각하서 그 많은 시제 음식과 과일 중에 으뜸인 대추 몇 알과 밤 몇 알을 받아 오시는 것이다.

봄과 가을에 드리는 시제의 음식과 과일은 그 해 시장에서 가장 좋고 크고 좋은 것으로 시제에 쓰는 것을 대추 한 알도 밤 한 달도 알이 통통하고 잘 여문 대추는 윤기가 나고 먹음직스러운 과일로 제사에 쓰이는 밤과 대추는 최고의 과일이다.

밤은 가시가 촘촘히 박힌 과속에 단단한 옷을 입고 거기에 또한 속옷까지 챙겨 입고 영양주머니 속에 씨방을 두고 있고, 대추란 놈은 붉은 색으로 단장을 하고 속살 속에 단단한 씨방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시제에 쓰이는 과일 중에 밤과 대추는 으뜸이다.

석양이 질 무렵이 되면 나는 산모퉁이를 바라보면서 서산의 해는 늬웃늬웃 저가고 숲속에 비쳐진 저녁 햇살은 소나무 숲 사이로 마지막 인사를 한량 눈부시게 비칠 무렵 아버지께서는 저 산모퉁이를 돌아서 흰 도포자락이 바람에 휘날리고, 흰 수염 또한 바람 따라서 춤추듯 너풀거리며서 유난히 걸음 거리가 팔을 크게 휘젓휘젓 거리면서 돌아오실 라치면, 아버지께서 걷는 모습은 마치 시선이 하강을 하신 것 같은 풍채에 나는 취하 곤 한다.

늦둥이인 나는 먼발치에서 산모퉁이를 돌아오시는 아버지를 것을 알아차리고 잰 걸음 거리로 아버지께서 달려가서 “아버지 이제 오세요!”라고 안사를 드린다. 아버지께서는 늦둥이의 속내를 알고 게시는지 모르고 게시는지 입가에 미소를 짓고 “그래 잘 있었느냐? 라고 하시면서 두루마기 자락에서 대추 몇 알과 밤 몇 알을 꺼내서 내 손에 쥐어 주신다. 그럴라치면 나는 좋아라 대추 한 알을 입에 넣고 오물거리면 맛이게 대추의 속살을 음미하면서 아버지 뒤에서 졸랑거리면서 아버지 뒤를 따라 집에 들어선다.

그 옛날 아버지께서 받아 주신 탱탱한 대추 한 알과 밤 한 알이 오늘 이렇게 내 나이 그 때 아버지 나이가 되었어도 생생한 기억 속에서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녹아 있고, 내 백발이 성성한 늦은 나이가 되었어도 그때 아버지가 주신 탱탱한 대추알처럼 아직도 젊음을 유지 할 수 있는 기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근엄하신 아버지께서 시제에서 대추 한 알을 받아 오시는 그 마음속에는 늦둥이의 생각으로 가득 차 게셨지만 내 이제 백발이 되었지만 그때 그 늦둥이의 그리움에 젖어서 오늘도 아버지의 그 사랑에 눈시울이 뜨거워 저서 두 눈에 눈물이 서려오고 있다.

아버지의 두루마기 속에 담겨진 사랑의 대추 한 알이 세월을 무색하게 하고, 세월이 지난 세속에서 세상에 또 하나의 추억과 회고의 바람 속에 잠겨 눈시울이 젖어 온다.

아버지의 그 큰 사랑이 나를 사람답게 살도록 가두어 두는 올무가 되어서, 오늘에 이루서 그 사랑이 얼마나 크고, 애절한 것인 것을 알게 되었다

2015년 6월 4일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